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떨어지는 으른이 들을 위한 자극적인 독서법 8
자극적인 책 읽기 방법론의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자극적인 책'을 읽는 것이다.
10년 전쯤 방영한 '공부의 신'이란 드라마를 기억하는가? 공부 안 하는 학생들(유승호, 지연 등)을 데려다가 국내 최고의 강사진을 꾸려 학생들 대학 보내는 스토리다.
작중에 국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시킨 것은 글과 친해지기 위한 '자극적인 글 읽기'였다. 혈기왕성한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자극적이고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는 책들을 프린트해서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국어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책을 밤늦게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나는 이 방법이 성인이 된 우리에게도 먹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그랬으니까.
나는 군대에서 이 방법을 적용했다. 당시에 소초 생활을 하면 100일가량을 옴짝달싹도 못하고 소초에만 머물며 경계 근무를 섰었다. 매일 똑같은 근무와 매일 똑같은 풍경들에서 오는 답답함을 녹여준 것이 바로 '자극적인 책'이었다. 그렇다고 자극적이기만 한 책은 아니다. 서점에 가면 소설 베스트셀러란에서 항상 볼 수 있는 깊이가 있는 책들이다. 지금부터 내가 읽으면서 자극적이면서도 책에 재미를 붙이게 해 준 책들을 소개해보겠다.
1. 히가시노 게이고 '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추리 소설계의 거장이다. 오랜 시간 글을 써온 만큼 그의 대표작도 많다. '가면 산장 살인 사건', '백야행',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중 내가 가장 먼저 추천하는 책은 '연애의 행방'이다. 추리 소설가가 로맨스물을 쓰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구나를 느낄 수 있다. 분명 연애소설인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스키장 곤돌라에서의 그 10분은 잊지 못한다. 아마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스키장에 갈 때마다 그때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재연될 것이다. 추리소설 거장의 로맨스물이기에 자극적인 건 두 말할 필요 없다.
2. 알랭 드 보통의 사랑 3부작
서점을 가보면 알겠지만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은 항상 소설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다. 그만큼 많이들 찾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재미는 보장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페에서 이 책을 볼 때 그 누구도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지 않는다.
알랭 드 보통의 사랑 3부작이라 불리는 책들은 연애와 철학이 합쳐져 인물의 내면 심리와 동기에 대해 설명한다. 어떤 책은 남자 화자가, 또 다른 책은 여자 화자가 이야기한다. 각각 다른 성별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펼치기 때문에 양쪽의 내면 심리를 모두 엿볼 수 있다. 약 20년째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독서를 하고자 하는 입문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다.
서점에 가게 된다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목차만이라도 한 번 펼쳐보라.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3.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당신에게는 기억에 남는 꿈이 있습니까?
이미예 작가의 달러 구트 꿈 백화점은 나도 최근에 읽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입문용으로도 참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에 약 50쪽 배경 세계를 이해하는 데까지만 애써서 읽으면 그 뒤부터는 술술 넘어간다. 장 마다 각각 다른 주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끊어서 읽기도 좋다. 지하철에서 혼자서 울음을 참느라 혼났다. 최근에 봤던 '연애시대' 책의 내용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어서 더 몰입했던 거 같다.
일단 이 책은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오래된 고전은 많은 교훈을 주지만 그 시대상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해서 재밌게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2020년 하반기에 처음 발간된 소설이자 한국 사람이 쓴 소설이다. 다른 소설들에 비해 우리와 공감대가 많아서 쉽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이 언젠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나오게 될 때, 아는 척을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살면서 거의 해본 적 없는 말을 내뱉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흠... 원작보다 못하네'
나도 책 읽는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지만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책의 흡입력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한다.
4. 천명관 '고래'
이 책은 초보자에게 섣불리 추천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자극적'인 면에서는 궤를 달리하는 1 티어급 책이다. '천명관의 고래'는 아는 사람은 아는 극강의 하드코어다. 나는 감히 이렇게 소개하곤 한다.
한국 특유의 '한'의 정서와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이 책에 자극성을 더한다. 아마 번역가들이 가장 기피하는 류의 책이지 않을까?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라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 읽다 보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아직까지 이 책을 뛰어넘는 '자극'은 느껴본 적이 없다.
5.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의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그의 취미를 따라 하게 되었다. 재즈 음악 듣기, 달리기 하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인 '상실의 시대(노르웨이 숲)'은 요즘도 종종 들춰본다. 자극적인 걸로는 하루키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책의 97% 이상은 정사신이 묘사된다.
자극적이지만 그의 책은 이를 뛰어넘는 깊이가 있다. 추천하는 책은 '해변의 카프카', '상실의 시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6. 프레드릭 베크만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베크만은 스웨덴 출신의 젊은 작가이다. 그의 데뷔작 '오베라는 남자'는 유럽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까탈스러운 할아버지가 매사 툴툴거리지만 이웃들과의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언제 평소에 툴툴거리는 할아버지에 대해 관심이라도 가져보겠는가.
이 책이 화제를 모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의 과거를 이해하고 알게 모르게 이웃들을 위해 희생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알게 모르게 웃음을 짓게 된다. 추천하는 책은 그의 데뷔작인 '오베라는 남자'이다.
'베어타운'도 스웨덴 작은 마을의 고등학교 아이스하키 팀에 대한 이야기로 재밌게 읽었지만 워낙 길어서 처음 책을 접하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겨울에 눈이 한껏 내린 스웨덴의 작은 마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소설의 장점이라고 하면 내가 관심도 안 가고 상상도 안 해본 배경에 나를 던져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작가 소설에 '공감대'가 있다면, 외국 작가 소설에는 '새로움'이 있다.
7. 조조 모예스 '미 비포 유' 3부작
조조 모예스는 영국 작가로 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이다. 미 비포 유는 '애프터 유'와 '스틸 미'로 이어지는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이다. 그녀의 소설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바로 주인공의 상황을 처참히 부셔놓고 그 속에서 휴머니티를 찾아간다는 점이다.
미 비포 유의 '루이자 클라크'가 우당탕탕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는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책을 읽다 보면 입꼬리는 올라가지만 눈은 울먹거리게 되는 신기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추천하는 책은 미 비포 유 3부작과 '원 플러스 원'이라는 가족 이야기이다.
'원 플러스 원'에서도 조조 모예스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조조 모예스 답게 주인공들에게 혹독한 상황을 선사한다. 가족 간의 따듯한 사랑과 어린아이들의 노견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8. 유현준 '공간이 만든 공간'
'모텔의 창문 크기는 왜 호텔 창문보다 작을까?'
'왜 삼성동 테헤란로에는 놀러가지 않고,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사람이 붐빌까?'
'익선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평소 우리가 자주 방문하는 공간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물음을 던져주고 건축가의 입장에서 그 원인을 풀어낸다.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서울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우리가 당장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다음번 약속 때 30분만 먼저 도착해 근처 서점을 둘러보는 것이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이든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든 히가시노 게이고든 책의 표지만이라도 구경하고 나오자. 아마 소설란에 가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책들일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소설 앞부분에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드라마를 볼때도 그렇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앞부분만 조금 들춰보다가 '에이 재미없네'하고 책을 덮지 말고 소설 속 배경이 이해되는 약 70페이지 전후까지만 참을성 있게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