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착서점 Jun 13. 2024

점 빼는게 쉬울 줄 알았지

점을 뺐다.

얼굴에 있는 7개의 점을 모두 뺐다.


뺀 김에 팔에 있는 점도 뺐다. 변화를 주고 싶었다. 나의 운을 좋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한 가지 문제가 터졌다. 점 뺀 곳에 붙이고 있던 재생 테이프 알러지가 올라왔다. 붙이고 있을 땐 괜찮았는데, 떼고 나니 그 부분만 시뻘겋게 부어올라와있었다. 


네모 자국 그대로.


뗀 뒤에 갑자기 이렇게 올라온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원래 내 몸에 안 받거나, 자극이 된 상태에서 수영장에 들어갔거나, 햇빛을 갑자기 받아 복합적으로 올라왔을 수도 있다.


발진이 올라오고 첫 날에는 무척 간지러웠다. 바로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웬걸 현충일이라 병원이 쉬었다. 


다음날이 되서야 병원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심하다'고 얘기해주었다.

자기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나는 의사 선생님을 탓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결국 접착테이프가 문제가 된거지 않은가.

어쩌면 나의 과욕이, 아니 나의 몸 자체가 거부한걸지도.


발진이 시작되고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엉덩이에 주사도 맞고, 알러지를 진정시켜주는 약도 착실히 먹었다.

그 사이에 최대한 햇빛을 안 보려고 조심하고, 자외선 차단제도 잘 발라주었다.

가장 신경 쓰였던 얼굴에 있는 자국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얼굴이 가장 회복력이 좋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팔에 있는 자국은 여전히 붉으스름하게 올라와있지만,

붓기는 많이 가라앉았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장 먼저 팔을 확인한다.

'오늘은 조금 옅어졌으려나...'


아직 멀었다. 여전히 붉으스름하다.


내 피부를 이렇게 정성스레 관리해보고 관심을 가져준게 어쩌면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팔에 피어오른 자국들이 하루빨리 화를 멈추고 주변 피부 조직과 조화를 이루면 좋겠다.


앞으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생애 처음 점을 빼고, 고생을 했던 이 나날들이.


인생의 흔적을 지우기란 이만치 지난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3년 만에 재개된 동원 훈련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