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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May 27. 2019

[제작기]'딱 6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프로젝트

귀여움과 깔끔함을 동시에 잡아보쟈.

이번 의뢰는.


프로젝트 브랜드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았지요. 


'무엇에 관한 프로젝트이지용?' 



"요즘에 퇴사와 회사싫어, 도망가자, 안해... 이런 테마의 콘텐츠가 되게 많잖아요. 하지만, 정작 우리의 삶은 '일'과 떼어놓기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일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일을 '벌이는 사람들' 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일의 중심은 회사가 아니라 서서히 자신으로 옮겨지는 듯 하거든요. 본인의 의지로 일을 만들고 주체적으로 일하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구요."




라고 하시더군요. 죠은 프로젝트다 싶었습니다. 저는 죠은 프로젝트를 좋아해요. 그리하여 상세내용을 받게 되었죠. 일단 이 프로젝트는 '20개 이상의 영상제작'과 '출간도서1권', '크라우드펀딩 리워드용 굿즈'를 제작하는 게 주요과업이었어요.


영상은 다른 분이 담당하기로 했고, 애프터모멘트는 메인컨셉과 굿즈제작을 담당하게 되었죠.


우선 제목을 정하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두 개 이상의 일을 한다

일의 중심을 나로 옮긴다

일의 주도권을 표현한다

너무 퇴사콘텐츠스럽지 않은 표현으로


그러면서도 적당히 자극적이면서 적당히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했어요. 특히 이건 영상과 출간물로 나오는 거라, 일반로고와는 조금 결이 달랐달까요. 제목어그로 후킹포인트는 종이 한 장 차이라 자칫하면 그저 관종나부랭이로 전락할 수도 있거든요. 톤을 잘 맞추는게 중요해요.




굉장히 낡은 화석 느낌의 상투냄새 가득나는 워크포미. 하지만 이걸 또 의외로 좋아들 하셨어요.. 기시감이 쩔고 금방 이해되고, 직관적이고 ..등등.. 가장 단순한 게 또 가장 매력적이기도 한가봐요.


아이워크.. 아이로봇 생각나는 이것은 '나와 일' '나는 일한다' 이런 중의적 의미를 한꺼번에 담았어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직관적이지 않고 아이로봇스러워서 탈락


슬래셔는 '슬래쉬(/)'에 '-er' 을 붙인 형태에요. 그러니까 '디자이너/놀이전문가' 이렇게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겸업으로 지니고 있는 분들을 뜻하는 신조어래요. 처음에 오와! 이거 쩌는 개념이다....라면서 다들 흔들렸으나 새로운 것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가 걱정되어 보류


마지막은 '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였어요. 제목으론 긴 것 아니냐...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책제목과 영상제목을 염두해 두었을 때... 최근의 트렌드인 문장형제목을 반영하기도 하고, 회사에 얽매여 다니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일을 조절하는 느낌을 주기도 해서,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제목이에요. 다만 약간..'퇴사권하는 느낌' 의 널리고 널린 에세이집 같아질까봐 걱정이 들었죠.


결국엔, '딱 6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로 선정되었습니다. :)



우선, 너무 강렬하진 않지만 충분히 눈에 들어올만한 붉은 색계열의 색을 메인컬러로 잡았어요. 2019년 팬톤컬러인 리빙코랄 보다 좀 더 채도가 높은 색으로 잡았죠. 원래 코랄 자체가 생동감(그래서 입술에 코랄코랄)을 나타내는 터라.. 좀 더 활기찬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포인팅'할 수 있는 색이어야 했죠. 인접색중에서 채도가 높은 색으로 채택하였답니다.


세로쓰기를 원하셨어요. 영상의 우측상단에 썸네일로 걸리기에도 좋고, 책표지로도 쓸 수 있도록 말이죠. 따로 폰트를 쓰진 않고 기본 꼬딕씨 베이스라인에서 변형해서 하나하나 획으로 글자를 만들었어요. 이 과정에서 자간, 행간 등 정렬하는 게 까다롭더라구요오와어라우린피ㅜ이ㅣㅍㄴㅇ.....ㅠㅠ



그리고 키컨셉을 잡았어요. 6시 땡! 되는 시계와 일직선이 된 시계바늘이 마치 벽?..내지는 문과 같은 느낌을 주는 형태로 말이죠. 살짝 발을 안쪽으로 넣어서 그곳에서 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영상인트로에 삽입될 것을 감안해서 가벼운 모션을 만들어보았답니다. 자박자박 걸어가는 느낌으로 말이죠. 막 24프레임정도로 만들어서 디즈니모션을 만들까도 했지만..그건 굉장히 에바고 용량도 많이 차지하는 터라.. 6프레임으로 정리하였습니다.



토박토박, 토박토박 걸어가요.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브랜드 가이드를 짜잔 완성했답니다. 책 표지는 몇 개의 후보군이 있었어요. 사실 이 메인컨셉이 잡히기 전에 나온 것들이긴 하지만..다음과 같은 아이들이었죠.





하지만, 너무 독립출판 스럽지 않은 느낌을 가져가야 하니까..고민하던 도중 아래 시안으로 최종 결정이 나게 되었어요. 물론 실제로 출판제작을 하면 조금 바뀔거에요.



그리고 영상에 삽입될 가이드를 제작하고, 영상에 실제 적용되는 것을 보며 수정이 진행되었어요. 아니 좀 더 오른쪽으로..아니 조금만 더 왼쪽.어어어..그래 조금 더 아래로..등등.. 실제 유튜브영상을 웹으로 보는 경우와 모바일로 보는 경우..또 페이스북이냐 인스타냐 등등에 따라 조금씩 잘리는 부분이 다른 터라 일괄적용하기 쉽지 않더라구요. 어느 정도 편집자의 유도리가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유도리 땡큐!


https://www.youtube.com/watch?v=ilSVv5C77Bo&t=57s

그렇게 해서 영상 짜잔!!! 메인컬러로 강조점, 자막박스, 프레임 등등 일괄적으로 통일감을 주어보았어요. 하지만 또 너무 각잡힌 듯 통일되면..시리즈가 반복될수록 지겨워질 수 있거든요. 눈에 거슬리지 않는 오브제들에만 슬쩍슬쩍 신경썼어요. 그리고 이제 대망의 굿즈 :) ㅎㅎㅎ 메인리워드는 '책' 인지라 부수적인 리워드가 될만한 작은 소품이를 마련했죠. 


바로...핸드폰에 붙여서 쓸 수 있는 그립톡과, 그립톡과 연동해서 핸드폰 뒷면에 챡챡 붙이고 놀 수 있는 2종 스티커! 그립톡은 9 to 6 를 나타내는 원형프레임에 시계분할점을 넣고 갑자기 귀요미가 튀어나오게 했어요. 6시가 되면 나는 가네~ 라는 느낌이랄까요.


핵귀여워!!

물론 이것은 아직 제작중이랍니다. 실제로는 A5사이즈 2종으로 진행될 거에요. 저 귀엽고 소세지같은 아이는 위에서 보셨던 키컨셉의 여자주인공이랍니다. 인간의 형태를 날리고 귀여움모드로 전환한 것이지요. 빨간 머리로 컨셉을 유지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가급적이면 중성적인 느낌을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현재 이 프로젝트는 텀블벅에서 열심히 펀딩중에 있습니다. 저는 58,300원 짜리를 펀딩했습니다. 당연히 제가 만든 스티커와 그립톡, 책표지가 가득하니 저는 그렇게 펀딩을 할 수 밖에 없었죠. 여러분들께서도 제가 만든 스티커를 뜯어붙이며 손끝의 귀여움을 느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https://www.tumblbug.com/6pm/?utm_source=facebook&utm_medium=share&fbclid=IwAR2E3Vsv78L6izzy9jHNxcCrnhXUIQ_Y1Kw1pP5B_Gtz8_dI3TbrH9xdwUQ


이번 프로젝트 디자인은 매우 흥미진진 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사이드잡으로 삶과 일을 일치시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영감을 받기도 했구요. 나의 일의 중심은 나를 향해있나...를 다시 고민해보게 되더라구요. 추후에 7월경에 책으로 정식출간되면 꼭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의 주인이 되어 즐거운 일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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