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5년 전엔 팀원이란 게 있었습니다. 하지만.(크흡) 전 리더쉽 아메바라서... 제가 직원을 피해 다른 카페로 숨고 그랬어요. 멍청이. 그래서 1년 만에 모두 빠이빠이했습니다.
2. 혼자 일하면 좋은가요?
멍청한 질문이군요. 고추바사삭 순살치킨 끼고 넷플릭스 볼 때나 혼자가 좋은 거에요. 혼자 일한다는 건 아주 욕입니다. 욕이야 진짜. 이건 외롭고 고된 숫사자같은 삶이에요. 물론 계약서 도장찍을 때와 계산서 끊을 때. 딱 행복하긴 하죠. 하지만, 나머지 시간은 어떤가요. 그렇습니다. 그냥 무표정하게 일어났으니 포토샵 켜고, 자야되니까 저장하고 뭐 그런 식이에요. 클라이언트한테도 무표정하게 ㅋㅋㅋㅋ 보내고. 막. 감사하지 않은데 감사합니다 하고.
3. 근데 왜 혼자 일하세요?
제 코가 석잔데 무슨 직원을 뽑습니까. 사실 말이 좋아서 '협력업체 두고 일한다'...라고 하는거지 그들이 어디 뭐 제 협력업체입니까. 그냥 인쇄소, 에이전시, 아는 대표님인거지. 그냥 본인 일 하고 있다가 제가 도와주십쇼...라고 하면 도와주시는 거에요. 그냥 인생 독고다이인거야 사실.
4. 돈은 잘 버세요?
잘 이라는 기준이 애매한데 삼세시끼 챙겨먹고 간간히 술 한잔 할 정도는 벌고 있습니다. 작년 제작년엔 1억 이상 찍었어요. 하지만 세금이 아주 화려하게 나와서 남는 건 없어요. 게다가 올해 결혼했다구요. 보증금 넣었죠? 대출 받았죠? 결혼식 치뤘죠? 지금 제 통장에 153만원밖에 없어요. 워후 153이라니... 이건 베드로가 잡은 물고기 수와 비슷한데 성경에는 많은 성과를 뜻하는 숫자지만 지금 제 통장을 보아하니 다음 달 생활비 내기도 빠듯한 나부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매출과 순익이 다르다는 것은 익히 알고계시죠? 매출 따위 부러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것은 오직 부동산, 주식폭등, 지적재산권 밖에 없습니다.
5. 그럼 올해는 어떻게 하실 참인가요?
3억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냥 목표인거죠. 꿈은 꿀 수 있잖아요. 방법을 물어보실 요량인가요? 이 자식아? 그건 나도 모르겠어요. 3억을 벌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자체를 모르겠다구요.
6. 근데 왜?
프리랜서들 목표가 월천이라고들 하더라구요. 물론 1단계 관문같은 느낌이고 앞자리 수 바뀌니까 기분 좋잖아요. 근데 이게 3년차 되보니까 알겠더라고.
잘들으세요 프리랜서분들. 월천은 지옥입니다. 여러분 월천 있잖아요? 잠안자고 안먹고 휴일없고 애인없고 결혼안하고 개빡세게 일하면 그냥 벌 수 있어요. 이거 어려운 거 아니예요. 근데 이게 뭐가 문제냐. 우선 근손실이 생기구요? 여유없죠, 영업못뛰죠, 미래 구상 할 시간 없어요, 당장 시안보내라 뭐 만들고 미팅하고 내용증명보내고 술마시고 막.. 정신 하나도 없어요. 그렇게 12월31일 되면 어때요? 아..내년엔 이렇게 살지 말아야 겠다. 결심하죠. 근데 2020년 됐어. 지금 뭐해? 또 일하고 있잖아. 지져스 크리스마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었어요. 어중간하게 벌려고 하면 빡세게 일하는 수밖에 없어요. 많이 벌려고 해야 새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돈 욕심이 문제가 아니고, 일단 여러분들이 살아야 하잖아요. 노동과 자본이 1:1로 교환되는 구조는 너무 힘들어요. 이 세상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아. 뭔가 코딱지 만해도 불로소득을 만들고, 저작권을 만들고, 돈이 나올 다른 채널들을 구상해야 해요.
1억 벌다가 1억2천 벌려면 잠자는 시간을 1시간씩 더 줄이면 돼요. 그런 목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구! (던져버림). 아예 매커니즘을 새로 만들 수 있는 목표를 세워야 했어요. 그래서 300%로 잡아본 것이죠..(하지만 무모한 것이었음을 2달만에 조금 깨닫고 있기도 하고..뭐)
7. 그럼 언제 쉬세요?
이번에 와이프랑 정한게 11개월 일하고 1개월 쉬자. 하는 건데 할 수 있어요. 여러분 좀 덜 벌면돼요. 11월까지만 할 수 있는 프로젝트만 받고 그냥 배째라 하고 12월 놀러가면 돼요. 쉬는 건 내 마음이에요. 근데 뭐가 문제냐. 내가 나를 못 쉬게 하지. 불안하고 손떨리고 손톱 물어뜯어서 아침밥 먹는다구. 자유지만 자유가 아닌거죠.
8. 희망적인 얘기 좀 해주세요.
여러분 혼자서 일한다는 건 많은 카페와 풍경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일입니다. 여러분은 베트남에서도 일할 수 있고 강릉에서도 일할 수 있어요. 물론 실제로 바다를 보거나 놀러다닐 순 없어요. 강릉 스벅에 가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럴바엔 그냥 방마다 벽지를 다르게 해놔야겠어. 어디엔 바다벽지 어디엔 사막벽지....
9. 전혀 희망적이지 않은데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혼자 일한다는 건 전쟁이에요. 그냥 아주 전쟁이죠. 물론 늦잠도 잘 수 있고, 쉬고 싶을 때 쉴수도 있어요. 지옥철도 피할 수 있고, 치킨뜯으면서 일해도 돼요. 이런 행위의 자유가 있죠. 하지만 일의 자유도는 매우 떨어져요. 일의 자유도를 높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냐!
10.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돈이 많아야 해요. 여러분 통장에 돈이 많으면 하기 싫은 일 하고 싶은 일 가려받을 수 있어요. 돈이 없잖아요. 음. 그냥 다 받아야죠. 지금 뭐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따질 때가 아니에요. 좋아하는 일은 지속성에서 나와요. 뭔갈 지속적으로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해. 잘하는 일? 잘하는 일은 잘할 때까지 시간이 걸려요. 그 시간은 그럼 흙파먹고 사나. 아니죠 돈이 있어야 해요. 근데 그 돈을 어디서 벌어요? 내가 디자인하면 디자인에서 벌잖아요. 근데 아직 쭈구리니까 저가로 받겠죠. 그럼 내 가격은 떨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11. 그래서?
절대 여러분의 캐쉬카우. 그러니까 주돈벌이의 금액을 떨어뜨리지 마요. 일단 돈을 벌더라도 그냥 차라리 신문배달을 뛰던가 명절에 상하차 알바를 하세요.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회사들어가서 일단 고정급을 만들어요. 내가 디자인을 하고 싶다...하면 디자인으로 부업을 하는게 아니에요. 아 전 UX디자이넌데 PPT로 알바하면 안돼요?네 안돼요. 여러분이야 디자이너니까 UX와 PPT는 다르다 생각하겠지만 의뢰주는 입장에선 그게 다 그 놈같아요. 슬픈 일이지만... 디자인으로 돈 벌고 싶다면 부업은 완전히 다른 걸로 하세요. 디.자 들어간 것도 하지마.
12. 글은 왜 쓰셨어요?
전 비전공 디자이너였어요. 배운 걸 쌓아놔야 기억이 되기도 할 거고. 무엇보다 전공디자이너와 포폴경쟁이 안되잖아요. 그래서 나만의 다른 방법을 택하고 싶었죠. 글로 '내가 일하는 방식' 을 풀어본 거에요.
13. 잘 되셨더라구요.
네. 그건 맥주 먹고 뭔갈 써 갈긴 다음 날 이었죠... 일어나보니 갑자기..그렇게 되어있더라구요. 아침에 보니 조회수가 20만이었어. 원래 아침에 지우려고 했던건데...(아련)
14. 지금은 왜 이모양이에요?
그게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잘된 건 내가 잘해서 잘된게 아니에요. 물론 전 천재작가의 면모가 있어요. 하지만 아다리가 안맞으면 다 소용없다고. 아인슈타인도 우리나라 내신 준비했으면 남아서 유형문제 더 풀고 가야할 아이였어. 다 이게 환경과 국제정세..뭐 이런 것들의 아다리가 필요한 거에요. 지금은 그냥 잔잔바리로 지내고 있죠.
15. 그럼 언제 터지실 거에요?
이 글로 터지고 싶어요.
16. 솔직히 글쓰는거 관심받으려고 하는거죠.
당연하죠. 모든 글쟁이는 기본적으로 관종기질이 있을 거에요. 밖으로 드러내고 싶은 내가 나에게 드러내고 싶은. 내적관종, 외적관종 뭐 이름은 모르겠지만 다들 인정받고싶고, 표현하고 싶어서 쓰는 거 아닐까요? 글을 쓴다는 건 백지 위에서 발가벗고 어반댄스를 추는 것과 비슷해요.
17. 두 가지를 동시에 하기 힘들지 않아요?
힘들어요. 하지만 안하면 더 힘들 것 같아요. 디자인과 글 모두 표현의 영역에 있지만...디자인은 돈 받고 니 생각을 내 방식대로 표현하는거고, 글은 돈 안받고 내 맘대로 내 방식대로 표현하는 거에요. 자유도와 쾌감의 차이가 다르죠.
18. 글은 돈이 안되나요?
지금은 안돼요. 기고해봤자 건당 20만원 남짓이고..뭐 적게 부르는 곳은 3만원? 인세는 아시다시피 2월, 6월 정산인데 두번째책까지 해서 작년에 한 14만원 벌었나? 뭐 여튼 말도 마세요 개쪽팔리니까. 책으로 돈을 번다는 건 그냥 로또를 사는 것과 비슷해요. 물론 로또보다야 조금 노력과 자원의 역할이 들어가지만...결과적으론 그것도 시대적 아다리가 중요하답니다. 이외에도 글로 돈을 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글을 잘쓰면 그냥 글쓰기 강연을 하세요.
19. 아픈덴 없어요?
혼자 일하면 C자형 어깨와, 식도염, 손목통증, 허리통증, 회전근개 통증, 두통, 뱃살, 근손실 등이 생겨요.
20. 그럼 죽는 거 아니에요?...
죽진 않아요. 걱정마세요. 간간히 죽기 일보직전일 때 잠깐씩 피트니스가서 운동을 해보도록 하세요. 아주 바닥을 친 기초체력을 실감하며 다음 날 근육통으로 '열심히 살았다' 라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어요.
21. 회사를 키우실 생각은?
늘 하고 있어요. 저도 막 투자 테크트리 타서 키워보고 싶기도 하고...막 듀오톤 대표님 보면서 초롱초롱 아름다워하고, PXD보면서 진짜 지렸다 중얼거리면서 팬티 갈아입곤 해요. 하지만 그것보다.
22. 그것보다?
회사를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더 커요.(월급!)
23. 뭐요? 그럼 들어가시면 되잖아요.
근데 그러고 싶진 않아요. 아깝잖아요. 여기껏 지금 어? 몇 년이야. 지금 5년간 내 밥벌이 내가 만들어왔는데 남이 이렇게 돈을 내 주머니에 꽂아주면 좋겠어요?
24. 좋죠.
맞아요...
25. 왜 안들어가세요.
하아...
일단 포폴을 정리할 시간이 없구요. 농담 아니에요. 진짜. 이거 언제 정리해야 하는거야. 난 좀 물어보고싶어. 디자이너 분들 도대체 포폴은 언제 정리하세요? 그리고 내 소중한 클라이언트들이 있고. 그래도 검색창에 애프터모멘트 쳐서 들어오시는 분들이나... 여기저기 저 사람은 이런거 하더라. 라고 알려진 것들이 있잖아요. 그걸 차근차근 쌓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회사에 간다고 내가 원하는 해답이 있진 않겠죠. 물론 대출과 월급, 과자와, 연차란 게 있겠지만 고뇌가 없잖아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불안과 공포도 없고.
26. 고뇌와 불안, 공포가 좋아요?
좋다기보단...그게 은근 중독성이 있어요. 사람 미치게 만들고 속을 뒤집어놓지만...또 그걸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때의 쾌감이 있거든요. 알아요 변태같은 거. 하지만 그래서 사람이 회사 체질, 사업 체질 그런게 있나봐요. 저는 개쫄보라서 불안이 아주 심한 편이에요. 그럼에도 어찌어찌 그걸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어요. 하다보니 대강 불안할 시기가 되었으니 의무적으로 불안해하는 느낌이에요. 진짜 그리 불안한가?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도 않아요. 뭐 해먹고라도 못 살겠어요? 그래도 여지껏 해온 게 있는데.
27. 회사 다니면서 1인기업을 준비해야 할까요?
그걸 준비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있긴 한가요?
28. 유튜브 해야하나요?
아 제발 쫌...유튜브를 하든 브런치를 하든 남들 한단 거 보고 하지 마세요.
어차피 여러분이 '아 이거 해야지!' 라고 올라탔을 땐 이미 시장의 역학구조가 다 완성된 다음일 거에요. 공식이 생기고, 1위가 생기고, 나올 만한 거 다 나온 다음에 시작할 거잖아요. 옆 동료가 하는 거 보고 잘되면 시작하잖아. 그런거 따지지 말고 그냥 당신이 형광펜을 팔고 싶으면 그냥 형광펜을 파세요. 시장을 분석한다..뭐 트렌드를 따른다..하는데 사실 여러분은 분석할 수 없어요. 트렌드도 알 수 없어. 옷을 살거면 지금의 트렌드를 보면 되지만, 돈을 벌거면 1달 뒤의 트렌드를 봐야지. 하지만...여러분은. 그냥 그 물살에 떠 있는 나무판자 같은 존재라고. 막 앞을 내다보고 그러기 힘들어요. 그러다 괜히 핀트 어긋나면 맘만 상하고. 그러니 맘 가는대로 하고싶은거 하세요. 대신 기왕이면 잘하는 것부터 하세요.
29. 잘하는 건 어떻게 찾아요?
해봤는 데 남들이 돈주는 거. 그거 하세요.
30. 너는 뭘 잘해요?
저는 글 빨리 써요. 지금 이거 30번까지 왔는데 1시간도 안걸렸어요. 그것도 퇴고도 없이 한 번에 쭉 내려왔어요. 근데 나름 또 센스가 있어요. 천재야 완전. 그리고 디자인도 개잘해요. 툴을 잘 다루거나 역사적인 디자인은 못만들어요. 근데 클라이언트의 욕망을 잘 봐요. 그걸 잘 찝어내는 편이에요. 약간 할머니 할아버지네 집에서 자란 눈치 빠른 어린애기가 같은 촉을 지니고 있어요. 자랑이에요. 자랑해야죠. 제가 먹고 살려면 이 능력밖엔 없거든요. 사람은 다 자기 밥그릇 벌만한 능력이 있어요. 그걸 자랑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자만도 아니고. 먹고 살겠다고 하는 건데 펑펑 소리치면서 다녀야죠.
'저 이거 합니다아아아아!!!!!!!!!!!!' 하고.
뭘 잘하는 지 알고 싶나요? 그리고 여러분의 능력을 인정받고 자기 인생을 책임지고 싶나요? 회사에서 맨날 개털려요? 회사 후의 내 삶이 막막해요? 나도 내 손으로 노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된다면. 이거시 답이여.
예스24에서 이 책을 딱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버튼을 누르는 거지. 뭐가 떠요? 네이버 페이, 카카오페이. 요즘 돈 쓰는거 너무 쉬워. 아주 어디는 비밀번호도 안 넣어도 된다니까? 이렇게 양질의 콘텐츠를 순식간에 얻을 수 있는 참 여러분들은 복된 세상에 살고 계십니다.
미안합니다(넙죽).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닌데... 말했잖아요. 나도 내 능력 자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이번 책 좋아요. 제가 진짜 열심히 썼어요. 요즘 이거 잘 팔고싶어서 여기저기 링크 막 갖다 붙이고 있어요. 사실 이번 글에 붙일까 말까 고민 많이 했는데... 제 인생 녹여서 쓴 책이니 당연히 나와줘야 할 것 같았어요. 기왕 본 거 한 번 시원하게! 링크 들어가서 한 번 딱 살펴나 봅시다. 팔리는 나를 만드는 중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