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키보드가 조금씩 적응되려 하는데 아직 영 자세히는 못쓰겠습니다. 줌간중간에 오타와 띄어쓰기가 안된 곳이 많지만 너른 마음으로 양해부탁드립니다. 저는 레를 담당하고 있는 예민한 남자사람입니다. 제 여자친구는 찌를 담당하고 있는 망각요정이죠. 우린 개인사업자입니다. 저는 5년차, 찌씨는 8년차죠. 이것은 올해도 11개월간 아주 열심히 (죽도록)일하고 한 달 간 걷기로 한 저희 커플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입니다.
현지에서 쓰고 있어요! 지금 제 몸은 대자연에 의해 조져진 상태입니다.
너무 힘듭니다. 하아...
짧게 써야겠습니다. 오늘은 이런 걸 느꼈습니다. 저는 트래킹을 좀 해봤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미종단도 해봤고 우리나라도 600km를 걸어 돌았죠. 히말라야도 탔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오예 내가 아주 여길 조져놔야겠다. 하지만 중력과 거리 앞에서 조져지는 건 항상 저였습니다.
찌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찌씨는 몽골과 네팔, 히말라야 등을 오르락내리락했고 왕년엔 1주일에 한 번씩 마라톤을 뛰던 여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녀도 에이 뭐 이 정도 걷는 거 별 거 아니네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론세스바예스(첫 날 도착지)에 도착하고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아...이건 아니다. 개힘들다. 미쳤다. 디지는 줄 알았다. 심지어 저희는 피레네산맥 쪽이 막혀서 발카를로스 길로 갔습니다. 조금 더 쉬운 길이라는 곳이었죠. 으음으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쩌어어어 밑에서 여기까지 올라옴
우리가 얼마나 책상 앞에만 쳐박혀서 일만 했는 지 아주 정확하게 보여주었죠. 오늘의 교훈은 1년 전의 체력은 저스트 1년 전일 뿐이다라는 겁니다.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길에 적용할 순 없는 노릇이죠.
새우튀김. 여러분이 생각하는 맛있는 그 맛.
어디나 천사는 존재합니다. 오늘은 프랑스국경에서 스페인국경을 갓 넘었는데 스페인 분위기는 확실히 좀 더 활기차고 시끄럽습니다. 일단 언어자체도 조용조용히 말하기 어려운 언어죠. 중간 쯤 발카를로스란 마을이 있었습니다. 비에 쫄딱맞고 춥고 서러워서 점심이나 먹을까하여 마을에 들어섰답니다. 쭈구리처럼 바 한구석에 눈치보고있으니 한 할머님이 오시더니
"다들 널 환영한단다, 먹고싶은 걸 맘껏 시켜먹으렴."
이라고 안아주시더군요. 찌씨는 약간 눈물을 보였습니다. 가뜩이나 춥고 외로웠는데 할머니의 온정은 정말 전세계 공통 코드인것 같습니다.
론세스바예스 도착
마지막으론 산티아고 순례길 관련한 글들이 상당히 많고 책도 넘쳐나는 데 솔직히 추억보정 효과가 상당하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개힘들고, 오늘의 연골을 팔아 내일을 사는 여행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좋다 나쁘다 뭐 그런 관점이 아닙니다. 그냥 인생은 졸라 오르막이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