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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pr 09. 2020

브랜드만의 말투를 만들어 봅시다(1)

브랜드의 고유성을 살리는 Tone of voice 구축하기

브랜드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습니다. 오늘은 '글'에만 집중해 볼 생각이에요. 단순히 이해가 잘된다 안된다를 떠나서 브랜드 특유의 문장톤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랄까요. 그 전에 메타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화자를 정하는 중요한 방법이거든요.


저는 브랜딩에 뭔가 특별한 행위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메타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에어팟프로가 될 수도, 홈런볼이 될 수도, 길냥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부분이 중요하죠.


당신의 브랜드는 코끼리입니다.

워후. 이해가 되시나요? 아마 뭐지?..크단 얘긴가? 코가 길단 얘긴가?...회색이란 얘긴가...육중하다? 초식동물? 똑똑하다?... 하나의 메타포에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있고 보는 사람마다 그 해석이 달라지는 대상은 좋지 않습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종이입니다.

마찬가지죠. 얇다는 건가...가볍다는 건가..뭔갈 자유롭게 쓸 수 있단건가. 저 메세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많은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당신의 브랜드는 비글입니다.

엌. 완전 활동적이구나. 도가 지나칠 정도로 악마스럽구나. 휴지를 물어뜯겠구나. 아주 빡세겠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비글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잡혀있습니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공통의 특성을 인지하고 있는 대상이죠. 좋은 메타포란 이런 겁니다. 배경과 상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상 그 자체의 특성만으로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비글은 사실 귀엽고 영리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전 키울 수 없겠군요


이제 화자얘길 해봅시다. 메타포얘기가 갑자기 튀어나온 건 화자 때문입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말을 해야 하고, 말하는 사람은 고유의 목소리, 억양, 어투, 성량이 존재하죠. 우린 종종 목소리만 듣고도 상대방의 이미지를 상상하곤 합니다. 대부분 그 이미지는 '사람'에 가깝죠.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있습니다. 누구 목소리같다, 어떻게 생겼을 것 같다, 어떤 성격일 것 같다..등등 사람의 특성을 위주로 생각합니다. 목소리를 듣고 로지텍 마우스같다고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때문에 브랜드의 페르소나가 분명해야 하고, 그의 말투를 제대로 설정해줘야 캐릭터가 작동할 겁니다. 대부분은 캐릭터는 설정해놓는데 옷입히기만 바쁘고, 보이스톤을 설정하지 않더라구요.


혹시 여기서 언젠가 들었던 메라비언의 법칙을 떠올리셨다면 잠시 접어두세요. 메라비언의 목소리가 첫인상의 38%를 좌우한다는 것은 외모, 표정 등 다른 리액션과의 연관성이 있을 때의 결과치입니다. 게다가 그것은 1971년도의 실험이죠. 도대체 언제적이야.


브랜드의 보이스톤은 글입니다. 여기서 글이란 꼭 회사소개 문구나 콘텐츠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글쓴다고 하면 다들 네이버블로그나 브런치, 회사소개서만 생각하는데... 이것은 서비스텍스트, 경고메시지, 오류창, 공지사항, 영업메시지 등 콜투액션과 직결되어 있는 작은 단어와 문장까지 포함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겠죠. 중요성을 모르고 있거나, 방법을 모르고 있거나.


우리 대부분은 "A라는 이미지를 가지려면 어떤 문체를 써야하는 지" 막연할 겁니다.


얼마 전 신한카드가 UX writing guide를 만들었더라구요. 텍스트구축은 분명 브랜드의 선택사항 중 하나겠지만... 개인적으론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목소리 없는 캐릭터는 좀 매력이 떨어지잖아요. 동의하신다면...이제 소소하게 알아보도록 합시다.




 01_어미


엄마말고. 어미. 문장 끝이요. 군대에선 다나까를 씁니다. 일반적인 문어체에서도 보통 다나까를 쓰죠. 조금 캐쥬얼한 상태라면 요죠체를 쓸거고, 애매한 포지션이라면 다죠체를 씁니다. 지금 제 글같은 경우입니다.


브랜드에서 내보일 수 있는 어미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반말이나 고어를 쓸 수도 있죠. 했냐 부터 하시옵소서까지. 용기만 있다면 뭘 못하겠습니까. 일단 어미를 잡는 게 중요합니다. 어미는 보이스톤의 포지션을 잡아줍니다. 나와 상대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를 정하죠. 특히 한국에선 더더욱 말이에요.



-다 / -까

: 일반적이면서도 격식이 있는 말투지만, 확장성은 떨어집니다. 이런 경우엔 어미에서 톤을 부각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단어와 문장의 속도, 리듬, 길이 등을 통해 특징을 부여해야 합니다. 그러니 다음 설명으로 넘어가주세요.


-요 / -죠

: 아성(兒聲)이라고 합니다. 아이의 말투와 같단 것이죠. 친근감과 썰푸는 듯한 느낌이 강해서 스토리텔링과 가벼운 어조에 잘 어울립니다. 브랜드에서도 이런 보이스톤을 지니고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선언, 주장, 문제제기, 솔루션 강조엔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주로 에피소드나, 리뷰, 제작스토리를 강조하는 경우에 많이 쓰입니다.


-다 / -죠

: 범용성이 좋은 보이스톤이지만 꼭 이게 옳다는 건 아닙니다. 포지션이 애매한 톤이라서 적당한 존칭과 적당한 친근감의 어딘가에 대충 위치하고 있죠. 이런 애매함을 잡아주는 건 단어과 문장길이입니다. 설명, 설득, 영업, 기술 등 문장으로 서비스를 풀어내야 하거나, 구매하자마자 바로 쓸 수 있는 제품이 아닌 경우 많이 사용됩니다. 또 청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그게 좀 오피셜하다. 뉴스레터나 지식콘텐츠, 강의콘텐츠 등에서도 많이 쓰이죠.


-다 / -요

: 위와 비슷한 톤이지만 포지션은 한 단계 아래입니다. 더 가벼운 느낌이죠. 이건 하나의 톤이라기 보단 상황에 따라 스탠스를 달리하는 경우에 많이 쓰입니다. 요죠체를 쓸 땐 가볍게 썰 풀고, 스토리 들려주고 하는 느낌이고, 다나까로 변신해서 이제 오피셜한 얘기하자. 라는 식으로 태세전환하는 거죠. 이중적인 매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잘못쓰면 뭐지 싶고. 예를 한 번 들어볼께요. 약간 어색함이 느껴질 거에요.

"여러분 오늘은 이런이런걸 보여드리려구요. 여러분은 30대 들어서 한 번쯤 건강에 대한 고민을 하셨을 겁니다. 어떠셨습니까. 아니라구요?


-다능

: ?


-어 / -아

: "우리 신제품 출시했어. 기다렸지? 내가 몇 번이고 말했잖아." 라는 식의 반말입니다. 콘텐츠에서 자주 쓰이긴 하지만 공식적인 보이스톤으로 자리잡긴 어려울 듯 보입니다. 그럼에도 소상공 브랜드나, 점포, 매장 등에선 심심치 않게 보이기도 한답니다. 오프라인에서 이런 반말투가 허용되는 것은 오프라인 매장 자체가 지니고 있는 분리성 때문입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공간만의 규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매장에서의 반말은 오히려 흥미롭고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어미의 역할은 고객과 브랜드의 관계, 즉 서로의 포지션과 문장의 무게감을 결정합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작업이죠.

 

02_문장길이



문장길이는 참으로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니 맘만 있냐 내 맘도 있지 법칙에 따라 제 맘을 얘기해드리자면 저는 여러분의 문장이 10단어 정도로 짧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10단어도 짧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단어 이상이 넘어가게 되면 여러분이 손댈 수 없는 거대한 힘을 느끼고 정신을 압도당하게 될 것입니다. 도무지 주어가 뭐였는 지, 목적어는 뭔지...내가 이걸 왜 쓰고 있는 지, 수능 언어영역이 몇 점이었는지 나름 언어는 한다고 생각했는데 따위의 추억보정이 시작되겠죠.


1) 긴 문장이 좋냐, 짧은 문장이 좋냐


일단 긴 문장은 톤을 떠나서 논리성 잡기가 어렵습니다. 자꾸 삼천포로 빠지죠. 이런 경우 주어가 빠르게 나올 수록 좋은데...어느 정도가 빠른 지는 굉장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저는 그냥 제일 앞에 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권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플랫폼은..."

이렇게 쓰지말고,


"우리 플랫폼은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인권문제를...."

이런 식으로 주어를 제일 앞에 꽂아주는거죠. 그렇다고 짧은 문장은 쉬운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10단어 이하의 짧은 문장은 그냥 이것저것 다 잘라서 버리는 게 더 많은 싹틔운 감자같은 게 아닙니다. 이것은 홍게살과 같아서 특수한 스킬과 조심성을 더해서 해체하고 분리시켜야 하는 작업이죠.


문장이 짧아지면, 호흡은 빨라지고 보는 사람의 사고횟수가 많아집니다. 문장이 끊어질 때마다 계속 다음 문장을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짧은 문장으로 아주 긴 글을 쓰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보는 사람이 상당히 피곤해질 수 있어요. 짧은 문장 몇 개를 쳤다면 긴 문장 한 두개로 느린 호흡을 가져가주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브랜드가 굉장히 급하고 거친 야생미를 추구한다면 5,6단어 남짓의 아주 짧은 문장으로 빠르게 호흡을 치는 것이 좋습니다.


상세하고 부드러운 교회오빠 느낌이라면 일단 성경345페이지 누가복음 몇 장 몇 절부터 읽어보자. 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정보가 많이 담긴 느린 호흡의 문장을 쓰게 되겠죠.


2) 문장을 무엇으로 늘릴 것인가.


앞에서 짧은 문장을 써주면 호흡이 가빠진다고 했는데, 긴 문장이라고 할 지라도 짧은 문장을 여러개를 접속사로 이어붙인 형태라면 마찬가지로 호흡은 가빠집니다. 하지만,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나 부사절로 인해 길어진 경우라면 '시선을 멈추고 묘사' 하는 느낌을 주면서 호흡을 느리게 가져갈 수 있죠. 중요한 건 문장이 길어지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문장을 접속사를 길게 만들건 지, 수식어절을 통해 길게 만들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접속사를 통해 늘렸다 : 동작동사위주

"냉장고를 열었더니 고등어가 있었고, 그것을 꺼내 먹으려다 엄마에게 들켜서 뒤지게 맞았다."

이건 접속사를 통해 늘린 경우입니다. 서술어가 많은 상태죠. '열다, 먹다, 들켜서, 맞았다' 등의 행위가 많이 등장합니다. 이런 경우엔 문장이 길어도 호흡이 빨라진답니다. 종종 긴박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할 땐 이러한 구문을 이용합니다. 연속된 동작을 빠르게 잘게 쪼개서 편집한 느낌이죠. 영어문법시간에 여러분을 아주 죽일듯이 괴롭혔던 분사구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2)접속사를 통해 늘렸다 : 상태동사위주

"냉장고 안의 고등어는 얌전히 있었는데, 나는 고등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해져 그가 고민할 만한 것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반면 접속사 연결임에도 호흡이 느린 경우입니다. 차이가 있어요. 서술어를 보시면 "있다, 시작했다" 등 상태서술어가 많이 쓰였잖아요. 이런 경우엔 편집없이 롱테이크를 주는 느낌입니다. 응시하고 묘사하는 거죠. 그래서 여러분이 결정해야 할 것은


동작 서술어를 위주로 해서 정확한 행위를 빠른 호흡으로 만들 것이냐.

상태 서술어를 위주로 해서 묘사와 응시의 느린 호흡을 만들 것이냐.


입니다. 물론 두 개는 늘 섞이겠지만, 주된 어투를 정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3)수식어를 통해 늘렸다 : 형용사-부사위주

"냉장고엔 푸른 등을 빛내고 있는 맛있게 생긴 고등어 한 마리가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듯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눈을 감고 차분히 누워있었다."

이건 수식어를 통해 늘린 것입니다. 호흡이 매우 느리고 잘쓰면 감각적이지만, 못쓰면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온라인보단 지면으로 발행되는 출간물에 쓰는 게 좋겠습니다.



문장길이의 역할은 성격이 급하냐 느긋하냐 감성적이냐 행동중심적이냐 등...캐릭터의 액션성향을 좌우합니다.




하지만, 긴 문장이든 짧은 문장이든, 무엇으로 길게 만들든 잘 쓰면 상관없습니다.








2편에선 단어의 사용, 접속부사의 사용, 리듬감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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