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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Feb 01. 2020

브런치? 그 돈 안되는 걸 왜 해요?  

전 돈 되는데용?

브런치는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출판계에서도 '작가' 라는 타이틀은 아무에게나 쓰는 호칭이 아니라는 얘길 들었어요. 뭔가 묵직한 느낌이가 있잖아요. 


뭔가 고독해보이고 지적이고, 파리의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방구석에 살면서 창밖의 풍경을 브런치삼아 글로 토해내는 그런 느낌? 물론 이는 개뿔같은 소리입니다. 작가호칭이 묵직한 건 이런 환상때문이 아니에요. 작가도 엄연한 직업이기 때문이죠.


디자이너나 개발자나 기획자, 마케터를 생각해보아요. 포토샵만 켤 줄 안다고 디자이너는 아니고, 대강 아무 카드뉴스나 만든다고 마케터가 아니듯 작가라는 직업명은 우선 글쓰는 능력이가 있어야 하고, 그 능력으로 밥벌이가 가능해야 합니다. 나름의 철학과 인사이트가 있어야 하죠. 디자이너도 왜 그렇잖아요. 모두가 포토샵을 다뤘던 싸이월드 때를 생각해봅시다. 빤짝이와 별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해서 다 디자이너는 아닙니다. 직업이란 삶과 행위가 쫀쫀하게 묶여있는 상태를 의미하니까요.


그럼 전 작가일까요. 아님 브런치 키보드 워리어일까요. 글쎄요... 직업적인 측면에선 아직 그냥 글쓰는 디자이너일 뿐이고, 작가라고 불리기엔 좀 오바라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뭐 브런치 하는 사람들이 죄다 전업작가가 되려고 쓰는 게 아니잖아요? 이 공간에선 작가라는 개념이 좀 더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 해요. 서로의 글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의미의 호칭이랄까요. 이 글을 쓴 당신의 생각을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합니다. 라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작가라는 타이틀이 감사하고 고맙더라구요. 


요즘 이런 광고가 종종 보입니다. 


'돈 안되는 브런치 말고 돈 되는 OOO하자!'


라는 식으로 수익성을 가지고 물어뜯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주변에서도 그런 소리가 종종 들려요. 


'근데 그거 쓰면 돈 나와?'

'아니?'

'그럼 왜해.'


이런식의 대화가 심심치 않게 만들어지죠. 브런치를 돈 벌려고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브런치는 따박따박 조회수당 돈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이걸로 마케팅을 하려고 작정한 사람도 드물 거에요. 브런치로 마케팅을 한다는 건 꽤나 많은 공수가 들어가거든요. 브랜드 어필 정도는 할 수 있겠죠. 좀 더 진지하고 자세한 내용을 풀어내기엔 아무래도 글만한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전 대부분의 매출이 브런치를 통해 나고 있어요. 대부분은 디자인 의뢰이고, 일부는 기고의뢰, 일부는 강연이나 인터뷰 등등이랍니다. 디자이너에게 의뢰할 때 대부분 클라이언트가 포폴부터 보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브런치로 의뢰주시는 클라이언트는 포폴을 요구하지 않으세요. 이게 매우 놀랍더라구요. 디자이너에게 의뢰하면서 포폴을 보지 않고 의뢰하다니... 클라이언트 님에게 들은 건 사실 포폴은 '얼추 잘할 것' 으로 예상하시기도 하고, 경험상 포폴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거란 걸 이미 알고 계시더라구요. 그것보단 '일하기 좋은' 사람을 찾는 게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일하는 스타일을 보고 의뢰를 주시다보니...자연스럽게 안맞는 분들은 필터링이 되는 듯 해요. 덕분에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죠. 물론 닥치는 대로 받으면 더 많이 벌 수 있긴 하겠지만요. 


브런치 자체에서 돈을 주는 건 아니지만 글이란 건 이래저래 퍼지기 마련입니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제안하기를 눌러 일을 의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면, 훌륭한 자기PR 도구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다만 그걸 노리고 쓰면 폭망트리각임을 확신합니다.)




자기 PR 목적으로 글을 쓸 때, 제가 지키는 5가지의 규칙이 있어요. 나름의 규칙이랄까요. 


가급적이면 제 홈페이지나 회사명도 잘 적지 않아요. 뭔가 오픈해도 가급적이면 소개하지 않으려고 해요. 사실 개인적으로 강의도 열고, 의뢰도 받고, 온라인 클래스도 오픈하고 다양하게 홍보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이상하게 브런치에는 그런 걸 쓰고싶지 않더라구요. 청정지역으로 만들고 싶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구독자가 16,000명이지만 그렇게 파급효과가 있진 않습니다.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 그럼 너무 아깝지 않아요? 구독자나 조회수가 홍보로 이어지지 못하면... 마케팅 관점에선 나가린데?


맞아요. 하지만 묘하게 또 용케 알아서들 찾아서 와주시더라구요. 강의있다고 굳이 홍보안해도 구독자분들은 어케어케 찾아서 와주셨어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우리 구독자님들.


두 번째는 과거의 수치는 과거의 것 이라는 생각이에요. 작년까지만 해도 이거쓰면 터질라나 저거 쓰면 터질라나... 엄청 고민했었어요. 과거의 조회수 기록을 깨고싶었거든요. 하지만 요즘 깨달은 건 과거의 터졌던 건 제 능력이 아니라 시대적 아다리와 플랫폼의 파도, 내 행위가 맞물려서 터진 한 번의 큰 파도였구나 라는 점이에요. 한 번 터진 걸 내 평균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인생이 괴롭죠. 그냥 쓰고싶은 걸 계속 쓰면서 실험해보는 게 구독자분들이 보시기에도 편하실 거에요.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손이 쓰는 거라는 말을 들었어요. 생각을 하지 말란 게 아니라, 손이 뇌와 한 몸이 될 만큼 연습하란 얘기겠죠. 


세 번째는 쓰고 싶은 글을 실험해본다..랄까요. 최근에 뭐 벨이랑 앤설리 이야기쓰면서 소설 비스꾸룸하게 뭔가 써보았잖아요. 요즘엔 드립을 좀 자제하고 짧고 간결한 문장을 선호하고 있어요. 글을 전체적으로 쉽고 담백하게 만들려고 노력중이죠. 브랜드가 종종 실수하는 게 있어요. 우리가 톤을 바꾸면 구독자분들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고 걱정하더라구요. 아무도 몰라요 사실. 우리가 톤을 바꾸든 뭘 하든 사실 대중들은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냥 바꾸면 돼요. 글의 톤이 몇 번이 바뀌었는 지 몰라요. 우울할 때도 있었고, 날카로울 떄도 있었죠. 그래도 꾸준히 봐주시는 분은 계속 봐주시더라구요. 종종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자까님 뭔 일 있으세요? 요즘 글이 우울해 보이던데? 하면서. 소름돋는 경험이죠. 그냥 초기엔 컨셉을 자주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소설 형식에 엄청 신경질적으로 글쓰면 구독자 분들이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떨어지긴 커녕 싱기하다고 재밌게 읽어주시더라구요. 


네 번째는 생각을 정제하지 않는다에요. 흔히 글쓸때 생각을 다듬어서 깔끔한 생각으로 쓰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생각은 놔둔 채 글을 정리하려고 해요. 그래서 한 숨에 글을 쏟아내고 문장과 오탈자, 긴 문장만 잘라서 쳐내요. 생각을 깔끔히 정리하는 건 나쁜게 아니에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럴 수록 멋진 말과 인위적인 느낌이 좀 들더라구요. 물론 오피셜한 문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워낙에 후리한 타입이잖아요. 그래서 더 러프한 느낌을 살리려고 하는 것도 있어요. 정제할 수록 점점 쓸 말이 많아지고, 욕심이 차올라요. 두 번 세 번 반복할 때마다 더 회사스러운 문체가 나오고 사람들이 이걸 읽고 연락해줬으면...하는 마음이 자라나죠. 터질 포인트를 만들고 글의 흐름을 생각해요. 자꾸 글이 아니라 장치가 되어가요. 간혹 트랩에 걸리는 소비자들도 있겠지만... 사실 그게 트랩이었단 걸 알고나선 그닥 기분이 좋진 않을 것 같아요. (물론 트랩을 트랩인지 모르게 만드는 경지라면 부럽습니다...)


다섯 번째는 독자들은 브랜드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싶지, 회사가 하는 얘길 듣고싶어하지 않아요. 누가봐도 홍보고 광고같기도 하고...정보성글이라고 해도 뭔가 부담가는 느낌이 있거든요. 사람들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싶어해요. 그래서 브랜드 차원에서 쓸 때도 회사계정이 아니라 개인계정으로 개인의 문체와 생각이 가득담긴 글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애프터모멘트랄지, '우리는, 저희는...' 등의 주어를 쓰지 않아요. 그냥 제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해요. 아주 담담하고 일상적으로. 스타트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서 봉구비어에서 노가리 까는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죠. 일주로 맥주도 마시고, 감자튀김도 옆에 시켜놓고 먹으면서 씁니다. (핑계)




물론 이렇게 규칙을 지킨다고 반드시 매출로 펑펑 이어지진 않아요. 그리고 애시당초 그런 걸 기대하고 쓰면 벌받는 느낌으로 오히려 더 감감무소식이에요. 하지만 저걸 어기면 그 글은 높은 확률로 폭망이었어요. 무슨 일이든 투두보다 돈두댓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은 예전만큼 펑펑 터지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기왕 이렇게 된거 올해는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글보단 좀 더 재밌고 흥미진진한 소재들로 글을 써보려고 해요. 따지고보면 회사매출과 1도 상관없는 주제인지라... 브런치를 통해 매출을 만들어왔던 제 입장에선 매우 리스키한 도전이기도 합니다만... 이젠 서서히 글쓰는 디자이너에서 작가와 디자이너가 둘 다 되고싶은 마음이랄까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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