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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ug 28. 2019

[제작기] 이 세상 텐션이 아니다. 클래스101

클래스101과 함께 일해본 썰 풉니다.

얼마 전 클래스101과 함께 일해보았습니다. 요즘 매우 핫한 기업이자, 젊은이의 양지같은 곳이죠. 일단 미팅하러 들어간 순간 격렬한 하이텐션과 간식공격에 이것은 몰카인가? 싶었습니다. 클라이언트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클래스101은 크리에이터(그러니까 손으로 조물락거려 무언가를 만드는 분들이 주를 이룹니다.)들을 동영상 강의가 모여있습니다. 동영상강의는 매우 친절하고 때깔좋은 영상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취미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능력을 가르치며 돈을 벌고, 배우는 사람은 친절한 영상으로 차근차근 따라해볼 수 있습니다. 같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세상의 모든 취미가 잔뜩 모여 있습니다. 여러분도 취미가 없다면 일단 들어가서 스크롤이나 한 번 내려보세요. 어느 순간 아이패드를 사고있거나, 밀가루 반죽 하고 있는 두 손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커뮤니케이션자료 디자인' 이었습니다. 크리에이터와의 미팅, 섭외가 많은 터라 그들에게 전달할 자료들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유인물이나 리플렛 등을 잘 보지 않습니다. 목이 터져라고 설명해도 소용없습니다. 전달한 리플렛으로 종이비행기나 접지 않으면 다행이겠네요. 뭔갈 듣고 배우는 입장이 되는 순간 우린 모두 학창시절로 회춘합니다. 그 시절 그 내면의 흑염룡을 부활시킵니다. 산만하고 정신없고 기억도 못하고 엉엉 울며 떼를 쓰죠. (잠시 이마 좀 짚)


이러한 고충은 모든 영업기반 회사들의 공통된 슬픔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디자인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 한 번 실험해보기로 했습니다. 소개서와 가이드, 메일양식 등 다양한 핸드아웃 자료들을 만드는 것이었죠. 기존의 모습부터 이러했습니다. 


기존 회사소개서가 막 엄청 보노보노다. 이건 파멸의 장표다.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깔끔했고, 좀 뭔갈 다듬으면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비자의 언어로 써진 것도 개인적으론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이드와 개설과정은 좀 간소화시키고 깔끔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수님의 사회학강의 자료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처음보는 사람들은 자칫 아련한 캠퍼스의 추억을 떠올릴 것 같았습니다. 


일단 일을 시작하기 전에, 실제로 미팅을 한 번 해봤어요. 일종의 몰카....랄까요. 제가 크리에이터인 척 하고 실제로 어떻게 미팅을 하고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는 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두 팀장님들이 희생양이 되어 저에게 훌륭한 소스를 주시게 되었죠.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찡긋.


일단 자료가 너무 빽빽하고 내용이 너무 많아서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서로 지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온통 텍스트와 뭔지 잘 모르겠는 이미지였던 터라... 이런 것들을 좀 깔끔하게 정리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샤사삭 바꿨습니다. 일단 큰 대제목들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두 컬러로 각각 크리에이터와 소비자챕터를 구분했어요. 놀라운 건 클래스101 인지라 그리드 짤 때 101px 기준으로 쪼개보았답니다. 아무도 모르는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부분이죠. 대부분은 핸드아웃보단 PDF전달이 많을 것 같아서 사이즈는 1920*1080으로 제작했고, 핸드아웃용은 A4 가로사이즈로 따로 리사이징 했습니당.


핸드아웃 자료는 이렇게 이쁘게 뽑아가지고. 샘플로 전달해드렸어요. 이 때 사용한 종이는 마쉬멜로우지였는데 핵두껍고 퀄리티 오지는 데다 엄청나게 비쌌어요. 좀 에바였죠. 담부턴..좀 날창날창한 종이로..샘플만들어야짐... 


크리에이터 미팅할 때 활용할 자료들도 만들었어요. 원랜 한 번에 1시간 넘게 얘기하던 걸 좀 쪼개서 1,2차 미팅으로 분리시키려고 했어요. 처음엔 인사만 하고 간략한 서로의 스토리만 들은 후 수요조사 결과보고 2차 계약미팅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었거든요. 소개팅했는데 처음 만나자마자 나의 어린시절 은사님 얘기까지 털어놓는 건 상대방이 좀 부담스럽잖아요. 첫만남에 모든 걸 쏟아붓기보단, 이렇게 쪼개보자!~ 라는 느낌으로 2장으로 만들어봤습니다. 귀여움.

클래스101 아이콘도 만들었는데. 제가 만들었지만 참으로 귀엽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론 개설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가이드를 만들어봤어요. 이건 A4사이즈 3개를 가로로 붙여서 길죽하게 만들었어요. 첫단계부터 마지막단계까지 펼쳐서 볼 수 있게 말이죠. 뭔가 대장정같은 느낌도 있고, 오우씨 나 뭐 대단한 거 하는거같아! 라는 느낌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깔끔....


하지만 스타벅스에서 미팅하는데 가뜩이나 좁은 원형테이블에 이렇게 길죽한 걸 들고 말할 순 없잖아요. 이걸 다시 쪼개서 태블릿/랩탑용으로 리사이징 했습니당 :) 요렇게. 이건 실제로 함께 보면서 얘기할 거라 자세한 내용보단 '아 이제 무엇을 말할 거에요!' 라는 아젠다 위주로만 정리를 했답니다.

이렇게 핸드아웃 자료를 정리했으니, 메일양식도 한 번 만들어볼까요? 심심한 날 친구가 필요한 날 나는나는 푸터를 만들죠~


이런식으로 깔끄미한 첨부이미지를 만들어가꼬, 메일을 열자마자 오우야 소리가 나오게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줄바꿈 안되서 한도끝도 없이 모니터에 지평선을 만드는 것보단, 이렇게 세로로 길게. 모바일에서도 보이는 폰트사이즈로 바꾸는 것이 더 깔끔하겠죵?


이 일을 하면서 3,4차례 미팅을 진행하였는데. 갈 때마다 간식폭포에 다이어트고 나발이고 다 때려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아예 놀러가면 환호성이 나오는 데 간혹 이곳은 멀티유니버스의 어떤 다른 평행우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지연 대표님 얘길 안할 수 없는데, 대표님은 텐션의 중심이지만 일할 땐 안시성주같습니다. 갑옷입히고 칼만 들면 고구려장수감임. 첫 미팅 때 카리스마 오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디자인만 떨렁 해주고 가면, 어떻게 활용할 지...이게 당최 뭔지 알 수 없으므로. 전 MD와 PD님들 대상으로 리뉴얼된 디자인물 활용법과, 영업할 때 어떤 식으로 스타일을 가져가야 하는 지. 애티튜드와 마인드셋,고충들어주기, 롤플레잉까지. 3시간씩 4회 진행해보았습니다. 한 번만 더 했다간 서로 부둥켜안고 소주잔을 기울일 것 같아서 4회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내년엔 이렇게 영업하는 디자이너로써 좀 더 많이 일해보려고 해요. 


ㅎㅎㅎ 이 디자인 프로젝트가 끝난 후 저는 클래스101의 크리에이터가 되었답니다. 촬영기와 실제 강의오픈 소식은 곧 전하도록 할께요. ㅎㅎㅎ 약간 뭐랄까... 일하다가 팬된 느낌?


이상으로 저 세상 텐션에 함께 일하는 저조차 팬티젖게 한 격렬한 기업 클래스101과 일해본 썰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다아..빨리 취미 배우고 어?... 딱 재능가지고 이렇게 돈도 벌고 하세요. 얼른. 클래쯔101과 함께.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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