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성주의' 또는 '합리주의'에 대해 말할 때, 내가 의미하고자 하는 바는 '실수와 오류'에 대한 비판에 관한 것이다. 특히 타인의 비판을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결국 자기 비판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신념을 의미한다. 합리주의자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단순하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기꺼이 비판하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기꺼이 비판하도록 허용함으로써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꺼이 배우는 사람이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는 것은 비판의 개념, 더 정확히 말하면 '비판적 토론'이라는 개념이다. 진정한 합리주의자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불변의 진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단순한 비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아이디어의 영역에서는 비판적 토론만이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진정한 합리주의자는 아이디어의 수용이나 거부가 결코 순전히 이성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비판적 토론만이 더 많은 측면에서 아이디어를 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이성적 성숙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칼 포퍼(Karl R. Popper, 1902~1994),『"On Freedom" in All Life is Problem Solving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