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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Feb 15. 2020

출간 3일만에 중쇄를 찍을 수 있었던 이유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2쇄가 펑펑!!

제목에 좀 어그로가 있습니다. 그러나 막 그런 거 있잖아요. 기분이 너무 좋드라구요. 진짜 잘 팔렸으면 하는 책이었거든요. 아니 세상에 이름부터가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라며. 이거 안팔리면 내가 앞으로 일을 하겠냐구. 물론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만, 중쇄 소식에 어느 때보다도 기뻐버렸답니다. 


사실 뭐 책 좀 내보신 작가님들이나 출판사 관계자분들이 보시기엔 이 소식은 그리 대단하지 않아요. '그게 뭐?' 라는 소식이라는 것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떡해. 되게 간절했거든. 아 이번 책 좀 잘팔렸으면 좋겠다...싶어서. 이 글은 그 감정을 전혀 진정시키지 않고 그냥 러프하게 자기자랑하는 글이니 우리 구독자 분들 너른 마음으로 한 번만 양해부탁드려요.



사울에서 내 집 구하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중쇄를 3일만에 찍어버렸어용. 책은 2월10일 등장했습니다. 예스24나 교보, 알라딘 등등 전채널에서 오픈하고 광화문, 강남, 잠실을 필두로 오프라인에도 쫙 깔렸죠. 이제 출판사도 저도 긴장되는 마음으로 첫 반응을 살펴보고 있었겠죠? 사실 2월7일 카카오페이지에 전자책이 선공개되었는데..



일단 카카오페이지에서는 5~7위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거든요. 읽는 분들은 34,000명 정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예스나 교보 오픈했을 때도 좀 잘 팔렸으면 좋겄다아아아..하는 기대가 있었더랬죠. 그래서 2월10일날 딱 오픈. 그 날은 제가 결혼식 끝내고 한국 돌아온 날... 밤10시에 집에 도착해서 그냥 기절해버렸어요. 책이 뭐 나왔는 지 어쨌는 지 신경도 못쓰겠더라고. 진짜 핵 피곤했어. 


그리고 다음 날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책 홍보해야하니까... 브런치 글 하나 써놓고 유튭 콘텐츠 만들어놓고 막..이런저런 콘텐츠 준비를 하기 시작한거지. 에디터님하고도 진짜 이런 저런 얘기 엄청 많이 했어요. 에디터님 핵 설레가지고, 이번 책 진짜 잘 터뜨려보자 막 이러고 모바일로 건배하는 느낌.




2월12일


페북에다가 책 발간 소식을 올렸더랬죠. 엄지, 댓글같은 거 받고 그랬어요.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이 구매해주고 발간 소식을 기다렸던 페친님들이 구매해주시기도 했어요. 확실히 지인찬스가 있긴 했었지. 나도 홍보하려고 브런치에다가 글을 하나 올렸어요. 책 중 한 챕터를 잘 각색해서 브런치 톤으로 리뉴얼 한 것이죠. 


아니 근데... 이번에 올린 글이 또 25,000 조회수 정도가 나온거야. 아 진짜 너무 잘하는 거 같지 않아요? 천재여 천재... 여튼 그래서 오후12시가 되었어. 두근두근 대는 마음으로 순위를 보았지. 사실 1분에 한 번씩 보고 있었어. 새로고침 아이콘 닳아 없어질 뻔했다구. 


그 땐 실시간 순위를 보고 있었어요. 처음엔 7위였어. 사실 이것도 대단한 거였거든. 듣보잡 작가가 새 책 나왔는데 실시간 7위라니. 사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천상계 다녀온거야. 그런데 한 3시 정도되었을 때 지표가 쭉쭉 올라가더니



워 이거 뭐냐. 엄마표 수학놀이가 기생충을 이기고... 난 3위에서 낑낑대고 있는 거야. 3위라니??? 일단 한 번 숨을 고르고 커피를 내려마셨어요. 그래 이건 미친거야. 다 미친거라고. 혜민스님도 이런 기분이었겠지? 사실 속세를 좋아하셨을지도 몰라. 3위로도 이미 그 날 밤 잠 다잔건데...1,2위 배너 크기 좀 봐. 얼마나 커. 저거 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광화문 교보에 직접 달려갔어요. 안되겠다 싶었거든요. 



이렇게 매대가 깔려있었어요. 그래서 뭐했냐면 2시간 동안 여기 서가꼬 사람들한테 책 들고 홍보했다? 이거 내가 썼다고. 이거 한 번 보시라고. 막 손에 쥐어주고. 미친놈인줄. 사람들 다 마스크 쓰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웃는 지 이를 악물었는 지 알 수도 없었어. 경비 아저씨가 자꾸 째려보고.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현타도 왔지만, 현타가 문제가 아니었어요. 2위를 찍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나서 5시가 되었어.



와... 2위 찍은거야. 1위는 감독님이라서 어쩔 수 없었어. 아니 한국의 자랑이자 아카데미 역사를 다시 쓰신 분인데 내가 어찌 이기겠어. 하지만 엄마표 수학놀이는 이겨야 하잖아. 하아..결국 엄마를 이기고, 감독님 옆에 나란히 서게 되었다구.


그 날 밤은 진짜... 꿈 같은 하루였어요. 심장이 너무 두근대서 푹잤어.




2월13일


다음 날이 되어 일일베스트 순위를 보니 7위더라구요.


나쁘지 않았어. 실시간 순위는 어제만큼 확 나오지 않았어요. 이젠 잔잔바리로 브런치 글 올리고, 아내분이 이래저래 힘써주시고 콘텐츠 만들어서 올리고 저도 강남가서 책 들고 딸랑딸랑거리고 해서 순위 유지하자...라고 조금 내려놓게 되었더랬죠. 존경하는 대표님 한 분이 블로그 리뷰단 모아주시겠다고 하셨어요. 대표님을 향해 진자운동처럼 인사를 했어요. 아주 많은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하게 되었어요. 저 순위가 제가 잘해서 나왔겠어요? 노 아니에요. 다 감사한 일들이 가득 모여서 저렇게 된거에요. 순위도 졸라 행운의 숫자인 7위잖아요? 원기옥같은 거에요. 지구인의 힘이 모인거지.




2월14일


원기옥이 더욱 커졌어요. 아침에 보니 자기계발 분야10위가 되었더라구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저렇게 되고 나서도 아..한 자리수였으면 좋았겠다 싶더라구요. 차암 인간이란 거시...그래. 어제는 미팅이 잔뜩 있어서 일단 머리감고 씻고 나갈 준비하고 있는데 에디터님한테 톡이 왔어요.



오 맙소사. 말도 안나와서 이모티콘으로 대신했다구. 교보에서 뭔가 많은 수량을 사가신 분이 있었나봐요. 초판에서 수정할 부분들 취합하고 오후에 에디터님께 넘겨드렸어요. 이제 2쇄가 나오는 거시지.




이렇게 3일만에 중쇄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물론 양준일님은 예약판매부터 2쇄를 찍었고, 펭수는 우주급이고 곰돌이푸는 억만장자지만 그들과 비교하기엔 전 너무도 작은 우주대먼지 같은 존재예요. 그러니 고작 중쇄소식에 기쁜 것이지.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렇게 기쁜 일이 생긴 것이 내가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더라구요.


일단 에디터님 말을 잘 들어야 해요. 저는 디자이너고 나름 브랜딩을 한다 어쩐다 그러고 있었지만... 책제목이나 표지디자인을 내가 손댈 순 없었어. 출판사에선 하던 가락이 있어서 그 '삘' 이란 있거든요. 팔릴 만한 제목뽑고 소제목 달고 디자인 얹히는 건 사실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내가 너무 원하는 것이 있다거나 진짜 아니다싶으면 강력하게 어필해야 겠지만... 긴가민가할 땐 에디터님 말을 듣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우리 에디터님은 아주 열정넘치고 센스가 오지는 분이에요. 둘이 티키타카도 있었는데, 에디터님이 막 직접 저 있는 곳까지 출동해서 아젠다 잡는다고 회의하고 그랬어요. 처음엔 서로 '뭔 말이야?' 하는 지점도 있었지만... 어느새 동지같은 관계가 되었어요. 에딧님 고마워용.


초기에 갑을관계라거나 그냥 '난 쓰고 넌 다듬어' 라는 식의 업무관계보단... 소구점을 잡기 위해 엄청 논쟁하고 함께 대박책 만들어보자고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세요. 원래 작가와 에디터는 티키타카하는 사이거든요. 하지만 그 목적이 결국은 좋은 책 만들어보자고 지금 진땀 빼는 거니까... 서로 가감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으면 정말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책 나왔으면 작가는 뛰어야 해요. 나는 책 썼으니까 끝났오! 라고 손 털어버리는 분들도 있는데... 뭐 개인취향 나름이겠지만 만약 팔리고 싶다면 그 두세배 정도 발로 뛰어야 해요. 하루에도 수십권씩 책이 나오고 여차하면 봉준호 감독님 처럼 누가 상받고, 슈가맨에서 갑자기 누가 나오고, 푸우, 신데렐라, 보노보노, 건담, 나루토같은 애들이 IP파워를 들고 캐릭터도서로 터지는 세상이에요. 


넋놓고 있으면 그냥 아주 창고로 가는거야. 콘텐츠가 좋으면 잘 팔린다? 으아.. 도서시장은 아닌 것 같아요. 콘텐츠가 좋은 건 그냥 기본인거고, 잘 팔리는 영역은 별개예요. 서점가서 매번 책들고 기웃거리고 괜히 내 책 만지는 사람한테 말도 걸고, 독립서점에 책들고 영업도 다니고, 직접 지인들 바짓가랑이도 붙잡고, 콘텐츠도 만들고 페북, 유튜브, 안하던 인스타도 갑자기 시작해야 해요. 손에서 키보드냄새나고 발이 아플 정도로 돌아다녀야 겨우 반응이 있을까말까 한 곳이야.


초기에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작가도 함께 참여해야 해요. 부수가 많이 나가야 하는지, 쇄를 찍어야 하는 지, 순위를 올려야 하는 지 등등... 작가가 뛰는 부분과 출판사가 뛰는 부분이 서로 다르면 서로 좀 허탈해져요. 처음부터 예스24사에 분야순위를 올리고싶다..링크를 모으고 그 쪽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자던지, 부수를 늘리고 싶다면 기업추천도서쪽으로 유도하면서 기업강의나 HR팀과 접촉을 해야하는 거고. 목표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이런저런 계획을 서로 공유하지 못하면 나름 한다고 했는데 여기 쪼끔 저기 쪼끔 에너지가 분산되서 후회가 남는 경우가 생기더라구요. 출판사 측에서 솔직하게 물어보고, 어떤 행동을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 지 진지하게 상의해본다면 조금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저희도 처음에 교보로 몰까? 예스로 몰까? 헷갈려서 초반에 서로 다른 포인트에 집중하는 바람에 좀 아쉽기도 했어요. 


 



사실 진짜는 지금부터에요. 이렇게 막 잘 팔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건 '책제목' 때문이에요. 사실 베셀작가가 되지 않는 이상 인세는 얼마 되지도 않고 책을 판다고 해서 갑자기 제 사업이 잘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책 제목이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잖아요. 이건 제가 2020년에 영업을 이해하는 디자인을 만들겠다! 라며 사업방향을 정한 후 나온 첫 책인지라 의미가 커요. 내 책제목을 저렇게 지었는데 내가 못팔면 그게 뭐야...


그래서 이번 책은 내가 말한 걸 내가 지키고 보여줄 수 있는 지에 대한 실험이기도 해요. 못하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있기도 하죠.ㅠㅠ 하지만... 조급해한다고 해서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므로 더 많이 고민해보려고 해요. 부정한 방법이 아닌, 매력적인 영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1만부를 넘겨보는 것이 목표에요!


여러분들도 잘 한 번 지켜봐주세요 :)


과연 저는.. 책제목 값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책 링크를 쏘옥. 이 책은 완벽하지 않지만 흥미롭습니다. 가져갈 것도 많고 일단 내지가 이뻐요. 2쇄는 표지의 에폭시도 도톰하게 더 올려서 귀여워진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761015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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