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톡과 일해본 썰 풉니다.
전 일 하나 마치면 클라이언트 자랑을 하는 버릇이 있어요. 오늘 글은 클라이언트 자랑이에요. 일 하나 끝났거든요. 제목이 왜 이렇게 어그로같냐고 물어보실 수 있을 거에요. 제목 떡밥은 맨 하단에서 회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월은 조이코퍼레이션에서 함께 일했답니다. 채널톡으로 더 널리 알려져있는 회사죠. 이 글은 클라이언트 자랑을 하는 글입니다. 따로 돈을 받진 않았으니 광고를 하진 않을 겁니다. (새침)
about Client
자 일단 이 회사 뭐하는 곳인지 좀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이 분들 짤을 좋아하시구요, 맛집이 별로 없기로 유명한 삼성역 섬유센터 근처 스파크플러스에 계십니다. 분명 IT회사긴 한데 부대표님은 락밴드 출신이고, 이번에 새로 오신 신입분은 음모론과 하스스톤, 롤을 사랑하는 분입니다. 대표인 레드는 처음 봤을 때부터 구글에서 짤을 찾고 있더라구요. 범상치 않음을 느낍니다.
사실 이 곳은 온라인쇼핑몰 아래 조그맣게 달려있는 그 버튼의 주인공입니다.
저 우측 하단에 물음표 보이시죠.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어요? 제가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에 다 저게 달려있어서 처음에 뭐지? 했었어요. 면도기도 와이즐리에서 사고, 회도 오늘회에서 시켜먹는데 다 저녀석이 있는 거에요. 저것의 정체를 잠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소비자에요. 봄맞이 슬랙스 사려고 쇼핑몰갔어요.
모델은 막 180cm에 65킬로 따위의 기분나쁜 수치의 옷걸이잖아요. 아니 상식적으로 어떻게 이 사람이 입은 걸 보고 옷을 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물어보고 싶잖아요. 오프라인 매장에선 피팅룸에서 입어 볼 수라도 있죠. 온라인에서 바지 살 때 얼마나 긴장돼요? 와씨 이거 잘못사면 또 교환어쩌고 하면서 3,4일 그냥 날아가는 데 그 시간이면 바지를 하나 만들 수도 있겠다. 이 때 저 채널톡이를 꾹 누르면 어때요.
"이걸 제가 입으면 래쉬가드같이 되지 않을까요?" 라고 물어보니
"네 맞아요. 고객님은 두 사이즈 정도 큰 걸 사셔야 해요." 라고 바로 대답이 오는 거에요.
맞아요. 소비자들에겐 꿀같은 실시간 상담채팅이 가능한 바로 그 마법버튼인 것이에요. 직원이 있는 것처럼 물어보고 바로바로 구매를 결정할 수 있죠. 사이즈 실수 줄죠, 혜택 정보 바로 받아볼 수 있죠, 지름신 강림하죠, 제일 답답했던 재고 언제 다시 입고되는 지 이런 거 바로 물어볼 수 있죠. 이 컴퓨터 사양이면 배그풀옵 가능한 지도 상담받을 수 있어요.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다들 마스크사랴, 감염자 동선보랴 정신 하나도 없었잖아요. 중학생이 만들었던 코로나나우 기억하세요?
https://www.sedaily.com/NewsVIew/1YZ32MJLYU
이렇게 24시간 내내 바로바로 대응 가능하고. 이런 것이 대박인 거에요. 기술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무릎탁 케이스라구요. 사실 이 때 제가 있었거든요. 진짜 참. 이 사람들... 괜찮다 싶더라구요. 잘하네잉 싶고.
쇼핑몰 주인장들에겐 뭐가 좋아요?
그쵸. 이 사람들도 좋아야죠. 생각해봐요. 아까 고객들이 바로바로 구매 결정한대매요. 그럼 도망가지 않겠죠. 사이즈 몰라서 반품하다가 개빡치지 않겠죠. 고객들이 물어본 내용들 데이터로 쌓이겠죠. 담번에 그 고객오면 알고 대응할 수 있겠죠. 클레임 줄겠죠. 병맛 드립도 가능하겠죠. 재밌겠죠. 단골 생기겠죠. 매출 오르겠죠. 언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뭘 물어보는 지 대쉬보드로 나오죠. 한 눈에 보고 이런저런 마케팅 실험도 할 수 있죠. 인건비 아낄 수 있죠. 데이터 분석 알아서 해주죠.
이런거죠. 오지죠? 오지치즈.
비록 웃짤 채널이 따로 있고 (심지어 웃짤 밑에 왜 '유익한 사진들' 인데.... ) 팀메신저 보면 다들 자기얘기만 하고 쇽쇽 사라지는데 묘하게 대화가 연결되고, 오후7시에 보낸 걸 새벽3시반에 혼자 대답하는 사람도 있지만 벌써 채널톡서비스 3년차에 3배, 5배씩 펑펑 성장하고 있는 신기한 곳입니다. 그리고 곧 3번째 버전이 출시되죠.
about Project
자 이제 자랑은 이쯤하고, 제 자랑 합시다. 내가 일한 거니까.
제가 한 일은 이번에 채널톡 개편과 동시에 조금 마케팅 메시지나 서비스 메시지 등을 많이 바꾸고 싶었나봐요. 너무 스타트업스러운 용어나 생산자 관점의 언어를 쓰고 있다는 내부판단이 있었나봐요. 소비자의 언어로 쉽고 직관적인 메시지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죠.
비록 브런치엔 이런 근본없는 글을 쓰고 있지만, 막상 또 머리에 왁스바르고 가면 되게 잘해요. 그래서 크게 마케팅메시지, 홈페이지 메시지, 각 채널별 메인전략들 잡고 회사소개 문구, 슬로건 워싱하는 등의 일들을 했답니다. 텍스트 감수를 한 것이죠.
우리의 프로젝트는 주로 이랬어요.
화요일과 목요일에 제가 쵸로록 달려가요.
아젠다를 공유하고 준비한 걸 띄워봐요.
다들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봐요.
일단 팔짱을 껴요. 그리고
하나하나씩 이건 왜..이렇게?
저런 왜 저렇게?...
이게 좀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 전에 저희 상황을 먼저 공유해드릴게요
오키 그렇다면 이런 방향으로
오 천재시네요
긁적 잘 알아보셨네요.
그럼 이건 어떡할까요
이건 이렇게 해야되지 않을까요?
오. 좋아요.
이건요? 이건 이렇게 해봅시다.
언제 할까요?
내일모레요.
오케이 좋아요.
바로 광고돌려보고 담주 화요일까지 결과 취합하죠.
그럼 화욜날 결과보고 추가로 메시지 뽑아봐요.
좋아요. 밥먹을까요?
새우까스. 존맛
이번엔 각 채널별...
간단히 말하면 이런 식으로 일을 했습니다. 진짜 놀라운 건 뭐냐면. 이 사람들은 뭐 하나 하자고 하면 이틀을 넘어가지 않아요. 대충 아이디어 취합되는데 3시간... 실행까지 하루면 충분하고 결과분석해서 뽑아내는 데 1주일이 안걸려요. 물론 그 뒷단엔 천재마케터 블레어가 있어요. 더불어 기본적으로 다들 성격이 급해서 질질 끄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일할 때 뭐 얘기 길어지고 추상적인 얘기들 하는 걸 너무 싫어해서 중요한 것만 팍팍 얘기하고 빨리 마무리짓는 걸 선호한답니다. 특히 텍스트 파트는 자칫 더 좋은 거 찾다가 헛발질만 나올 수 있어서 목표와 방향성에만 맞으면 빠르게 정리해서 마케팅 돌려보고 성과보는 식으로 움직였어요.
브랜딩 메시지는 이런 전환 메시지와는 별개의 것인지라 좀 더 포멀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답니다.
글을 쓸 때 중요한 건 모든 단어와 문장은 각각의 역할이 존재해야 한단 점이에요. 디자인을 할 때도 똑같죠. 의미없는 색이나 점은 없어요. 간혹 우리 글쓰면서 생각하면서 쓰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다보면 같은 의미의 문장이 반복되기도 하거든요. 문장을 그냥 늘려야 하는 자소서에 자주 등장하는 늘린 쫀디기같은 문구들.
그래서 텍스트를 손대는 프로젝트에선 무언갈 계속 늘리기 보단 쳐내고 잘라내고 줄이는 작업을 먼저해요. 그리고 미묘한 어감의 차이에 주목하죠. 예를 들면
이 두 개의 문장만 해도 그래요. '은,는,이,가' 는 모두 주격조사에요. 둘 중 어떤 걸 써도 문법적으론 상관없지만 뉘앙스가 조금 달라요. 고객이 돌아온다는 고객의 행동을 보여줘요. 그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을 관찰하고 묘사하는 느낌이 강하죠. 하지만 고객은 돌아온다는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 얘기하는 뉘앙스가 강해요. 예측이나 의지를 나타내죠. 그래서 브랜드메시지는 이걸 누구에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결정돼요.
우리의 메시지를 들을 사람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자 분들이에요. 그러니 그들에게 확신과 희망을 심어주는 메시지여야 해요. '고객은' 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죠. 풍경을 관조하는 듯한 모습은 임팩트도 약하고 신뢰감을 줄 수 없거든요.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고쳐나가며 브랜드의 텍스트를 손보았답니다. :) 이렇게 한 달간의 짧지만 치열한 여정을 끝냈습니다. 조금 더 매력적이고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그리고 성과와 연결되는 메시지가 되었길 바라요.
I Think
제목 떡밥을 회수해보겠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상담에 대해 간과하고 있어요. 말 한마디가 고객을 어떻게 부르고 도망가게 하는 지 그 중요성을 잘 모르고 있는 듯 해요. 공감능력이 없어서? 그렇지 않아요. 사실 그 분들도 다른 곳가서 쇼핑하다가 제대로 된 응대를 받지 못하면 화나고 기분나빠요. 하지만 우린 종종 내가 소비자일 때와 생산자일 때 모드전환을 하는 것 같아요. 생산자입장이 되는 순간부터 소비자를 마치 외계인 쳐다보듯 바라보는 것이죠. 연구대상이자, 판매타겟처럼 말이에요. 맙소사. 이게 뭐에요.
고객이 돌아오게 하려면 그들을 산에 풀어놓은 대관령 양떼처럼 바라봐선 안돼요. 직접 하나하나 케어하고 적당히 종도 울리고 고삐도 잡아주면서 계속 관여해야죠. 가만히 앉아서 올놈올갈놈갈 이렇게 멍때리고 있으면 그 사람들은 다른 곳 가버려요. 선택항이 넘치고 넘치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쇼핑몰 하시는 분들 마케팅에 관심 짱 많잖아요. 퍼포먼스 배우고 막 브랜딩 부터 해야 할 것 같고 그러잖아요. 막 CAC 트래킹하면서 전환율 계산하고 그래프보면 엄청 멋진 거 하는 듯한 기분도 들고, '아! 이거 하나만 딱 잡히면 될 것 같은데.' 라고 분석하게 되잖아요.
숫자는 결과치에요. 과정과 액션이 선행되어야 하죠. 아무것도 안한 하루인데 떨어지는 그래프를 보고 마케팅 전략세우는 건 바보같은 짓이에요. 전략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했기 때문에 떨어지는 거에요.
그 수많은 선택항 중 우리 사이트에 들어와서 물건에 관심을 보이고 이것저것 들어보이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들어왔을 때 바로바로 달려가서 관심을 보여주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를 재빠르게 전달해주셔야 해요. 고객이 들어오지 않는다구요? 불경기라 그렇다구요?
리얼?
오늘 내 물건을 구매한 이 사람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어요? 신규고객인가요. 단골인가요. 이 전엔 무엇을 샀나요? 어떤 궁금함이 있었고 불만은 무엇이었나요. 상담이나 마케팅이다 하지만... 혹시 카드뉴스 만들고 광고돌리는 것에만 집착하진 않았을까요. 1%도 안되는 전환율을 위해 수많은 고민과 돈을 쓰고 있는 것도 분명 가치있는 일임은 분명합니다만.
좋은 서비스가 있고, 그것으로 내가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도전이 있을까 싶습니다. 어눌한 말투라도. 어설픈 인사라도. 한 마디라도 주고받은 사람의 마음은 다르다는 걸 여러분도 이미 알고계실테니까요.
한 달간 함께 해준 채널톡 식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채널톡은 아래 여길 들어가면 14일 무료체험이 있다고 합니다. 풀패키지 이용할 수 있는 거니까 14일간 써보시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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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 사이트도 들어와서 감탄 좀 하고 가요. 코로나 때문에 아주 죽겠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