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공간의 구속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벌레에게 얼음에 대해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시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뚤어진 선비에게 도(道)에 관해 얘기를 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규범에 얽매인 속된 가르침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화나 토론 중에 비판과 비난을 혼동하여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의외의 사실에 때때로 놀라곤 한다. 예컨대, '비판적 사고'를 "어떤 사실이나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로 인식하여 '비난 행위' 내지는 '부정적 사고'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대화 중에 또는 글을 읽다가 특정 단어에 내면의 심리적 방아쇠가 발동되어 이성이 해제되고 피가 들끓고 감정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특히 대학은 물론 대학원까지 나온 요즘 젊은 사람들이 그러할 때 말문이 턱 막히곤 한다. 다만, 무심한 척 그려느니 하고 애써 외면하고 무시할 뿐이다. 의사소통은 아예 포기한다. 자신의 생각이 만에 하나라도 잘못된 것일 가능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을 이해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개념적으로 '비판( 批判)'의 뜻은, "①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 ②(철학) 사물을 분석하여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전체 의미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며, 그 존재의 논리적 기초를 밝히는 일." 을 의미한다. 즉 비판의 개념은 공히 옳고 그름을 밝힘으로써 문제를 찾아내고 바르게 해결하고자 하는 건설적인 것이다. 반면에 '비난(非難)'의 뜻은,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함."을 의미한다. 어째튼 특정 용어를 원래의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 이해하고 있거나 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용어에 대한 개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개념(槪念)이란,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뜻하는 말이다. 이른바 "개념부재"는 특정 상황이나 내용과 맥락에서 필요한 개념, 지식, 또는 이해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특정 개념이 있어야 하는데 없기때문에 상황이나 내용 또는 맥락에 대한 이해나 판단이 어려워진다. 예컨대 우리가 그 뜻을 안다고 흔히 생각하는 '자유'라는 단어의 경우, 의미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개념을 취하느냐에 따라 뜻뿐만 아니라 용법까지도 달라진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보편적인 자유의 개념과 패미니스트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기득권 친일보수 및 변종 극우들이 이해하는 자유의 개념이 다르다. 평등의 개념도 마찬가지다.
"개념은 어떠한 현상에 대한 지적인 이미지로서, 어떤 사물이나 활동에 대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 혹은 구상과 같은 것이다. 개념은 이론을 구축하기 위한 벽돌 즉, 지적인 구조물이라 할 수 있다. 개념은 언어를 통해 표현되며,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에 대해 의사소통하는 데 이용된다.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이해시키려고 할 때, 또는 아주 새로운 어떤 것을 정의하려고 할 때 그 개념이 정의되어 있지 않으면 의사소통 즉, 서술 및 설명에 곤란을 겪게 된다. " -Walker& Avant('Model for Concept Analysis', 1995 )
개념부재는 문해력 결여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그 내용의 의미와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글을 읽을 때 특정 단어에 꽂혀서 아예 진도가 나가지 못하거나 또는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지 못함으로써 내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 주관적으로 왜곡 해석해 버린다. 한 그루의 나무를 보고 숲을 판단하는 것이다. 개념부재나 문해력의 결여 문제는 개인의 지능이나 학력여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과는 의사소통이 어렵다.
개념정립은 어떤 사물, 현상, 또는 추상적인 개념을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면 사람들이 특정 용어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즉 개념이 정립되면 명확한 의사소통, 정확한 이해, 그리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특히 용어에 대한 명확한 개념의 정립은 논리적 글쓰기를 비롯하여 특히 비판적 사고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무엇보다 비판적 사고는 맥락 파악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킨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혹은 제 꼴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라는 말이 있다. 비판적 사고는 태생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오직 배움을 통해서 학습하고 아울러 생각하는 습관을 가질 때에만 익힐 수 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정신만 피로할 뿐이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은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다(논어, 위정편)". 공자님 말씀이다. 배움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는 겸손이다. 세상은 넓고 배움은 끝이 없다. 끝(2025.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