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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Nov 15. 2019

12. 남들 다 간다는 세비야에 꼬질한 우리도 가보았다

찌와 레의 세비야는 간만에 맑아

들어가는 글


이제 롤리키보드는 제법 잘칩니다. 히히... 여전히 와인 마시고 쓰고있어서 엉망입니다. 이제 내려가보려고 합니다. 남부로. 이렇게 한량한량 있어도 되나..하는 불안이 종종 엄습합니다. 저와 여자친구인 찌씨는 둘 다 사업을 합니다. 저는 디자인. 찌씨는 영상콘텐츠제작을 하고있죠. 내년 일은 잘 들어오려나.... 여행지에서도 마음 쫄리는 둘입니다.




로그로뇨에서 빠져나와 터미널까지 갑니다. 터미널은 사실 터미널이라고 써져있지도 않아서 얼핏보면 야채가게 같이 생기기도 했답니다. 알라바 버스를 타고 알라바 지방으로 이동합니다. 비토리아라는 마을이죠. 굉장히 판교같은 곳입니다. 이제 갓 지어진 신식건물과 잘 정돈된 거리가 백퍼 판교느낌.


두 시간 정도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15:40분 뱅기를 타러 공항으로 갑니다.
라이언에어에서 예약을 했습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죠. 핸드폰으로 예약할 땐 광고를 조심해야 합니다. 졸라 곰플레이어에 ZUM끼워 파는 것처럼 체크하나 잘못하면 나의 개인정보가 전 세계 공공재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죠. 광고와 특가링크의 험난한 덫을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방심해버렸습니다.

온라인체크인 버튼을 누르지 않았던 것이죠.
망할 공항에서 카운터 수속을 밟느라 60유로를 더 내야하는 개빡치는 상황을 맞이 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내 자신에게 빡치더군요. 아...졸라 가리비같은 내 자신....아...60유로...


보딩패스는 프리오리티 등급입니다. 하지만 그냥 막 줄을 서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페르돈, 미라미라(look, look) + 보딩패스에 삿대질을 곁들여 설명을 해주었죠. 여길 좀 보라고 아미고. 이 글씨가 보이지 않나? 그러자, 아미고가 그걸 보더니 "오!! 시시시, 디스 웨이" 하며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매 내가 황망하여 그것을 보지 못했나이다라 고백하니, 찌가 가라사대. "너희는 매우 엉망진창이구나. 내 직접 하나하나 체크하지 아니하면 호구됨을 피할 수 없음이라." 라고 하였습니다.

세비야는 매우 큰 도시였습니다. 70만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지금껏 다녔던 마을은 아무리 많아도 100명을 넘는 곳이 없었는데... 잠시 어질어질했습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는 이슬람궁전 느낌입니다. 얼굴을 가린 시녀가 물양동이를 방에 놔줄 것만 같은 구조랄까요. 아주머니가 아주 천천히 친절하게 에스파뇰을 해주셔서 아주 천천히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남미쪽의 에스파뇰과 스페인의 에스파뇰은 매우 다릅니다.

고급진 박물관느낌의 에어비앤비


오늘 저녁은 스페인광장을 가보았습니다. 한국인 왜케 많나요. 우리는 흙묻은 신발과 꼬질한 후리스를 입은 채 약간 쭈글탱이처럼 돌아다녔습니다. 다들 캐리어에 원피스에 이쁜 옷 잔뜩 챙겨온 느낌입니다. 지나가던 저 남자는 정장에 왁스까지 발랐더군요. 아직 까미노의 비바람 묻은 옷을 빨지도 못한 우리는 깝치지 않고 조용히 구경을 하다 집에 돌아왔답니다.

스페인광장이랍니다. 다들 이렇게 찍음

그리곤 근처 안달루시아 지방색 물씬 풍기는 스탠딩바에서 아재느낌 나게 시사모구이, 돼지고기 안심구이, 리조또 등등을 시켜서 다 쳐먹구 누웠습니다.

바글바글


현란한 세비야의 첫 날이 끝났습니다. 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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