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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Sep 17. 2024

생각의 힘

깨닫는 도(道)는 방향도 없고 실체도 없다. 그래서 잡을 수도 없고 특정할 수도 없다. 고대 중국의 거문고(琴)의 대가 성련(成連)이 바다의 파도가 거세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 문득 거문고(琴)의 도를 깨달았다. 성련(成連)은 실로 이렇게 깨달음을 얻었지만, 가령 어떤 사람이 성련의 일을 사모하여 성련(成連)처럼 바다의 파도가 거세게 일어나는 즈음에 거문고(琴)를 안고 그앞에 다시 선다면, 과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성련(成連)의 깨달음은 곧 여러 해 동안 깊이 생각한 힘이 그렇게 한 것이고, 하루아침 사이에 까닭없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남들에게 권하여 깨닫게 하기 보다는 남들에게 권하여 생각하게 하는 것이 나으니, 연못이나 호수를 바라보며 그 안의 물고기를 부러워하는 것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 그물을 짜는 것만 못하고, 도술과 문장을 사모하는 것이 우러러 한번 생각하는 것만 못하다. 


-김택영(金澤榮, 1850~1927), '수윤당기(漱潤堂記)', 『소호당문집(韶濩堂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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