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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Nov 03. 2019

1.파리에 왔지만 에펠탑은 일단 건너뛰고

찌와 레의 산티아고는 언제나 흐려

들어가는 글


아오 이놈의 롤리키보드가 적응이 안돼서 영 자세히는 못쓰겠습니다. 줌간중간에 오타와 띄어쓰기가 안된 곳이 많지만 른 마음으로 양해부탁드립니다. 저는 레를 담당하고 있는 예민한 남자사람입니다. 제 여자친구는 찌를 담당하고 있는 망각요정이죠. 우린 개인사업자입니다. 저는 5년차, 찌씨는 8년차죠. 이것은 올해도 11개월간 아주 열심히 (죽도록)일하고  달 간 걷기로 한 저희 커플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입니다.  


현지에서 쓰고 있어요!  비가 오고 있고.. 바람이 불고오... 춥고...아






9시50분 비행기를 탔습니다. 아침이죠.


세상 엄청 널널한 인천공항이었습니다. 걸그룹도 출국을 하더군요. 하지만 누군지는 모르겠고 웨이즈에서 환전해가지고 한진택배 수화물 카운터에서 받는 았어요. 아침으론 일단 오징어버거 세트를 먹었습니다. 어디 사람 새끼가 먹을 게 없어서 롯데리아를 먹냐는 그 롯데리아 였지만 오징어버거는 존맛이니까요. 오랜만에 먹으니 매콤함과 고소함의 조합이 입에 챡챡 감깁니다. 체크인은 거의 직방이었습니다. 사람1도 없었어요. 그런 공항은 처음이었어요. 체크인과 보안검색대, 출국수속까지 한 5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보잉777기입니다.  에이프랑스죠. 이코노미지만  넓고 쾌적합니다. 다리를 꼴 수 있어요. 옆자리 아주머니 아주 지적이고 조용하신데다 매너가 너무 좋았어요. 12시간 동안 화장실 3번 밖에 안가셨다는. 프랑스 남자 스튜어트님이  아주 멋져서 약간 숨겨왔던 나의 마음을 모두 내게 줄 뻔했습니다. 

기내식이 소문대로 하늘 맛집입니다. 속 쭈서먹었어요. 이미 비행기에서 2키로 정도 찐 듯.

12시간 동안 골반이 눌린 채 열심히 술 먹고 자고 술 먹고 자고를 반복하고 나니 어느 새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합니다. 오후 2시 더군요. 비몽사몽한 상태였습니다. 날씨는 13도 정도로 서늘하고 흐립니다.

비는 분무기처럼 뿌리고 있고 공항에서 몽파스나스 역으로 가려고 LE BUS 기다립니다. 공항 리무진 버스에요. 비 철철 맞으면서. 라인이 4개 있는데 저흰 4번입니다. 겁나 안와. 30분 기다리고 나서야 탈 수 있었습니다. 막히더군요. 강변북로 느낌입니다. 딱 인천공항에서 홍대입구 들어가는 느낌으로다가 뭔가 익숙해. 몽파르나서역에 도착합니다. 몽파르나스가 어디냐면 약간 서울역같은 곳이에요. 큰 타워도 있고, 고속열차도 다니고 번화한 중심지역가 중 하나입니다.  도착해서 숙소로 갑니다. 숙소는 아주 도보로 3분거리죠. 이 근처 숙소 다 비쌉니다. 여기도 18만원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고생할 거니 첫 날은 사치를 부리기로 합니다. 

프랑스는 길거리의 거지도 멋집니다. 코트입고 계셔. 일단 스카프에 자켓, 단화에 청바지 그리고 기럭지가 굉장한 조합을 만들어냅니다. 파타고니아 양털 입고 등산바지 입은 우리들은 조무래기가 된 듯 했습니다.


스테이크에 오믈렛, 감자치즈(aligot 라고 하더군요) 묵었습니다.


시차때문에 몸이 엉망세상진창이었습니다. 고기를 씹었는데 삼킬 수 없을 지경이었어. 너무 졸리고 미칠 것 같아서 맥주를 한 잔 마시고 8시에 기절해서 담날 6시반에 일어났습니다. 으어...


짧은 하루간의 파리였지만 3가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프랑스 빵이 맛있습니다. 맛있는정도가 아니라 여태껏 내가 먹었던 빵은 그저 글루텐덩어리였구나 싶을 정도로 배신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촤르륵 부서지는 크로와상의 버터향기가 굉장합니다. 삶이 힘겹거나 인생이 좀 무의미할 땐 파리오셔서 빵을 오물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두 번째는 둘이 함께 여행한다는건 꽤나 긴장되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둘이 같이 여행을 가는 건 처음이거든요. 태어나서 그냥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옆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냥 저는 똥마려운 강아지 처럼 초조해지고 자꾸 이것저것 불안하고 신경쓰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뭔가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 비슷한 것이 있었나봐요. 둘이 함께 가는 여행에서 자꾸 한 쪽이 가이드를 하려고 하면 서로 피곤해집니다. 어차피 나도 처음이고 당신도 처음인데 서로 부딪혀가며 상의를 하는 편이 감정적으로 훨씬 현명한 선택이죠. 가이드를 하는 건 사실 굉장히 이기적인 선택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고려하기보단 합리성을 우선하겠단 함의가 깔려있거든요. 그런 합리성으로 불편한 상의의 과정을 패스하려는 것이죠. 둘이 여행을 간다면 가이드역할은 서로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소매치기가 존나 많다고 그랬는데 사실 남미여행 때도 그랬지만, 그 정도로 위험하진 않았습니다. 여행지에선 항상 모든 걸 조심해야 하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너무 쫄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거리가 지저분하다, 뭐 냄새가 난다 어쩐다 수많은 파리에 대한 얘기들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느끼기론 음... 그냥 사람사는 곳이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다아아아아아아아...사람 사는 곳일 뿐입니다


내일은 이제 본격적으로 순례길을 시작하기 위한 출발지. 생장피에드포흐로 갑니당. 꿀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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