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검증된 언론의 탐사 뉴스 보도에서 사이비 종교나 이단 종교 관련 사회적 이슈 또는 사건들을 접하게 된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 마다 성인이 된 이래 수십년을 기독교인의 정체성으로 살아온 내 관점에서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저런 걸 믿을까?”, "종교를 믿는다면서 어떻게 저런 반인륜적 · 반국가적 · 반사회적 행동을 자행할까? ", "기독교인이라면서 왜 그토록 다른 사람들을 광적으로 차별하고 혐오하고 비난하며 심지어 폭력적일까?" 심지어 수십년동안 꾸준히 성경을 통독하고 있는 나에게 아주 가끔 이상하게 해석한 성경 말씀을 가르치겠다는 메일을 보내거나 댓글을 다는 용감무쌍한 이들도 있다. 실제로 보통 사람의 상식밖으로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집단에 쉽게 빠진다. 게다가 그 집단에 빠져나오지 못한 채 자발적 맹신에 눈과 귀를 다 막고 평생을 그 안에서 살아간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기존 정통 종교의 교리에서 벗어난 신념 체계. 특히 기성 종교(예: 기독교, 불교 등) 내부에서 "정통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종파를 가리킨다. 즉, 기존 종교(특히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일부 왜곡 해석하거나 부정하면서 생긴 다른 신념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겉으로는 기존 종교처럼 비슷해 보이지만 믿는 바와 지향하는 바 내용은 다르다. 예를 들면, 기독교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다른 성경 해석이나 자신만의 구원론을 주장하는 집단들을 가리켜 기독교 이단(異端)이라고 한다. 물론 불교를 비롯하여 이슬람교 등 여러 종교의 다양한 이단도 존재한다. 이들은 공히 자신들만이 ‘참 진리’를 가졌다고 주장한다. 기존 정통 교단을 타락했거나 진리를 잃었다고 비판한다. 외형상 정상적 종교 활동, 즉 예배, 기도, 교리공부, 전도, 봉사, 친교 등 외형적으로 정통 종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이비(似而非)’는 사전적 의미로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른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종교처럼 보이지만 종교가 아닌 것이 사이비 종교다. 겉으로는 종교적 본질을 자신의 삶의 중심인 것처럼 표방하나 실제로는 종교적 본질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을 '사이비 종교인'이라 특정할 수 있다. 특히 기독교 사이비는 외형적으로 기존의 교회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만약 교회 출입구에 알려진 정통교단 소속 명패가 보이지 않는다면 반드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만약 교회 출입구의 간판에 기존에 알려진 정통교단 소속 명패가 보이지 않는다면 반드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사이비종교는 겉보기에는 종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원래의 종교적 기능이나 진정성을 갖추지 못하고 사기적, 범죄적, 반사회적 성격을 띠는 집단이다. 실제로 사람을 조종하고, 기만하고, 돈이나 성(性)의 착취 등을 목적으로 하는 반사회적 특징을 가진 사기성 범죄집단이다. 예컨대, 교주를 신격화하여 ‘신의 재림’이라 주장하고, 교주를 믿는 자들은 '완전한 죄사함과 죄로부터의 완전한 자유', 또는 ‘영생의 삶, 즉 죽음을 이기고 영원히 산다.’ 등 비현실적 주장을 하며 교주에 대해 절대적인 맹신과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한다. 사이비 종교 역시 외형상 정상적 종교 활동, 즉 예배, 기도, 교리공부, 전도, 봉사, 친교 등등 정통 종교와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교주를 신격화하는 등 철저하게 소수 인원 중심의 폐쇄적인 점조직 계급체계로 운영되며, 목적과 내용면에서 기존 종교와 전혀 다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단과 사이비 종교의 복합 형태의 세력이 활동하며 신도수와 자금력을 동원하여 정치세력화할 정도로 그 규모가 꽤 커진 상태다.
사이비 종교 집단에 의해 자행되는 범죄는 종교의 이름으로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 원칙을 교묘하게 이용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와 처벌 이외에는 대부분 사회체제나 정부 공권력의 통제와 간섭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사이비 종교범죄에 관한 언론 보도, 사회적 물의로 인한 대중적인 소문 등으로 교세나 세력 활동이 일시 위축되거나 잠수를 타기도 하지만 대부분 종교 집단의 이름하에 여전히 범죄행위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종교적 맹신을 이용하여 사람을 세뇌시켜 가정을 파괴하거나 성착취, 금품갈취, 노동갈취, 다단계 사기 등의 강력범죄 등을 유발하거나 주도하여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파괴하기 때문에 정말 근절시켜야만 하는 사회악인 것이다.
정리하면, 해당 종교의 정통 교단의 교리와의 교리/해석적 차이가 있다면 이단종교다. 즉 이단의 판단 기준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교리문제'에 있다. 따라서 이단(異端) 판단 주체는 해당 종교의 정통교단이다. 반면에 사이비종교는 교주의 신격화, '유일한 구원자', '교주에 대한 맹신', '무조건적 복종', '영생' 등을 주장한다. 사이비의 판단은 도덕적, 사회적 문제 중심 (세뇌, 사기, 갈취, 폭력 등)으로 판명된다. 사이비 종교의 판단주체는 사회 일반, 정부, 언론, 법 등이다. 즉 사이비 종교의 판단 기준은 상식과 비상식 그리고 도덕적 ·윤리적· 정의적 옳고 그름과 관련된 "행동과 목적" 문제에 있다.
①지도자의 신격화와 숭배: ‘신의 강림’, ‘유일한 구원자’라고 주장
②자기 종교나 종파만이 절대적 진리나 참된 도덕을 알고 있다고 배타적으로 주장함
③세뇌 심리조작(신비주의 분위기 형성): 의심 금지 · 비판 금지, 외부 정보 차단 및 외부 정보의 불신, 질문은 죄로 간주, 지도자와 지도자의 말에 대한 철저한 맹신과 절대적 복종 강요, 비판적 사고를 막고 맹목적인 신념을 주입. 신비체험 조장.
④공동체를 강조하여 사회적 고립 조장: '가족보다 공동체', '세상은 악한 곳', '신도는 세상의 구원자', '선택받은 자: 선민의식', 가족 · 친구와 단절시키고 단체에만 의존하게 함.
⑤경제적 · 정신적 · 육체적 착취(금전성 착취): 헌금 강요, 재산 헌납, 노동 착취, 성착취 등
⑥비밀주의와 심리적 감금: 죄책감과 두려움을 이용해 통제와 가스라이팅. 교리나 활동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며 폐쇄적 운영. 교리 및 조직과 재정의 운영이 투명하지 않음.
⑦조직적인 다단계(네트워크) 사업체 운영.
⑧범죄 연루 가능성: 폭력, 살인, 성폭행, 사기, 감금 등 심각한 법적 문제 발생 가능.
현대 심리학이나 사회학의 연구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이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은 단순한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지적발달장애인(IQ 70이하)과 평균지능인(IQ 85이상)의 경계선에 걸쳐 있는 경계선 지능(IQ 71~84)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특히 사이비 종교에 유혹될 가능성 더 크다는 연구도 있다. 그외에는 대부분, 지능이나 학력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심리적 취약성, 사회적 고립, 인지적 편향, 환경적 스트레스와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하여 사이비 종교에 빠진다.
종교, 무속, 등등 무엇가를 믿는 행위에는 불안, 불확실성, 두려움 등등의 심리적 스트레스들이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일상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문제들은 안타깝게도 많은 부분들이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다는 게 항상 문제다. 즉 우리가 통제 할 수 있는 부분보다 내 의지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불안하고 불확실하고 두려운 심리때문에 나의 연약함과 빈틈을 채워주고 나 대신 통제해 줄 강력한 신적 권위를 가진 초월적 대상, 소위 ‘믿는 구석’을 찾는 것이다.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의 심리는 단순히 “미혹되었다”거나 “어리석다”는 수준에서 설명될 수 없다. 이는 심리학, 사회학, 신경과학 등의 다양한 학문적 연구에 의해 과학적으로 분석되어 왔다. 그 심리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존재의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초월적 세계관이나 절대적인 신념체계에 의지한다(Jeff Greenberg, et al. ,"The Worm at the Core: On the Role of Death in Life" 2015). 이를 '공포관리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이라고 한다. 인간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예: 팬데믹, 경제위기, 개인적 상실, 등)에서 사람들은 의미 있는 설명과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는 집단에 쉽게 이끌린다. 관련 연구(Norenzayan & Shariff. 2008)에 따르면,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통제력 상실시 더욱 강화된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은 스스로를 ‘신의 대리인’으로 자처하며 맹신과 무조건 복종을 요구한다. 특히 권위에 약한 사람들은 그 말에 쉽게 휘둘리게 된다.
1963년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Stanley Milgram, "Behavioral Study of Obedience" 1963) 에서, 밀그램은 실험참가자들이 연구자의 지시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실험을 설계하였다. 실험 결과 전기충격 장치는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 페이크 장치였지만, 참가자들은 실험 상황을 진짜로 믿었고 연구자의 명령에 따라 참가자의 약 65%가 실험대상자의 생명의 위험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대 전압(450V)까지 충격을 가했다. 즉, 연구자의 명령이 곧 "권위자의 명령"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도덕적 갈등을 극복한 것이다. 즉, 자신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생각이 실험자의 이성적 · 도덕적 판단을 마비시킨 것이다. 사이비 지도자들은 스스로를 신적 존재에 버금가는 절대 권위로 포지셔닝하여, 구성원들이 자신의 명령에 맹신하여 무비판적으로 따르게 만든다.
심리학 연구(Baumeister & Leary, "The Need to Belong" 1995) 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이를 '소속의 욕구' (Fundamental Human Motivation)라고 한다. 외로움, 가족과의 단절, 상실, 사회적 배제, 사회적 소외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이단과 사이비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이단/사이비는 강한 공동체 의식을 제공하며, 새로운 가족/소속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가족입니다”, “당신은 여기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등과 같은 말에 쉽게 마음을 열고 유혹당한다. 매춘 여성을 관리하는 포주의 심리 기법과 매우 비슷하다. 포주의 관리 하에 있는 매춘여성의 심리는 평생을 매맞고 사는 여성의 심리와 일면 유사한 점이 있다.
1956년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의 연구(Festinger, Riecken, & Schachter, "When Prophecy Fails" 1956)에 따르면, 종말론을 믿는 사이비 집단이 예언이 빗나간 후에도 오히려 기존의 신념을 더 강화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심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성향 때문에, 현실과 충돌하는 정보가 있어도 기존 신념을 수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더 설득하려고 한다. 예컨대 사이비 예언이 틀렸는데도 계속 믿는 이유는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게 심리적으로 너무 괴롭기 때문’이다.
페스팅거는 “사람들은 자신이 믿었던 것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될 때, 차라리 현실을 왜곡해서라도 신념을 유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인지 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이비의 예언이 틀렸고 실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비 신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믿음과 의지가 약한 탓으로 돌리며 더욱 더 열심히 믿으려고 한다. 사이비에 빠진 사람들은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이 옳았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더 몰입하는 것이다.
뇌과학 연구(Kapogiannis et al., "Cognitive and Neural Foundations of Religious Belief" 2009)에 따르면, 종교적 신념을 가질 때 뇌의 감정 공감 영역과 사회적 인지 영역이 활성화된다. fMRI를 통해 종교 신념이 뇌의 '사회적 인지' 영역(전전두엽, 측두엽 등)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사이비 집단의 신비 체험, 영적 교감 강조는 뇌/신경학적으로 실제 사회적 관계처럼 받아들여진다. 다시말해 기도나 종교적 신비체험은 실제 사람과 대화하거나 실제 수용되고 사랑받는 느낌처럼 뇌에 작용하여 사회적 인지 기반의 신앙으로 수용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이비 교리와 종교활동은 감정적 공감과 사회적 인지 시스템을 자극하여, 더 쉽게 수용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종교적 신비 체험이나 교리 수용은 뇌에서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추론하는 능력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이비 종교는 뇌의 이런 인지적 감정 작용을 자극해 신비 체험이나 감동을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 동향은 사이비 종교가 교리 공부(성경 공부)에 더하여 심리상담과 심리치유를 포교의 수단으로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사람들의 소외 또는 고립, 실패, 상실 등의 불안심리와 삶의 불확실함으로 인한 두려움의 심리를 파고 드는 것이다. 종교를 믿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그 종교 안에 지도자의 신격화, 세뇌, 절대복종의 강요, 심리 조작, 경제적 육체적 착취, 정신적 속박(가스라이팅), 신체적 위협이나 폭력이 있다면 단호하게 거리를 둬야 한다. 특히 사이비종교는 단순한 ' 어떤 종교' 또는 ‘다른 종교’가 아니라, 때론 가족을 파괴하고 개인의 인생 전체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사이비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빠질 수 있고, 또 누구나 빠져나올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와 주변 사람들과의 건강한 관계형성과 연결에 있다.
사이비에 빠진 사람들은 어리석은 게 아니다. 누구든 심리적으로 약해질 수 있는 순간이 있다. 그 약해진 틈을 노리는 것이 사이비 종교인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이단/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을 이성적 혹은 논리적으로 설득하여 돌이키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베나 극우를 상대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가족, 친구, 이웃 중 누군가가 사이비에 빠졌다면 염두에 둘 것은 비난보다는 무엇보다 우선하여 인간적인 따뜻한 관심,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자세 그리고 열린 마음의 진솔한 대화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이비종교는 단순한 ‘다른 종교’가 아니라, 때론 가족을 파괴하고 인생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사이비집단이다.(2025.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