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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n 06. 2023

소인(少人)의 속마음

똥을 푸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그 악취를 싫어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익을 도모하기 때문에 능히 참는 것이다.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고 아부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교만함과 오만함을 싫어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익을 바라기 때문에 능히 감수하는 것이다. 지금 신분이 높은 자에게 아첨하는 것을 보고 치욕스러워하지 않는 것을 비루하게 여긴다면, 이는 똥을 푸는 자를 보고 악취를 모르는 것을 괴이하게 여기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모셔 받드느라 분주한 것은 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며, 멀리하고 배척하여 관계를 끊는 것은 그를 미워해서가 아니다. 옳다고 하거나 칭찬하는 것은 상대를 흠모해서가 아니며, 그르다고 하거나 비방하는 것은 상대를 원망해서가 아니다. 이는 모두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간 보는 것일 뿐이다. 사람의 겉으로 드러난 후한 모습과 깊은 정은 비록 진심에서 나온 것 같아도 그 속마음은 좀체로 알 수 없다.... 저 얼굴빛은 근엄하지만 마음이 나약한 자는 늘 이익에 유혹되기 때문에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의심하고, 믿지 말아야 할 것은 믿는다. 이는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자들을 가리켜 '벽을 뚫고 담을 넘는 도둑'에 비유한 성인의 말씀이 어찌 나를 속인 것이겠는가?


-윤기(尹愭 1741~1826, 무명자집(無名子集)/무명자집 문고 제14 책/ 책(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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