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화를 나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별일 없어?"라고 묻고, "응, 별일 없어."라고 말한다.
잠깐 기다릴 틈도 없이 이어 묻는다.
"잘 지내지?"라는 말에, "응, 잘 지내지. 너는 어때?"라고 대답한다.
한동안 꼭 붙어 다녔지만 이제는 안부만 묻게 된 그녀와 나는 오랜만에 톡을 하며 이런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분명 서로를 걱정하고, 또 염려하며, 가끔 생각하며 살지만 시간을 쪼개 만나지 못했다.
다정한 마음이 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문장은 다르지 않다.
그저 별일 없냐는 흔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안부를 묻고 나면 서로의 삶을 풀어내지 못해 잘 지낸다고 대답할 뿐이다.
그 잠깐의 시간, 우리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달라졌다.
빨리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는 것.
빨리 얼굴을 보고 아무 이야기라도 해야겠다는 압박.
그리고 며칠 뒤 우리는 만났다.
잘 지냈어?, 별일 없었어?라고 호들갑을 떨며 안부를 물었고,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밥을 먹었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냈을 때 우리는 그냥 알게 됐다.
거칠어진 피부와 부어버린 얼굴을 보며 잠을 잘 자지 못한다는 것을.
움츠러진 어깨를 보며 삶이 고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