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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Nov 10. 2019

7. 천사는 볶음밥의 형태로 등장하신다.

찌와 레의 산티아고는 언제나 흐려

이 까미노를 하면서 느끼는 건 하루에 한 명씩 천사들을 만난다는 겁니다.

오늘의 천사는 중국인 식당아주머니였습니다. 에스테야에 도착해서 마을을 구석구석 뒤지다가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몬하르딘 레스토랑에 들어갔죠. 새우튀김과 하몽이 올라간 음 어떤 그런 바삭한 바게뜨같은 걸 시켰습니다. 매우 맛있습니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들이죠. 근데 너무 짭니다. 하몽은 원래 짠데 거기다 왕소금도 뿌리고 뭔가 토마토도 짜고, 새우자체도 짜고 또 소금도 뿌리고.... 이런 아아..짜가웁다.. 정도가 아니라 혀가 얼얼할 정도의 짠 맛입니다.

그래서 아주머니에게 혹시 밥종류없냐고 물어봤더랬죠. 찌씨는 중국어를 잘하십니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중국어를 발동했죠. 아주머니는 잠시 고민하더니 차오퐌 괜찮냐고 합니다. 볶음밥이죠. 격하게 끄덕이기가 무섭게 아주머니는 어디론가 사라지시더니 아...그냥 들어가셨나 싶을 때쯤 어제 넘은 용서의언덕 크기의 볶음밥을 주셨습니다. 1인분이라며.

분명4인분

아. 이건 진심 홀리 테이스트. 에어프랑스의 벌꿀고추장을 챙긴 것은 지난 35년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천사였고 전 한국돌아가면 볶음밥 사주는 분들이 가장 예뻐 보일 것 같습니다. 미팅은 앞으로 볶음밥집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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