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창선 May 28. 2019

본질과 가치 : 그걸 왜 자꾸 찾으려고 해.

그것은 어딘가에 숨어있는 게 아니라, 이미 당신을 통해 드러나 있어요.


본질과 가치란 단어를 요즘 참 엄청나게 들어요. 제가 하는 일이 브랜드디자인이고, 주변에 온통 마케터, 디자이너, 기획자, 사업가들이다보니 저 단어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죠. 


본질과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아요. 그건 내 맘속에 있는 거거든요.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어떤 철학을 담고싶어해요. 음? 그건 좀 이상한 얘기예요. 철학이 있어서 제품이 나온 거 아니었던가요? 어떤 생각이 발단이 되서 제품을 만들었잖아요. 선후관계가 이상해졌어요.


본질은 애시당초 사업을 시작할 때의 내 마음가짐이 본질이예요. 

저는 29살 겨울... 계약직으로 2년간 근무하던 시립청소년센터에서 퇴사한 이후..이직준비를 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어요. 전 대졸도 아니었고, 자격증도 토익도 아무것도 없는 그냥 쌩서른이었거든요. 돈이 궁하고 취업이 안되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막 이런걸로 일을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처음엔 PPT 외주로 시작하면서 프리랜서로 일했어요. 그러다 맥북이 너무 사고싶은데 돈이 없어서... 지원사업에 지원하게 된 거에요. 청소년센터 있을 때 매일 하던게 사업계획서 쓰는 거였으니 사실 사업계획서 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디자인은 지원사업에 당선되고 내고 나서 처음 독학해서 공부를 시작한 거에요. 


핵개판이었죠.... 포토샵도 그 때 처음 배웠어요. 하지만...영업을 뛰던 가락이 있어서인지 클라이언트와 말이 잘통했어요. 클라이언트는 좋아하셨어요. 덕분에 소개건이 한 두개 생기기 시작했고...기업과 거래를 하게 되었는데 계산서 발행을 해야하니까 사업자를 내야했어요. 그렇게 '내 사업'이 시작되었죠. 


사실상 제 사업체의 본질은 '궁해서 시작한 곳' 이 맞아요. 여기에 자꾸 거품을 더해서 무슨 사회에 선한영향력과 어쩌고를 얘기하면 이제 거품이 되기 시작하더라구요.


다들 일을 시작하실 때는 어떤 생각이 있어서 사업자를 내셨을 거예요. 그럼 그 생각이 본질입니다. 그게 초심이고 기준점이예요. 나중에 일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게 많아져서 확장되거나 바뀔 순 있어요. 근데 자꾸 자신에겐 거창한 시발점과 계기가 있었던 것처럼 얘기해선 안돼요. 본인이 스스로 힘들어져요.




가치는 애시당초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구요. 


가치는 소비자가 느끼고 판단하고 지불하는 거잖아요. 사업자가 주는 것은 올바른 제품과 서비스이지 철학이 아닙니다. 그건 철학자가 할 몫이죠. 다만 제품과 서비스가 정말 좋은데다가, 제작동기에 소비자가 끄덕끄덕 거리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이슈가 되고 퍼져나가고 담론이 될 뿐이예요. 


일을 하면서 철학자가 되려고 하면 뭔가 장황해지기만 해요. 본질과 가치는 이미 여러분들의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이 되어있습니다.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상태가 된 본질을 다시 설명할 필욘 없다고 생각해요. 혹시라도 결과물이 부족하다면 결과물을 보완하면 될 일입니다. 부족한 점을 말로 채울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이런 생각은 사업자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해요.


'나를 찾는 것'

'나의 본질'

'나의 가치'


에 대해서 정의내리고 고민하는 과정이죠. 이것은 유사이래 인류에게 끊이지 않는 숙제 중 하나입니다. 자아실현과 자기발견에 대한 욕망말예요.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에선 가장 상위단계에 위치하는 고급욕망중 하나이기도 하죠. 제품과 서비스는 특정한 계기를 통해 발생했으니 그 본질이 꽤나 명확한 편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본질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쉽사리 찾을 수 없다는 것도 우리는 익히 알고있죠.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명확한 진실이 있습니다.


어쨌든 결과물이 여기 있다는 거. 탄생의 계기가 무엇이었든 '나' 라는 실체가 여기 존재하고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어떤 말과 행동을 통해 나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가고 있다는 사실이예요. 


 어떤 말과 행동을 통해 나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가고 있다는 사실이예요. 


이 지구상의 그 누구도 사람의 '본질' 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수 없어요. 

누군가 인간을 만들었다면 그 계기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겠죠. 직접 듣고 만날 수 있다면 말예요. 하지만 그런 날이 오기 전까진 사람의 본질은 '현재 너의 모습' 과 같은 의미일 거예요. 


마찬가지로 삶을 살면서 고민만 하려고 하면 뭔가 장황해집니다. 본질과 가치는 이미 여러분의 존재자체로 구현이 되어있죠.  부족하고 변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나름의 선택을 하면 될 일입니다. 우리는 매순간 말과 행동, 그리고 우리 주변의 수많은 사물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 우리의 본질을 증명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말예요.




그동안 기분벗고 주무시죠 매거진을 꾸준히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번 매거진은..제 두번째 책인 '기분벗고 주무시죠(웨일북)'의 출간기념으로 작성된 12편짜리 글이었어요. 책에 있는 한 꼭지 한 꼭지씩을 열어 공개해드린 것이죠. 물론 조금씩 변형된 부분이 있으니 책을 이미 읽으셨어도 색다른 재미가 있으셨을 거에요.(아닌가?)... 


이번 책은 에세이였어요. 저는 주로 비즈니스나 디자인얘길 했는데 왜 갑자기 에세이를 냈냐... 그 무렵 저도 제 삶을 좀 정리해봐야 했거든요. 그래서 '기분벗고 주무시죠' 는 밤마다 불안과 부담에 설쳤던 하루하루에 대한 일지와도 같아요. 


다소 거칠고 뇌피셜이 가득한 에세이지만... 한 문장이라도 여러분들에게 위안이나 동기가 되었다면 매우 행복할 것 같아요! :) 감사드립니당.


기분벗고 주무시죠는 전국서점 및 모든 온라인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http://www.yes24.com/Product/Goods/69623951?Acode=101



빠이 ㅇㅅㅇ/

이전 11화 암보험 :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기 시작하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