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여러 권 읽기(feat. 빠르게)

집중력이 떨어지는 으른이들을 위한 자극적인 독서법 9

by 집착서점

자극적인 책 읽기 방법론 두 번째, 한 번에 여러 권 읽기




나는 책을 한 번에 여러 권 읽는다.
자기 전에 읽는 책, 집에서 읽는 책, 가방에 넣어놓고 아무 때나 보는 책 이렇게 3 종류로 구분해서 읽곤 한다.

자기 전에 읽는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류를 읽는다. 이거 말고도 머리맡에 안 읽은 책 3권 정도를 비치해 둔다. 지금 읽던 책을 다 끝내지 않더라도 지루해지면 언제든 다른 책을 꺼낼 수 있게.


가방에 넣어놓고 다니는 책은 300쪽 내외의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정보 전달성 책을 읽는다. 이때 페이퍼백 대신에 아이패드 미니로 대체하기도 한다.

집에서 읽는 책은 주로 무거운 책이다. ‘코스모스’라든지 ‘생각에 관한 생각’과 같은 책들은 600쪽이 넘는다. 모래주머니라 생각하고 들고 다니면서 겸사겸사 운동도 하고, 책을 읽는 동안 손목 강화에도 좋긴 하겠지만 출퇴근 시간에 스스로를 그렇게까지 혹사시키고 싶진 않다.


가끔 이렇게 두꺼운 게 당길 때가 있다.

일종의 정복감이랄까.




여러 권을 읽을 때, 특히 정보전달이 목적인 책을 볼 때면 '빠르게 읽기'를 권한다.


가령 '넛지'를 읽는다고 했을 때, '넛지'의 원리와 대표 적용사례들을 차근차근 이해하며 읽다가 구체적인 적용 사례 파트는 빠르게 내용 파악만 하고 넘기는 것도 괜찮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모든 활자를 하나하나 눈에 넣어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다는 것을 안다. 문제집과 수험서를 볼 때는 이 방법이 좋다. 출판사 별로 문제집을 사서 한 번씩 다 풀어보는 것보다는 자기랑 잘 맞는 문제집 하나만 붙들고 책이다 헤질 때까지 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책도 욕심이다. 단 몇 권이면 충분하다'는 무소유 정신의 법정스님이 들으시면 썩 좋아하실만한 얘기는 아니지만, 책은 대충 읽더라도 같은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 경제 분야 같은 경우 한 사람의 이야기만 듣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경제 상식이 별로 없어서 스테그플레이션이 뭔지, 금리 인상이 되면 우리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경제 분야 책들을 계속 읽다 보면 하는 얘기는 다 거기서 거기다. 기본적인 경제 지식이 쌓이고 나면 이때부터는 책 읽기에 속력이 붙는다. 아는 얘기는 술술 넘기면서 핵심 알짜배기만 골라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쓰는 입장에서도 핵심 알짜배기만 담자니 책 분량이 너무 안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하고 비슷한 사례를 반복해서 들기도 한다. 판례를 외워서 시험 치는 것도 아니니, 대충 쓱 읽어보고 필요 없다 싶으면 과감히 다음 장으로 넘겨도 된다. 괜찮다.


이렇게 읽으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버가 핵심만 요약해서 간결하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는 게 더 낫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요약본이 아예 안 읽는 것보다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책을 직접 넘기면서 읽는 것과, 남이 각색해서 요약한 핵심만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책을 직접 넘기며 어떤 챕터를 읽을지 말지 '선택'하는 것은 본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어떤 정보가 유용한지 아니면 그냥 쓱 훑어만 보고 넘겨도 될지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된다. 주체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사람은 남이 떠먹여주는 메시지보다, 주체적으로 생각한 이야기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의식'은 강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대충 보고 쓱 넘겼을지라도 우리들의 무의식에는 무언가 남게 된다. 대충 보더라도 비슷한 내용을 자주 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이해가 되고 내 걸로 만들어진다.


학창 시절 선생님들이 자주 하시던 말씀도 다 일리가 있었다.

'모르면 외워'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가더라도, 자꾸 보고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레 이해 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훑고 넘어가자.

이렇게 판단하면서 읽다 보면 확연히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다독이 가능해진다.





나는 밖에서 읽든, 자기 전에 읽든 책을 오래 잡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읽던 게 지루해질 즈음에는 집어넣고 다른 책을 꺼내던가 잠에 든다.

이 방법의 장점은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런닝을 할 때도 매일 무리해서 뛸 순 없다. 매일같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게 되면 달리기를 생각할 때마다 고통스러운 기억만 떠오르며 운동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이다. 가볍게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읽다가 다른 짓을 해도 좋다.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


의무감에 사로잡혀 한 번에 하나만 억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읽다 재미없으면 관둬라. 억지로 붙잡고 있을 필요 없다. 세상에 재밌는 책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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