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모멘트는 이렇게 일을 하고 있어요.
워, 돈 잘 번다고 자랑하는 거야 뭐야 잘난 척 쩌네. 라는 말이 나올까봐 밑밥을 좀 깔겠습니다. 1억은 저어어얼대 자랑할만한 매출이 아닙니다. 복어독을 퍼먹지 않는 이상 저걸로 자랑을 한다는 건 멍청이 똥말미잘같은 일이죠. 작년에도 매출 공개를 했으니 이번 년도에도 뭐 먹고 살았는지 정리 및 회고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roysday/279
이건 작년에 일했던 것을 쭉 풀어보았던 글이에요. 2019년은 작년보다 아주 쪼금 더 벌었네요.
올해의 총매출은 104,462,041원이에요. 비용은 22%정도로 빠져나갔고, 부가세는 1분기 때 408만원, 이번엔 320만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끄아아아아아아!!!!!!!!!!!! 세금 즐거운 세금!!!!!!!!!!!!!!
애국심이 막 끓어오른다으으아으ㅏ어ㅏ어ㅏ루디
우선 저는 개인사업자입니다. 사업초기에 지원금받아 시작할 땐 팀을 모아서 1년 간 운영도 해봤는데 제 리더쉽이 똥망이라서 결국 다 내보내고 저 혼자 일하기로 했습니다. 굉장히 리더가 되서는 안되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 애프터모멘트는 브랜드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업무의 70%이상은 소개서, 제안서, 투자제안서, 브로슈어, 책자, 로고, 브랜드가이드 등 기본적인 핸드아웃자료와 초기 브랜드디자인들 이랍니다. 30%는 포스터, 굿즈, 강연 등이에요.
2014년 오픈해서 지금 2019년이 되었으니 5년이 넘었지만 처음 3년은 알바수준으로 허덕이면서 간신히 밥벌이만 했던터라 사업이라고 말하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2017년을 기준으로 좀 잉여이익이 남을 정도가 되었는데 브런치 덕이 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의뢰가 들어오는 경로는 50% 이상이 브런치 제안하기를 통해 들어오고 있거든요. 20%정도는 제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오고, 20%는 기존 클라이언트, 10%는 소개나 페메를 통해 들어오는데 제가 페메로 온 의뢰건은 가급적 받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알던 분이 연락주신 건이면 괜찮지만, 뜬금포로 '얼마요!' 라고 메시지가 날아오는 경우가 더 많더라구요. 그럴 땐 저도 마음 속에 떠오르는 숫자를 부르곤 합니다. 수 천만원 정도....이럴 때나 해보지 언제 해보겠어요.
브런치로 글이 오는 경우는 주로 '제작기'를 적거나 브랜드디자인 관련 글을 올렸을 때 가장 확률이 높은데, 이것도 늘상 그런게 아니라 제작 성수기 시즌과 아다리가 맞아야 합니다. 성수기가 아닌 경우에는 웃자고 쓴 글보고 연락오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구요. 판교사투리를 보고 강의를 해달라거나, 기사를 쓰자거나, 의뢰를 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끔 의아하긴 합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여쭤보니 '같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같이 하면 재미있습니다.)
홈페이지는 제가 글을 기고하는 곳들의 썸네일을 통해서 들어오거나, 어떻게 그냥 찾아서 들어오시는 분도 있고, '회사소개서' 등의 검색어를 통해 들어오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존 클라이언트는 주로 VC분들인데 주로 프로젝트단위로 진행하곤 합니다.
월별을 봅시다.
매출 : 0원
또잉. .... 1,2월은 극비수기입니다. 이제 갓 신년 프로젝트 만들고 예산짜는 시기인지라 돈을 잘 쓰지 않더라구요. 저도 이 때는 이것저것 정비도 하고 늦잠도 자고 놀 거 놀고 글 쓸거 쓰고...이러고 산답니다. 극도의 불안이 똥꼬를 조여오기도 합니다. 이 극도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다다음 달에 나옵니다.
매출 : 684,000원
음... 네 비수기니까요. 카카오에서 강의 한 번 하고 받은 거 빼곤 아아아아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물론 그래요. 매출이 없다고 해서 일을 안하진 않았어요. 겁나 바빴죠. 2월도. 잔금시기가 아니었을 뿐. 대부분 1,2월은 작년말에 진행했던 일이 넘어오거나 또는 이제 갓 시작된 일들 쳐내느라 일은 많고 돈은 없는 시기입니다. 제대로 보릿고개죠.
매출 : 37,591,700원
오, 잔금이 들어왔습니다. 이 중 2천만원은 전년도 이월분입니다. 이렇게 극비수기에 들어올 잔금을 남겨두면 불안함으로 이상한 일을 벌리는 걸 잠재울 수 있습니다. 새로운 플젝이나 시도를 하는 건 언제나 환영이지만 그 근거가 불안함일 땐 높은 확률로 끝이 좋지 않더라구요.
나머지 1,700만원은 부산의 화장품회사의 로고와 가이드제작건이 하나 있었고(브런치 독자분이셨다는), 기획재정부 산하 KDI랑 함께 했던 전시회 키비쥬얼 잡는 거 하나. KDI는 2년 째 함께 하고 있는데 이번 년도까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심장에 흰머리 날 것 같아서...
이때 끈질긴 인연의 강의건이 두세건이 있었고 한 80만원 정도 용돈 벌이 했었습니다. 2월엔 유독 부산을 많이 왔다갔다했는데, 부산콘텐츠랩에서 글쓰기 강연을 해보기도 했어요. 70만원이었는데 돈을 떠나서 반응이 찰떡같아서 아주 재미있었답니다. 며느라기 작가님과 영화리뷰 유튜버 라이너님도 함께 오셨는데..날짜가 달라 싸인을 받지 못함... 하아..눈물
작년에 이어 VC님과의 IR제작 프로젝트가 계속되었는데 총 3개사업 중 2개는 2018년에, 1개는 중장년층 재기사업 IR제작으로 2019년 1~2월에 진행했었어요. 이게 좀 컸었죠. 10개 정도 만들었던 것 같아요.
매출 : 676,900원
이건 잡코리아와 함께 했던 취준생 대상 포트폴리오 강의로 받은 돈이랍니다. 4월도 마찬가지로 일이 시작되어서 돈은 안들어오는 시기예요. 놀러가고만 싶고...
매출 : 9,043,159원
봤죠? 이렇게 일이 끝나고 돈이 들어와야 숨통이 트이는거에요. 이제는 그 생리를 어느 정도 알게 되어서 잔금 들어오면 적당히 쪼개놓고 예비자금으로 잘 묶어두고는 있는데, 이게 항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좀 따 말씀드릴께요.
이 땐 패스트캠퍼스 강의비와 노티플러스IR제작. 해시온 브랜딩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그리고 인세가 150만원 들어와서 아이고 기분좋아라... 사실 잔금 들어온 것보다 인세들어오니까 세상 기분좋드라. 이거 막...불로소득..하아.. 개좋아.
매출 : 1,262,320원
DDP와 함께 진행했던 강의 프로그램과 스파크 플러스에서 강연 진행한 것 빼곤 없습니다. 물론 이 달도 일하고 있었겠죠? 그럼 다음 달에 또 돈 들어오겠죠?
매출 : 15,301,000원
봐요. 들어왔지요. 이 때 뭐했냐면. 클래스101 핸드아웃 자료 만들고, 포커스미디어코리아 소개서 제작 작업 끝났었어요. 그리고 3번째 책 계약하면서 선인세 들어왔구요. 클래스101은 천세희 이사님의 소개로 진행하게 되었어요. 인생 프로젝트 중 하나였죠. 포커스미디어 코리아도 부사장님과 팀장님이 함께 했는데...아 진짜 인생 프로젝트였어요. 둘 다 커뮤니케이션 대박적이어서 너무 재밌고 신났습니다. 막 더워질 무렵이었는데 정말 빡세게 열심히 했더랬죠.
매출 : 2,332,610원
패스트캠퍼스랭귀지가 새로운 브랜드로 독립법인을 세우면서 패스트원이 되었어요. 패스트원 브랜드 프로젝트 하면서 선계약금 받고 대구까지 가서 과학고 아이들 대상으로 강의했던 비용이 들어왔더랬습니다. 패스트원도 정말 흥미진진 했는데 직접 가서 상담도 받아보고 수업도 1회 들어보면서 도대체 이 브랜드는 뭐가 좋고 문제인지 직접 확인해보았어요. 백날 얘기하는 것보다 한 번 체험해보는 게 더 좋더라구요.
매출 : 16,961,802원
이 무렵 VC와 함께 진행했던 IR자료 제작 프로젝트 중 하나가 끝났어요. 그래서 그거 1,400만원이 들어온 것이죠. 트레바리 클럽장 비용 좀 들어오고, 클래스101 굿즈제작한 비용 환급받고. 8,9,10월은 IR공장이 된 듯 했는데 원래는 11월까지 넉넉히 했어야 하지만 11월에 길게 여행을 가는 바람에 10월31일까지 다 끝내야 했어요. 그래서 아주 자동화기계마냥 퍽퍽퍽퍽 찍어내기에 이르렀더랬죠.
매출 : 19,560,400원
이제 여행 준비해야하니 잔금 다 받고 프로젝트 싹 마무리 지어야했어요. 똥줄 아주...와 피쏟아졌다 진짜. 농담않고 피똥 몇 번 쌌습니다. 화장실에서 식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냐. 패스트원 잔금 받구요, 케이머쉬 프로젝트 끝났고, 사이다경제 IR제작 했고 클래스101 정산비 들어왔어요. 링글도 핵매너로 돈 바로바로 넣어주시고. 받을 돈 다 받고 프로젝트도 싹 정리하고. 이걸로 이번 년도 일이 잘 마무리가 되었더랬죠.
매출 : 1,228,150원
이건 자잘한 강의비와 쪼금쪼금한 받을 돈들이에요. 지급이 좀 늦어진 아이들이죠....
이렇게 1년이 끝났습니다.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요. 프리랜서스럽게 남의 것만 받아서 진행하는 게 미래가 있을까. 솔직히 전 없다고 봅니다. 어쨌든 작동하는 비즈니스모델이 있어야 하고 만년 영업에 의존해서 매 달 매 달 의뢰가 들어와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좀 위험한 일인 듯 해요. 지금 제가 그렇죠. 아까 5월보셨죠. 격월로 매출이 있다없다 있다없다 하잖아요. 여기서 한 번만 삐끗하면 몇 개월간 손가락빠는 건 놀랄 일도 아니예요.
이건 매우 프리랜서스럽고 위험한 상태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갑자기 뭐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수 있냐? 음... 보통 이렇게 짬도 안되고 내공도 없을 때 '수익모델' 운운하는 건 매우 오만한 행동인 것 같아요. 이럴 땐 내가 할 수 있는 걸로 더 좁히고 좁히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어요. 솔직히 '브랜드 디자인' 이란 분야는 너무 크고 무거웠거든요.
그래서, 나름 결정을 내린 건 이렇습니다. 이제 제 나이가 고작 30대 중반이 갓 넘었으니 한창 젊디 젊잖아요. 저도 펑펑 잘나가고 투자 잘 받는 회사들처럼 시드받고 시리즈A 받고 막 그렇게 쭉쭉 하고 싶지만... 다 각자의 속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 원래 영업과 판매직 출신인 만큼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대표님들이 어려워하는 영업에 조금 도움이 될 만한 요소를 디자인에 녹여보려고 해요. 그리고 저는 그것을 매우 잘하죠.
회사소개서, 제안서, IR, 발표자료, 브로슈어 등...영업사원이 직접 들고 나가서 고객에게 보여줘야 하는 디자인물들. 그것들을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려고 해요.
당분간 '영업' 이라는 키워드를 잡고 조금씩 조금씩 날카롭게 다듬어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한 5년 동안 열심히 뭐 하나 잘 만들어서 만들어나가면 나만의 어떤 걸 만들 수 있는 지점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은...음... 일단 내년 1월엔 3번째 책이 나온답니다 :) 브런치는 열심히 계속 쓰겠지만, 예전같이 팁만 뿌리는 거 말고...좀 재밌는 스토리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사람이 막 해년마다 성장할 순 없는 것 같아요. 내년의 매출은 반토막이 날수록 두 배가 될 수도 있지만... 일단은 3억을 목표로 뭔갈 해보려고 합니다. 사람이 그렇더라고... 1천만원 더 벌어야지!!~~하면 그냥 하던 일을 더 빡세게 하고 잠을 줄이게 되는데... 3배를 벌어야지!! 라고 생각하면 이게 이게 머리를 써야되더라구요... 그냥 몸만 갈아넣어서는 답이 안나와...
내년 또 12월 정산글 쓸 때는 어떤 일들이 가득할 지 궁금합니다.
이 글을 보는 모두들,
내년엔 흩날리는 낙엽인가 바라봤더니 '아! 내가 너무 많아서 옥상에 좀 버린 오만원권이구나..' 할 수 있도록 풍성한 매출을 기원합니다. 미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뉴이어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