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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May 07. 2019

자존감 : 선물에 감동받는 건 포장지가 예뻐서가 아니다

우리를 속이는 '자존감'이라는 단어.


20대에는 후회되는 일이 너무도 많았어요. 처음 사는 인생이니 실수도 하고 잘못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성숙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드는 사건들이 있죠. 돈을 잃거나, 일을 하다 실패하는 건 그리 큰 부분이 아니에요. 돈이야 애시당초 나에게 없던 것이니 (태어날 때 돈쥐고 태어나진 않잖아요.) 1원이라도 있으면 덤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덤이 많으면 더 좋겠죠..) 


내 손에 있던 걸 놓치거나 망가뜨리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기억들은 꽤나 오래가기 마련이죠. 특히 마지막까지 결국 미안하다는 말도 못한 채 연락이 끊겨버렸다면 더더욱 말이예요. 


20대 초반에 전 상당히 거칠고 사나웠어요. 그 내면에는 인정욕구가 가득했고, 더 깊숙히는 불안과 슬픔이 있던 것 같아요. 왠지 이렇게 소리를 높여서 나를 표현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내가 잊혀질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었죠. 그래서 어디가서든 인정받고 싶어했어요. 실제 실력이 안된다면 거짓말을 치거나 그럴싸한 말로 꿈을 포장하기도 했어요. 

와장창....

25살까지는 누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지구의 북극부터 남극까지 종단하는 거라고 말했어요. 뻥이예요. 그냥 탐험가와 모험정신, 돈없이 무전여행, 몸뚱아리로 개고생하는 세계여행이 청춘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대변하던 시대였거든요. 한참 그런 책들이 나오고 그런 분들이 강의를 하고 막 그랬었어요.



그래서인지 


'내가 지금 돈이 없고, 내가 지금 빌빌대며 바닥을 기고있는 것은 단지 세계여행을 하기 위한 발돋움일 뿐이다! 난 돈이 없이 살거야! 그게 멋지거든!'


이런 식의 망언을 일삼았죠. 물론 그런 탐험가의 삶이 나쁜 게 아니예요. 실제로 그럴 맘이 없으면서 현재를 감추고 포장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죠. 지금 내가 당신들보다 못난 이유를 최대한 멋지게 꾸밀 수 있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죠. 1시간만 같이 일해봐도 그 사람의 실력이 들통나기 마련이예요. 제가 만든 허상과 현실사이의 괴리만큼 추락하곤 했어요. 자괴감과 우울감에 허덕였고, 그 때마다 제 몸을 괴롭히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독한 말로 상처를 주곤 했죠.


세상이 왜 날 알아주지 않는가에 대해 원통해하고 절망했었어요. 그냥 이대로 난 사라져버릴 것 같았거든요. 내가 나를 지킬 힘이 없었던 거예요. 누군가의 인정과 사회적인 지위와 명함과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나를 발견했던 거죠. 


그들의 칭찬과 말조각들이 나를 이루고 지탱하고 있었던 모양이예요. 하지만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쉬이 사라지는 것들이죠. 그래서 끊임없이 무너져내리지 않기 위해 칭찬과 인정을 갈구했어요. 그건 상대방을 엄청 지치게 만드는 거예요.


물론 모든 사람은 인정욕구가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칭찬을 바라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인정받지 못했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해요.


전 인간관계에서 조금만 실수하거나 잘못되어도 도망쳐버리곤 했어요. 누군가 제 거짓꿈을 간파하고 직언을 해주면 도망쳐버렸어요. 그 사람이 무서웠거든요. 그리고 다른 커뮤니티에 가서 새롭게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그렇게 잠수와 도망으로 일관하다가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빼액 물어버렸던 거죠. 

잠수와 도망

그렇게 많은 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던 것 같아요. 이제 와 느끼는 건데, 자존감이란 건 '나를 높이는 힘'이 아닌 것 같아요. 진정한 자존감은 오히려 '빈틈과 상처'까지 나로써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진정한 자존감은 오히려 '빈틈과 상처'까지 나로써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난 세상의 중심에 선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사랑하는 누군가의 옆에 서있는 한 명의 사람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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