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CM STORE <브런치 토크 :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보자(아련)...브런치 작가가 된 것은 2015년 경이었나... 그러니까 거의 브런치가 갓 나왔을 무렵 작가신청을 했더랬죠. 그 때 쓴 글은 꽤나 진지한 글들이었던 것 같아요. 핵노잼. 그 후 몇 번의 글을 더 썼지만 아무도 라이킷을 안해서 상처받은 영혼이 되어 구천을 떠돌다가 2017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제가 너무 글을 잘 써서 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뭔가 빵 터지게 되었고... 덕분에 수많은 기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간략하게 적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단...구독자가 막 13,000명 되버렸습니다. 13,000만큼 사랑해요.
누적340만뷰 무엇?..
5회 브런치북에서 금상타서 용돈도 받았구요...
NHN위쥬랑, W컨셉네 회사에 기고도 했고...
KBS오피스 시트콤 '회사가기싫어' 에 출연도 했더랬습니다. 출연료도 받았어요. 우왕
2018년 C페스티발에 연사로 서기도 했고
플래텀, 매일경제 등 기사도 우르르 나갔고...
'디자이너 사용설명서(부키)' 출간했고...
'기분벗고 주무시죠(웨일북)' 출간했고...
카카오에서 강연도 했구
부산콘텐츠코리아랩에서 섭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강연..뭐 기타 등등 손가락발가락 정도 강연한 것 같아요. 오지죠? 저도 오진다고 생각해요. 물론 요즘은 강의를 좀 줄이고 있어요.. 사실 이제 뭘 말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이번엔... 트레바리 클럽장이 되었고
3번째 책 계약을 마쳤죠.
그리고 무엇보다 브런치 덕분에 제 회사 매출도 펑펑 뛰어버렸어요. 단가도 달라졌죠. (돈은 짜릿해)
브런치는 뭐랄까 제게 있어선... 굉장히 감사한 곳이 아닐 수 없어요. 그래서 이번엔 팬심을 담아 29cm와 함께 콜라보한 브런치토크에 신청해보았습니다. 예전에 카카오에서 뵀던 오성진 파트장님이 연사로 나오시는 행사였어요. 가서 알현드리고 성은이 망극하다를 표현하고픈 마음에 지옥의 3호선+2호선 조합을 뚫고 강남역에 도착했습니다.
브런치의 탄생과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에 대해서 얘기해주시겠다고 했어요. PPT가 100장이 넘는다고 해서 온몸에 구스범스.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느끼며 토크가 시작되었습니다!
초기 맨유 블로거로 활동하던 오성진 파트장님은 10년 넘게 여기 계셨다고 해요. 그러니 음 나이가...가만보자... 오씌. 그대의 피부는 대체... 갈색병으로 세수라도 하시는 건가. 여튼. 시작은 이러했대요.
다음카페의 넥스트 버전을 만들어보자.
지엄하신 명령을 받을어 초기에 '캠프' 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해요. 모여서 '야 카페 만들자' 하면 바로 만들 수 있는 핵인싸서비스였죠. 근데 사실 들어본 적이 없었어.... 아니나 다를까.
망했어요. 런칭한 지 3주만에 빠른 손절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부모님이니까 이 때 A-Z를 경험하면서, 내공을 쌓으셨나봐요. 지력과 전투능력치가 향상된 파트장님께 두 번째 미션이 떨어졌어요. 수락하시겠습니까? 보상 : 대박의 서 +3
넥스트 블로그를 만들어보자.
2014년. 이 때 대세는 스낵컬쳐였어요. 빠르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피키캐스트가 선방을 우와아아 하던 시기였죠. 막 피키가 우주복 입고 온 세상의 짤을 모으며 창고대방출 하던 시절이었어요 저작권이 어쩌네저쩌네하면서 이슈가 있었지만, 대중들은 와씨 저거 뭐냐..미쳤다를 외치며 힙함에 젖어버렸죠.
스낵컬쳐가 겁내 대세라면...대신 우린 깊은 생각을 담아보자라는 생각으로 브런치가 시작되었어요. 이건 무슨 패기일까요. 거의 여포가 따로없음이다.
'우리는 좋은 글이 가지는 힘을 믿습니다.'
라는 슬로건으로. 시작을 한 거에요. 근데 시작을 하면 뭐해요... 이제 구체적인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보통 실무단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아이디어를 냈던 과거의 내 자신을 꾸짖게 되고, 회의실 문은 요단강 같고 그래요. 그러다 사이먼시넥의 테드강의 와이하우왓 동그라미 영상을 봐버린 거에요. 안보신 분은 아래 영상을 보세요. 한 때 모든 대표님들의 잇와칭콘텐츠 중 하나였어요. 이거 안보면 어디가서 얘기도 못했음.
https://www.youtube.com/watch?v=1YBzDZEr_GE
그러면서 왜 여기에 글을 써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왜 써야 하는가..왜 왜왜왜?! 왜
왜오애ㅗ애ㅗ애ㅗ애ㅗ애ㅗ애ㅗ애!!!!!!!!!!!....................
이 '왜' 라는 것은 책상앞에서 만들어지지 않아요. 직접 현장을 가봐야 알 수 있죠. 그래서, 직접 글쓰길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문제들을 수집했다고 해요. 오아시스 원칙을(OASIS) 통해서 말이죠. (관찰Observe 질문Ask, 경청liSten, 통찰Insight, 놀람Surprise) 중간에 리슨이 좀 억지스럽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해요.
이렇게 알아보다보니..온라인에 글 쓰는 사람들에겐 3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1. 공간을 다 꾸며야 하니 미칠 것
2. 글만 써도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사진압박
3. 사진 많이 넣고싶은데 스압 무서워요.
꾸미고, 사진넣고, 예쁘고... 이런 것들에 걸리적거리지 말고 글에 집중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솔루션을 내본 것이죠.
1. 돋보이는 효과를 더해요.
2. 불필요한 것들을 지워요.
3. 모바일 호환성을 채워요.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온갖 실험을 해본 거에요.
대부분 잡지를 보아하니...커버와 이미지가 하나네? 레이아웃은 막 색다르네? 단을 나누고, 콜라주를 할 수 있게 해보았어요. 커버를 전체페이지로 늘릴 수 있게 했어요. 간지 터지니까요.
그리곤 이런저런 개발과정을 거쳐 대망의 시연날이 다가왔어요.
일반 블로그 글을 브런치에 옮겨 담아봤어요. 난리났어요. 이것이다. 쩐다. 오진다. 등등 내부의 반응이 뜨거웠죠. 그리고 필요없는 기능들을 우르르 지워버렸어요. 네이버블로그는 뭐가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워요. 배불러 죽겠는데 계속 먹으라고 내미는 인심넘치는 집 같아요. 그래서 단촐한 일본가정식처럼 만든 것이에요.
시작은 짠! 하고 시작을 했지만.. 저번처럼 빠른 손절을 겪어선 안돼요. 그러니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보아요.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에요. 사람들은 책 만들길 좋아해요. 자기 책을 만들고 싶어 우와아아아아 하고 있답니다. 여러분도 그렇죠? 내 이름으로 된 책 나오면 어때요? 맞아요. 자기 책 표지 프린팅된 반팔티 입고 다니고 싶을 거에요. 그런 니즈를 반영한 것이죠.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어! 진짜 책을 만들 수 있다구!! 석기시대처럼 출판기획안 30장씩 만들어서 출판사 문두드리고 다니던 시대는 지났어!' 라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새로운 시도에는 항상 오프닝 빨이 중요해요. 그 때 용맹한 호랭이처럼 등장한 강력한 존재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장티거'였어요. 장티거님의 퇴사콘텐츠(거의 퇴사계의 시조새)가 브런치북 대박을 터뜨리면서 브런치북 프로젝트의 시발점을 멋지게 끊게 되었죠.
처음엔 브런치팀 내부에서 심사를 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제 보는 것이 많아지니 서서히 취향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이래선 공정성이 흔들려요. 그래서 5회부턴 멘토님들을 두었던 거에요. 강원국작가님, 김종관감독님, 신기주편집장님 등이 함께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 좋은 글을 발굴하기 위해 애써보았어요. 그 결과는 엄청나게 엄청났어요. '90년생이 온다'도 이 때 시작된 것이었어요.
6회 땐 출판사가 직접 동참했어요. 베스트셀러를 만든 10인의 에디터를 모셔와서 직접 진행했던 것이죠. 이 때 김버금 에세이스트님, 라디안(고등학생)님, 비오작가님 등등이 수상을 하게 되었답니당. 링크를 직접 걸려고 했으니 싫어하실까봐 걸지 않았어요. 직접 찾아 들어가보도록 해요.
위클리 매거진도 시작했어요. 박원순 시장님도 매거진 작가가 되었어요. '몰라서 물어본다'(https://brunch.co.kr/@wspark) 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저도 꽤나 재미있게 읽었던 매거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공부머리 독서법, 회사체질이 아니라서요 등등이 위클리매거진을 통해 등장한 책들이에요. 소름돋죠? 서점가면 누워있는 애들 말고 막 꼿꼿히 서서 우릴 반기는 위대한 책들이에요. 제 책은 누워있어요. 슬퍼..하 쏘새드. 위클리를 요일별로 쪼갠 이유는 마감의 압박을 선사해드리기 위함이라고 했어요. 데드라인은 마법과 같아서 순간적으로 능력치를 뻠삥시켜주죠. 훌륭한 전략이에요.
오프라인 행사도 만들었습니다. 정문정 작가님의 저자 행사, 일러스트 작가님(리모작가님)을 모셔서 드로잉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이유미 작가님과 에세이 쓰기(글의 맛)만남도 있었다고 합니다. 난 왜 한 번도 못갔지? 사는 것은 그래요. 원한다고 다 갈 수 있는게 아니에요.
카카오 내부에서도 크리에이터스 데이를 직접 진행하면서 다양한 브런치 작가님들을 모셔서 토크세션을 만들었죠. 이제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해서 C페스티발을 2년 연속 진행했어요! 저는 2018년도 C페스티발에 나갔었죠.
그리고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어요. 오늘 같이 29cm와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하고, 트레바리와 콜라보해서 진행하면서 자까님들이 실질적인 수익을 만들 수 있게 했어요. 수익은 언제나 짜릿해요. 그런 시도는 언제나 환영이고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그렇게 해주세요. 더!! 강렬하게!! 많은 수익!! 하앍!
그리고 심지어 오늘은...
넷플릭스와 콜라보를 하기로 했대요. 브런치의 무비패스는 시사회 기반으로 영화에 관련된 글을 작성하는 콘텐츠였어요. 하지만 서울에 국한되는 아쉬움이 있어서 좀 더 넓은 가능성을 만들어보려고 한 것이죠. 솔직히 이건 좀 소름이었어요. 네쁠릭스라니...블랙미러 리뷰하고 싶어.... 기묘한 이야기 리뷰하고 싶어... 버드박스도..
지금은 이런 활발한 달리기로 브런치 출간 책만 1,500권! 중간에 제 책도 있네요? 깨알같이 넣어주셔서 감사하는 바입니다.
앞으로의 행보는 심플하고 놀라워요.
일단 가장 먼저 있는 행사는 서울국제도서전(6월)이에요. 아름다운 부스로 찾아간답니다. 얼마나 아름다울 지 기대중입니다. 그리고 브런치북6회 대상 수상작 출간이 곧 진행되고 심지어 표지작업은 매거진B와 함께...(조수용 대표님 킹갓..).. 하아 솔직히 이건 좀 부러웠어요.
그리고 브런치의 글들을 하나로 묶어 '완성작' 으로 만드는 새로운 포맷의 매거진으로 리뉴얼 될 거라고 합니다. 아주 뾰족한 주제와 기획의도에 맞춘 글을 작성하는 것이죠. 글 순서도 재배열하고, 프롤로그와 표지 등을 갖춰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대요. 지금 칼갈고 있는 사람들 몇 있을 거에요. 오픈만 하면 아주 아프리카물소떼 마냥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달려들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걸 만들면 드디어..베타(beta)가 떨어져요. 어어엉어어어엉 5년만에.ㅠㅠ...축하해요. 얼른 떼버려 제발 좀...
브런치 작가만 현재 25,000명이라고 해요. 기획자가 제일 많대요. 심지어 스윙스도 기획자라고 했대요. 스윙스 브런치 작가에요.(스웩 무엇?) 에이핑크 정은지님도 브런치작가에요. 대박이었음.. 앞으로도 작가의 수는 꾸준히 늘어나겠지만...사실 걱정이 있기도 했어요. 언젠가 브런치도 광고판으로 변해버리진 않을까. 획일화된 콘텐츠만 그득그득해지진 않을까. 등등의 불안함이 있었는데.
오늘 얘길 들어보니 브런치팀은 상당히 철학이 있어요. 고집있어요. ..어데....최씹니꺼?
광고글이나 아니다 싶은 작가들은 애시당초 픽하지 않는대요. 진짜 깊이 있는 글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려고 다들 영혼과 육신을 갈아넣고 있는 것이에요. 옵셔널한 기능도 넣어볼까 고민했지만 '꼭 필요한 것만 남긴다.' 라는 원칙을 지키려고 일절 배제하고 있다고 해요. 좋은 고집이에요. 브런치 추천 알고리즘도 점점 고도화되고 있대요. 몰랐는데, 표지사진까지도 분석한다고 하네요. 와..21세기다 21세기여...
대답 잘 한 행운의 주인공은 라이언 몽실몽실 인형을 득하시고.. 오늘의 토크는 끝이 났어요. 약 90분 가량의 시간이었는데 30분은 QnA가 빗발쳤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궁금한 게 엄청 많았나봐요. 그만큼 애정과 관심있는 플랫폼이란 얘기겠죠.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꾸준히 그리고 완성된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죠. 하지만 여기에선 가능해요. 게다가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요.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생각을 공유하는 역할 이외에도... 글로 나를 표현하는 감정적 탈출구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에요. 수치경쟁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수치도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는 얘길 듣고 진심 배려킹이구나 싶었습니다. 새로운 독자들을 유치할 생각은 없느냐란 질문엔... 겁내 단호박처럼 '우린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이 되겠어요.' 라고 하셨는데...아..약간 찡했다.
더 멋지게 성장할 (그리고 베타 좀 뗄) 브런치를 기대하며, 저도 좀 더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적어볼 생각입니다 :) 계속 그 철학을 지켜주세요.
오늘 브런치 토크 후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