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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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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Feb 13. 2020

일을 하면 하고 있는 티를 내보자.

일을 잘할려면 잘하는 듯한 표정도 중요해. 생각보다.

수많은 진정성 매니아에게 지탄을 받을 만한 글이네요.

그러니 미리 밑밥을 깔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진정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게 핵심이고 전부입니다.


이런거 아닙니다.

우리가 이번 챕터에서 말할 것은 '척' 이나 '꾸밈', '가식' 등이 아닙니다. 괜히 바탕화면에 클릭하고 거래처에 두 번 전화하라는 얘기도 아닙니다. 내가 지닌 능력을 능력답게 보이게 하기 위함이죠. 능력을 재화로 교환하기 위해선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능력자체의 본질도 중요하지만, 사고 싶게 만들어야 하죠. 그러니 내용물이 충분히 완성도가 있다는 전제하에 어떤 포장지를 쓸 건지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진정성과 스킬을 반대급부로 생각합니다. 스킬을 잔머리, 꼼수, 잔기술 등으로 치부하죠.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작은 디테일에 매료됩니다.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위해 미쟝센이라고 해두겠습니다.


슈퍼히어로는 착지할 때도 슈퍼히어로 랜딩을 사용합니다. (한쪽 무릎을 세운 자세). 가수들은 감정선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인상을 쓰거나 눈을 감고 몰입합니다. 배우들이 수상소감을 할 때도 청중들의 박수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립니다. 스티브 잡스는 프레젠테이션에도 멈춤과 집중. 힘주어 말하기, 능청부리기 등 다양한 모션과 제스쳐를 활용했습니다.


우린 이런 제스쳐와 미쟝센들을 통해 그들의 능력을 시각화시키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행동으로만 발현될 뿐이죠. 행동이란 건 때와 장소, 타이밍의 미학과도 같습니다. 언제 어느시점에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배가 될 수도 있고 반감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주어진 시간의 차이만으로도 우리는 다른 평가 위에 놓여질 수 있습니다. '빅맨'의 저자인 마크 판 뷔흐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원시의 뇌를 가지고서 초현대적인 세상을 살아가고자 애쓰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원시성이란 아래와 같은 속성을 의미합니다.


- 맞다, 틀리다 보다 좋다 나쁘다, 유쾌/불쾌하다를 먼저 판단

- 감정 반응이 즉각적으로 일어나면서 '속성 바꿔치기' 가 발생


노리오, 도모노 저서인 '행동심리학' 에선 이런 실험이 등장합니다. '행복한가' 와 '최근 한 달간 데이트 횟수'를 물어보는 실험입니다. 이 때 질문의 순서가 중요했습니다.


'행복한가'를 먼저 물어봤을 때는 데이트 횟수와의 상관없이 예스 또는 노가 나왔죠.


그러나 데이트 횟수를 먼저 물어보고 행복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자 사람들은 꽤나 많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가만 있어봐..그러고보니 이번달 데이트를 몇 번 안했네... 난 불행한가봐... 라는 식으로 간섭이 시작된 것이죠.


이러한 심리적 속성은 영업전략이나 프레젠테이션 발표 때도 흔히 쓰이고 있습니다. 능력을 보여줄 땐 그 순서와 시간, 장소와 상황이 매우 중요합니다. 몇 가지 작은 디테일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01. 자신의 능력은 남의 입을 통해 말하게 하자.


자기어필의 시대니까 나는 최강의 존재라고 외쳐도 무관한 요즘이지만, 신빙성이나 수용성 측면에서 봤을 땐 아직도 타인의 의견이 효율적입니다. 심지어 내가 그 자리에 없는 경우라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나에 대한 칭찬을 동료가 잔뜩 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그에게 반드시 치킨을 사야합니다.



02. 생각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잠시 텀을 두고 말하자.


아이디어 장인이거나 천재 기획자, 뭔가를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한 당신이라면 '말' 에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그 빛을 강력하게 만들려면 말하기 전에 잠시 침묵하고 쉬어가는 몇 초가 중요하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잠시 고민하는 듯한 천재과학자 모션을 취해준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03. 행동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옷을 벗고 시계를 풀자.


자켓을 벗고 시계를 푸는 건 꼭 맞짱 뜰 때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창고정리의 달인이거나, 현장 지휘 능력이 뛰어나거나, 까대기, 영업, 감리, 인테리어, 오프라인 동선짜기, 설계 등 공간과 물건을 다루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모션을 취하길 추천드립니다. 셔츠 소매를 풀어 두 번 접거나, 시계를 풀어 주머니에 넣는 것도 좋습니다. 회사 다닐 시절 영업신이었던 그 팀장님은 뭔가 영업을 나가기 전 꼭 캐모마일 티를 드시곤 했는데 뭔가 내적인 의식같아 영험했습니다. 심지어 저도 이 후 종종 그걸 따라해보기도 했답니다. 물론 캐모마일 티를 마신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오 이제 능력을 부리실 참인가보다!' 라는 기대감을 만들어주기엔 충분했죠.



04. 시작하고 끝낼 땐 정확하게 말하자.



물론 진짜 능력자들은 종종 은둔한 채로 소리없이 시작하고 소리없이 끝낸 후 언제 올렸는 지도 모르겠는 보고서를 스르륵 놔두고 사라지곤 합니다. 사실 이것도 때론 매우 효과적입니다. 뭔가 신비로운 존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부끄러움이 많거나 딱히 티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라면 이런 바람같은 스타일을 추천드립니다. 반대의 성향이라면 일을 시작하기전


'그럼 일단 이것부터 처리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라고 콕 찝어 말해주고. 일이 끝났다면

'아까 지시하신 것 여기까지 끝났고, 일단 연락오지 않은 업체들은 내일 15시까지 모두 받아 취합하기로 했습니다. 보고서는 메신저로 드렸습니다!'

라는 식으로 말해주도록 합시다. 위에서 원시뇌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와 같은 제스쳐는 일을 '잘한다/못한다' 를 판단하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 깔끔하고 명쾌하네 아주.' 라는 이미지를 주려는 것이죠. 감정적 판단이 우선이므로, 상대에게 자일리톨같은 시원함을 선사해주는 것입니다.



05. 크리에이티브한 능력일 때는 레퍼런스와 근거를 전제로!


설득은 이렇게

여러분의 능력이 디자인, 미적감각, 예술성, 기발함 등 주로 새로운 것들을 제시해서 상대방을 문화충격에 빠뜨리는 종류의 것이라면 맥락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 이번에 스트릿패션하고 콜라보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라고 무턱대고 던지는 것은 위험합니다. 설득기법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름은 좀 우습지만 '머리부터 들이밀기' 기법과 '문에 발 들이밀기' 기법이 있죠. 전자는 10만원 빌리고 싶을 때 1,000만원만 빌려줄래? 라고 더 과감하게 들이민 후 거절당하면 '그럼 10만원이라도...' 라며 역치를 낮추는 방법이고, 후자는 작은 자극을 먼저 준 후 본격적인 얘기를 꺼내는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꺼낼 땐 '문에 발 들이밀기' 방식을 쓰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 발끝은 상대방이 쉽게 신뢰할 만한 레퍼런스나 권위있는 데이터에 근거하면 더욱 좋겠죠.

'OO사와 XX사가 콜라보해서 매출액을 400%이상 성장시킨 이슈에 대해서 다들 알고계실 겁니다. 이는 단순히 유명한 두 회사의 콜라보가 아닌, 회사와 문화현상이 섞여 그 이미지를 대중의 레벨로 낮추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현재 우리 회사의 이미지에 대한 소비자의 평은 매우 럭셔리하고 접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룹니다. 좀 더 대중적이고 파격적인 변신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브컬쳐와의 콜라보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그래서 제안드립니다. (이 후 본격적인 아이디어)'

이런 식으로 왜 이런 아이디어를 꺼내게 되었는 지 그 근거를 명확히 잡아줘야 듣는 사람의 거부반응을 최소화 시킬 수 있습니다. 더불어 권위있는 데이터와 레퍼런스를 먼저 꺼내면 그 무게감이 나의 제안에도 비슷한 비중으로 실리게 됩니다. 그냥 막 던지는 얘기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또한 만약 그 아이디어가 거절당해도, 내가 꺼낸 전제의 틀 안에서 회의가 이루어지죠. 이는 함께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사고의 프레임을 만들어주고 계속 내 의견을 곱씹게 만드는 효과가 있답니다.







이번에 제 3번째 책이 나왔어요. 위 글은 이번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의 한 꼭지이죠. 브런치에 맞춰 조금 수정을 했습니다. 이번 책은 내 능력을 제 값주고 잘 팔아보자는 주제예요. 나나 너나 똑같이 빡세게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데... 사소한 것 때문에 오해를 사거나 평가절하 당하면 개서럽잖아요. 언젠간 모두 내 손으로 나의 노후를 꾸려야 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사실 벌써부터 현실이 되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내 능력을 팔아 삼시세끼를 책임져야 하죠. 내가 나를 팔아야 하는 시대에서, 괜히 털리지 않도록 여러분을 도와드릴 이야기들을 담아보았답니다 :)


구매각이죠? 구매 고.


http://m.yes24.com/Goods/Detail/8761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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