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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Oct 20. 2019

[제작기] 한국버섯은 대존맛. 케이머쉬와 일해보았다.

케이머쉬는 버섯농가를 우르르 묶어놓은 협동조합이에요! 

우리가 버섯과 얼마나 애틋한 관계냐. 삼겹살에도 버섯, 김치찌개에서 버섯, 된장찌개에서 버섯, 버섯무침, 버섯볶음, 신라면에도 버섯. 사실 김치와 더불어 겁내 많이 먹고 있는 단일음식 중 탑쓰리에 들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버섯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 버섯농가의 대부분을 묶고있는 원탑기업 '케이머쉬' 프로젝트 이야기입니당.




해외시장 개척에 필요한 수출용 소개서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당. 미팅을 하기로 했어요. 제가 먼저 요청했죠. 사실 이런 중소/중견기업과 일할 때는 가급적 제가 직접 사무실을 보려고 해요. 문이 열리고 그대가 들어올 때 사아아악..풍기는 사무실의 분위기란 게 있거든요. 회의실의 분위기도 한 번 보고 의자도 얼마나 삐걱대는지도 관찰해요. 


aT센터에 도착해서 던전같은 지하맵을 지나 본관으로 올라갔습니다. 담당자님은 아주 조용하고 소근소근한 분이셨어요. 회의실로 들어갔지요. 이런 차분한 분과 일하는 건 매우 좋은 신호예요. 실무자분이 너무 업되어있으면 같이 하하호호 떠들다가 뭔갈 놓치기도 하거든요. 적당한 텐션이 좋아요.


미팅엔 3분이 들어왔어요. 나이가 지긋하신 이사님(인가?...잘 기억안남..) 과 대리님(담당자분)과 사원분. 그리고 제가 있었죠.


기존 팜플렛이 너무 벡터이미지 가득한 2005년 스타일이더라구요. 이렇게 귀여워서야 바이어가 신뢰할 수 있겠나 싶어서 클라이언트님께 얘기했습니다.


'귀엽게 하실거면 고양이를 넣으시고 고양이를 안넣으실거면 깔끔하게 가자'  

고심하시더니...그래도 버섯에 고양이는 에바라고 생각하셨는지 묻고 심플로 가! 하시더라구요.


그리곤 여쭤봤어요. 케이머쉬 자랑을 해주세요. 이사님의 얼굴이 화사해지더니 자랑을 시전하셨습니다. 보통 자랑은 매우 길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좀 잘라야 하죠.


"오오.. 제가 그것은 잘 이해했습니다. 다만, 외국 바이어는 지금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잖아요. 그랬을 때 일본, 중국이 아닌 한국버섯을 사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국버섯의 특장점과 케이머쉬가 얼마나 농가를 극세사처럼 관리하고 있는 지 설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 딱 하나의 포인트를 뽑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바이어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지점!"

이 무렵 이사님은 나가셨고 대리님과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이사님 좀 이마짚으셨을지도 몰라. 어른들은 이런 질문하면 대부분 이마를 짚거나 갑자기 마른세수를...)


식자재를 납품하는 곳에서 '맛'을 최우선 요소로 치는 것은 조금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겪어보기 전까진 모르고 맛이란 건 사실 최종조건이기 때문이죠. 안전과 신뢰, 품질, 안정성등이 식자재수출에 있어선 더 중요해 보였습니다. 다양한 농가들을 관리해야 하니 인증시스템과 관리프로세스도 강조해야했죠.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외치다보면 디자인이 핵노잼이 될 위험이 큽니다. 소스에서 끌어다 쓴 아이콘만 가득하고 화살표가 넘쳐나는 중소기업PPT각이죠.


"매거진 처럼 만듭시다"

해외바이어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만을 앞에 담고, 필수적인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아이콘처리나 사각지대로 보내버리는 방식을 쓰기로 했어요. 사실 맘같아선 모두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또 대표님의 마음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대표인삿말과 연혁과 조직도를 얼마나 넣고 싶으시겠어요. 욕망을 충실히 반영해드리기로 합니다.

표지는 과감하게 생략했어요. 당연히 버섯회사 브로셔니까 버섯이 가득해야 할 것 같지만...당연히 알고 받아보는 건데 굳이 버섯버섯이 온통 넘쳐날 필요가 있겠어요? 


내지를 구성해보았어요! 


가운데정렬을 중심으로 삼았어요. 상하단 다단은 3단을 넘지 않도록 했고, 내용이 많아질 땐 여백을 최대한 많이 주고 선을 줄였죠.


레이아웃은 이렇게 잡아주었어요. 뭐가 무슨 선인진 만든 사람만 알 수 있는 거에요. 전 다 보여요. 저건 하단중심선이고..저건 하단여백선이고..저건 콘텐츠 하한 한계선이고, 저건 실수로 만든 선이고..(뭐?)


7단계로 이루어진 프로세스는 2page를 연결해서 한 장으로 볼 수 있게 공간을 넓게 썼어요. 상세한 설명은 최대한 빼버렸어요. 




귀여운 아이콘은 직접 만들었답니다. 썰고, 말리고, 가루, 굽고... 를 아이콘으로 이쁘게 만들어보았어요. 약간 세탁기호같은 느낌으로 만들었죠. 개인적으로 이 모든 작업중에서 가장 뿌듯했던 거에요. (아이콘 4개 만든게 제일 뿌듯...)


완성!



우리나라 버섯은 해외에서 겁나 유명하대요. 아주 예쁘고 탄탄해가꼬. 근데 수출은 어떻게 하는거지? 농부아저씨가 직접?..브로커를 통해서?...플랫폼이 있나?...


네 맞아욤. 우리나라 버섯수출의 90%는 케이머쉬라는 버섯협동조합에서 담당하고 있어요. 새송이, 느타리, 팽이, 만가닥을 취급하고 버섯농가들의 제품브랜딩이나 생산,관리까지 직접 도맡아 하고있답니다. 이런 업체들이 있어요. 약간 중소기업계의 스타트업같은 느낌?..(이건 뭔 말이지.) 뭔가 우리가 잘 알진 못하지만..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강소기업이라고 해야할까요?


전 이런 생산,제조업 분들과 작업하는 게 재밌더라구요.




번창기원 앤드 즐거웠어요!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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