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키보드가 조금씩 적응되려 하는데 아직 영 자세히는 못쓰겠습니다. 줌간중간에 오타와 띄어쓰기가 안된 곳이 많지만 너른 마음으로 양해부탁드립니다. 저는 레를 담당하고 있는 예민한 남자사람입니다. 제 여자친구는 찌를 담당하고 있는 망각요정이죠. 우린 개인사업자입니다. 저는 5년차, 찌씨는 8년차죠. 이것은 올해도 11개월간 아주 열심히 (죽도록)일하고 한 달 간 걷기로 한 저희 커플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입니다.
현지에서 쓰고 있어요!
여러분 그 아리랑 가사에 보면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이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갈 때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라고 했잖아요?
나 그 뜻을 알아버렸어. 내가 분명 둘째날 수비리까지 가는 길에 고개가 두 개 있다고 들었거든. 고개란 단어를 쓰면 안되지. 지옥. 또는 황천길 등으로 표기를 해놨어야지.
여기는 아주 편한 내리막
아리랑 가사보면 나를 버리고 가신다고 했잖아요. 나를 버리고 가니까 빨리 가야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도 나를 버린 님맨치로 속도를 낸거죠. 고개에서. 비가오고 알베르게에 침대없을까봐. 근데 십리면 4킬로란 말예요. 저희가 내리막이 4킬로였거든요. 발병이란 건 족저근막염이었던거야. 아킬레스건 핵아프고 막 발바닥 고딩시절처럼 찰싹찰싹 맞는 것 같고. 아주 벌받는거지
고개 넘다가 발병 무조건 나는거지. 내리막길 자갈밭에 진창길에 비오고 미끄럽고 돌길인데 당최 쉬는 구간이 없는 이게 길입니까? 요단강이죠
심지어 내려오다가 너어어어어무 배고픈 거에요. 근데 먹을 게 뭐있나 찾아보니까 뭐가 있었겠어요. 어제 배불러서 다 못먹는다고 하니 식당점원 아미고가 돼지고기랑 감자구이 싸줬단 말이에요. 하아...뭘 또 이런걸 싸주냐 했는데.. 그게 생각나서 꺼내먹었어요. 뭔 거의 산적같이 우걱우걱 먹었다구.
햐아...이게 사람을 살립니다. 이게... 오늘의 천사는 바로 어제 그 점원이었어요. 아미고 사랑해 무챠 그라씨아스.
오늘 찌씨는 무릎통증이 시작되었어요. 저는 발목통증이 시작되었구요.
우린 세가지를 느꼈습니다.
첫째, 오르막만 힘든게 아니다. 오르막은 졸라 껌이었다. 내리막은 용서가 안된다. 인생도 그러하듯 오르는 건 힘들지만 다치진 않습니다. 내리막은 여차 실수하면 골로가는 거에요 아주.
둘째, 인생의 천사는 항상 에휴 뭐 저런 걸 다 해줘..하면서 우리가 가벼이 보던 수많은 곳에 존재해요.
셋째,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했어도 돌내리막길엔 장사없습니다. 출발할 때 발목이랑 허리랑 무릎 잘 풀고 시작해야해요. 삶도 다 그렇습니다. 아프고나선 멈출 수 없어요. 심해지기만 할 뿐이죠. 아프기전에 뭔갈 잘해놔야합니다. 스트레칭 잘하세요. 일도 운동도 삶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