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의 의미는 삶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는 데에 있다. 또는 거꾸로 그것은 나 자신의 세상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반드시 내 대답을 전달해야만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나 자신이 아닌 세상의 대답에 의존하고 말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자신을 향한 삶의 질문에 대해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대답에 만족할 때 신경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오늘날 제기된 악의 문제에 해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철저한 '자기 이해', 즉 자신의 전체성에 대한 가능한 한 최대한의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자신이 얼마나 선하고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얼마나 파렴치하고 악한 범죄를 스스럼없이 저지를 수 있는지를 가차 없이 인식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단지 '환상'일 것이라고 간주하지 않도록 조심해야만 한다. 실제로 선을 행할 가능성과 악을 행할 가능성 이 두가지 모두 다 인간의 본성 안에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자기 기만(self-deception)이나 자기 망상( self-delusion) 없이 인간답게 살기를 바란다면, 그 두 가지 모두는 자신에게서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을 수용하는 것은 전체적인 도덕적 문제의 본질이며, 삶에 대한 전반적인 관점을 구성하는 데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적나라한 자기 인식을 통해 비로소 삶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게 된다.
-칼 구스타프 융, 『 C. G. Jung의 회상, 꿈 그리고 사상』(Memories, Dreams, Reflections, C. G. Jung 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