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정한 언론(말과 글)이 없어서 비난과 명성, 거짓과 진실이 모두 뒤집히고 어그러졌다. 이른바 시시비비(是是非非)란 것이 자신의 애증(愛憎 사랑하고 미워함)을 따른 것이 아니라면 바로 권세의 유무를 따를 뿐이다. 여기 어떤 일이 있다고 치자. 그 옳고 그름이란 흑백(黑白)처럼 명백하여 분변하기가 아주 쉬운 것이다. 그런데도 '옳고 그름을 판정(是是非非)'하는 자들은 매양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은 옳다고 한다. 마음속으로는 진실을 알면서도 명백히 판별하려 하지 않는 자도 있고, 내 편 네 편에 따라 너그러움과 야박함(厚薄)을 달리하여 고의적으로 돕거나 외면하는 자도 있으며, 마음속에 주관이 없이 무턱대고 남의 말만 믿는 자도 있고, 선입견을 고수하여 진위를 자세히 조사하지 않는 자도 있다. 왜곡된 것을 번갈아 전하고 서로 호응하고 동조하여 오류를 답습하고 잘못에 잘못을 더하니, 이는 모두 실제로 형적(形迹)을 조사하여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올바른 도리(義理)로 판별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자신의 좋아하고 싫어함(好惡)와 친함(親疎)의 여부에 따라 말을 왜곡하는 데 지나지 않아서 그 근본은 버리고 지엽만 다룬 것에 불과해서, 밝고 공정한 것은 무고함(誣陷)과 거짓은 덮어 주어 옳은 것은 끝내 그른 데로 떨어지고 그른 것은 마침내 옳은 데로 돌아가니, 비록 참된 옳고 그름(是非)을 밝히고자 한들 내 편은 적고 남의 말은 많다는 데에 탄식만 생긴다.
- 윤기(尹愭, 1741~1826), 『무명자집(無名子集)책12, 정상한화(井上閒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