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딸라!(미만)
어릴 적 공사장에서 일할 때였어요. 2,3개월 정도 같은 현장에서 콘도같은 걸 뚝딱뚝딱 지었더랬죠. 당연히 아저씨들과도 2,3개월 내내 동고동락했을거구요. 공사장의 아저씨들은 대부분 소탈하고 순수해요. 너무 순수해서 좀 투박하기도 하고 소심할 때도 있어요. 현장마다 꼭 한 두분의 까칠하신 아저씨들이 계셨어요. 대답도 잘 안해주고, 인사도 안받아주고, 말수도 별로 없으셨죠. 그 때 당시 저는 어딜가도 항상 막내였으니 중요한 일을 시키지 않았어요. 이거 옮겨 저거 옮겨 가져와 내려놔 저 분 가져다드려. 이런 정도였죠.
그 날은 날이 좀 이른 추위가 찾아온 날이었어요. 실내작업을 진행하긴 했지만 공기 자체가 차가워서 장갑을 껴도 손이 좀 얼기 마련이었죠. 어제 번 7만원중 1만원을 떼서 핫팩을 한 박스샀어요. 다음날 새벽에 현장도착해서 핫팩을 나누어드렸어요. 특히 그 까칠한 아저씨는 실내작업 중에서도 창문쪽에 주로 계셨어서 두 개를 더 챙겨드렸어요.
그 날 새참을 먹을 때였어요.
아저씨가 절 힐끔보시더니 반찬으로 나온 빨간소세지를 턱! 얹어주며(정말 그냥 턱! 얹어주셨다는..)
'아나 먹어라.'
(여기서 '아나'는 전라도 사투리예요.) 그리고 새침하게 다시 밥을 드셨어요. 그리고 일 끝나고 아저씨 트럭에 타고 집 근처에 내리게 되었어요.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 내리는데, 아저씨가 만원을 주시는 거예요.
'거 뭐 쪼그만 놈이 얼마나 번다고 돈을 쓰고 그라냐. 여 가지고 목간(목욕탕)가서 뜨끈하게 지지고 자라잉.'
그리고 쿨하게 사라지셨죠.
느낀 것이 있어요. 마음은 등가교환이 아니예요. 1천원짜리 핫팩을 3개 드리면 분홍소세지와 목욕탕값으로 돌아와요. 거창하고 멋지게 마음을 포장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원래 사람의 마음이란 건 정제되지 않잖아요. 마음을 받는 사람은 상대방의 행위자체에 더해서 그 행위가 태어난 곳을 바라보게 돼요. 그 시선이 더해져서 나에게 돌아오기 마련이죠.
수족이 냉채족발인 친구에겐 따따시한 온열팩을
미팅이 잦은 친구에겐 스벅 기프티콘을(좀 지겨움)
그냥 오랜만에 생각난 친구에게도 작은 머리핀
왠지 감사하지만 한사코 손사래치는 사람에게도..아주 작은 선물을
해보도록 해요. 사람이 행복과 감사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비용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