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모든 윤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종교에서 시작돤다. 하지만 나는 지금 역사적인 질문을 다루는 게 아니다. 누가 최초로 입법하였는지 묻지 않는다. 다만 제안된 도덕법을 채택하거나 거부할 책임은 오직 우리, 오직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주장할 따름이다. 참된 예언자와 거짓된 사이비 예언자를 구별해야 하는 것도 바로 우리 자신의 책임이다. 역사 이래로 온갖 도덕과 규범이 신이 주신 것이라고 주장되어 왔다. 만약 평등, 관용, 양심의 자유라는 '기독교' 윤리를 신의 권위에 근거한다는 주장 때문에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취약한 윤리적 도덕적 토대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실의 교회 강단에서 흔히 불평등은 신의 뜻이며, 선택받은 성도는 선택받지 못한 불신자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너무나 자주 제기되어왔고 또 흔히 듣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당신이 기독교 윤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신의 명령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옳은 결정이라는 당신 자신의 확신 때문이라면, 그 결정을 내린 것은 신의 의지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의 뜻에 따른 것일 뿐이다.
-칼 R. 포퍼(Karl Riamund Popper 1902~1994), '열린 사회와 그 적들(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