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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n 16. 2023

좋은 문학작품

일반적으로 나쁜 작품은 작가나 독자들에게 일시적인 쾌락밖에 허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삶에 대한 반성(反省)을 불가능하게 하며, 일시적으로 그 자신을 방기(放棄)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은 사고(思考)의 정당한 진전을 방해하며, 주어진 조건 속에 독자를 맹목적으로 이끌어들인다. 그러나, 좋은 작품은 그것을 읽는 자들의 감정을 세척(catharsis)시키는 것이 아니라, 읽는 자들의 정신이 편안해지려는 것을 오히려 자극하고 고문(拷問)한다. 좋은 작품은 정신을 해방시켜 주체를 망각케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체의 삶에 대한 태도와 세계 인식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삶을 반성케 한다. 그것은 그의 본래적 자아(自我)를 각성시켜 정직하게 세계와 인간을 바라다보게 한다. 좋은 문학 작품은 일상적인 삶 속에 개인이 빠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일상적 삶을 이루고 있는 허위와 가식(假飾)을 그것은 잔인하게 벗겨 버림으로써 그 가식(假飾) 속에서 편안하게 살려는 잠든 의식을 잠깨운다. 그래서, 삶과 인간과 세계의 진정한 모습을 다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나쁜 작품이 주는 쾌락이 일시적인 것은, 나쁜 습관이 주는 쾌락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읽는 자를 일시적으로 그것이 제시한 조건 속에 끌어들여 그것에 살게 하지만, 독자들은 결국 그것이 그의 삶과는 전연 관계가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협소설(武俠小說)과 싸구려 에로소설(小說), 그리고 연애 편지에 흔히 인용되는 과장된 서정시(抒情詩)들이 그렇다.


-김현(金炫), '문학과 형태', 『문학이란 무엇인가』(문학과 지성사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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