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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pr 10. 2020

브랜드만의 말투를 만들어 봅시다(2)

이번엔 제대로 읽히고, 오동통통 살아 숨쉬는 깔끔한 글을 써봅시다! 

https://brunch.co.kr/@roysday/467


1편에서 어미(엄마말고), 문장의 길이에 대해서 얘기했어요. 언어영역 같다구요? 맞아요. 사실 우리 다아 배웠던 거에요. 여러분들이 죄다 까먹어버린거지. 오늘은 단어와 리듬, 접속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거에요. 얄리얄리 얄량성까지 나올 수 있으니 모두 팬티 꽉 잡고 긴장하세요. 




브랜드 글쓰는데 고려시가까지 알아야해요? 네 알아야 해요. 모르면 구워먹으리. 일단 기본적으로 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만 제대로 알고 살아도 굉장히 똑똑한 사람 취급을 받아요. 여러분 생각해봐요. 음절끝소리법칙이랑 두음법칙 이런거 기억나요오오~안나요? 근의 공식은요? 에피쿠로스 학파가 뭘 주장했는지 기억나요? 직장다니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건 청약통장과 삼전주식이니까 과거의 지식들은 모두 잊혀졌을 거에요. 하지만 대부분 제가 말한 것들은 다 여러분들이 배웠던 내용들이에요. 그러니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단어이야기부터 해볼게요.



1. 단어


01. 같은 무리의 단어를 사용해요.


널 사랑해

3000만큼 사랑해

무한등비수열처럼 사랑해

 시발 존나 사랑해


사랑해요. 사랑한다구.


여러분은 다 알고있어요. 단어에 따라 문장의 결이 달라지고 화자의 성격도 달라보여요. 첫 문장은 로다쥬같고, 두번째는 공대3학년같고, 세번째는 웹소설 주인공같아요. 단어란 게 참 재밌어요. 얘네들은 무리를 지어다니거든요. 


욕설은 욕설끼리, 이과단어는 이과단어끼리... 시적감성이 넘치거나, 스타트업스러운 단어들도 일종의 무리가 있어요. 예를 들면 시발은 존나와 친하고, ROI는 이슈와 친해요. 사랑,자연,포옹 등 따뜻한 단어도 한 무리가 있고, 얼음, 냉정, 쌀쌀, 이성과 같이 차가운 단어도 한 무리가 있어요. 


우리는 이 무리를 잘 파악해야 해요. 퀴즈를 하나 내볼게요 다음 중 '엄청난' 과 같은 무리가 아닌 단어는 무엇일까요?


1. 재난

2. 사랑

3. 급성장

4. 혁신적인

5. 위급한


몇 번? 네 2번이죠. 2번이에요. '엄청난' 이란 단어는 가파른 느낌이에요. 무엇가가 가파르게 추락하거나 성장하거나 확장, 압축되는 이미지를 주죠. 사랑은 굉장히 정적이고 감성적인 단어에요. 이 무리에 낄 수 있는 단어가 아니죠. 때문에 '엄청난' 이 들어간 곳에 '사랑'이 들어가있으면 남에 반에 들어와서 수업받는 옆 반 친구처럼 굉장히 뻘쭘한 모습이 돼요. 문장이 이상하게 삐그덕거리죠.


브랜드에서 종종 '키워드' 라는 걸 뽑습니다. '예리한', '가능성', '혁신' 등...자주쓰는 키워드가 있어요. 근데 문제는 이러한 키워드를 뽑아놓고는 당최 활용을 못한다는 거에요. 왜 뽑는 거에요 대체.


만약 '예리한'이란 키워드를 뽑았으면 그 아이와 친한 무리의 단어들을 살펴봐요.

선, 연결, 가느다란, 꿰뚫는, 관통하는, 미세한, 디테일, 사이드, 엣지...

이런 친구들이 등장하잖아요. 오우 좋아요. 얘네들을 함께 써주는 거에요.


"우리는 예리한 시선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는 마케팅 에이전시입니다. 우리의 콘텐츠는 날카롭운 엣지가 살아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그 곳, 마음의 틈 속으로 들어갑니다."


대충 썼지만, 이런 식으로 같은 결의 단어들로 모아주는 것이죠. 갑자기 쌩뚱맞게 전문용어가 튀어나오거나, '가치, 따뜻한, 감성적인...' 과 같은 다른 동네 친구들을 부르면 안돼요. 단어를 정하실 땐 이것만 집중하세요. 

같은 무리가 아니여...난 칸쵸고, 넌 홈런볼이야


02. 당신들이 쓰는 단어와 소비자가 쓰는 단어


이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ROAS와 ROI, CAC, 엣지, 플랫폼, 콘텐츠, VC, J커브 등과 같은 단어에 매우 익숙하죠. 그래서 고객님의 인생에 J커브를 만들어드립니다...이런 소리를 하기도 해요. 우리 딴엔 그게 재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재미가 없어요. 그들은 그런 단어를 모르고 있습니다. 쓰지 마세요. 


소비자들이 쓰는 단어와, 각 단어들이 지닌 심상(마음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부터 파악하세요. 


예를 들어 여러분에게 Flex는 어떤 의미인가요. 대중들에게 Flex란 단어는 어떤 느낌인가요. 사랑스럽고 애정어린 단어일까요? 노..그건 아닐거에요. Flex란 단어 뒤에 숨겨진 묘한 양가감정이 존재할 거에요. 재력과 과시, 자랑, 힙합, 공격성 등의 알 수 없는 불편함과 나를 드러내는 당당함, 자신감 등 워너비스러움이 애매하게 충돌하는 단어죠.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 땐 이런 '단어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 에 대해 민감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 이게 잘  안되면 총선 앞두고 정치인들 막말 논란처럼 자꾸 삐딱선을 타게 된답니다.






02. 리듬감


오우 리듬감. 이건 브랜드의 특유의 리듬감을 만든다기 보단, 그냥 지켜줘야 할 기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건 문장의 길이와 운율에서 나와요. 가만히 보시면 3.4.3에 맞춰서 문장을 작성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대부분 우리나라 말은 3,4음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리듬감이에요. 종종 1음절이나, 5음절 이상의 긴 단어가 나올 때 그 때가 리듬감에 변주를 줄 수 있는 부분이랄까요. '줄 수 있는' 이런거 말입니다. 이런 음절 변화가 생길 때 시선은 잠시 느려져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딱, 단, 그" 와 같이 끊어지는 1음절 뒤에 써주면 좀 더 효과적이랍니다.


여러분이 주의하실 건 3가지에요.


1. 3,4,3,4음절수


음. 맞추면 좋지만 어려우면 안맞춰도 돼요. 제발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 중 하나가! '합성명사' 남발하기 에요. "리워드형 AI기반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이런거 쓰지 말란 얘기에요. 이건 3,4조가 아니라..그냥 엉망진창 단어나열이라고 해야할까요. 흐름이 전혀 없잖아요. 이건 딱 어떤 느낌이냐면 글을 읽다가 갑자기 누가 까만색 네임펜으로 그 부분에 낙서해놓은 느낌과 비슷해서 시선이 뚝 끊깁니다. 제발 이런 합성명사를 많이 쓰지마세요.


2. 줄바꿈


줄바꿈할 때 -합니다. 만 다음 줄로 넘어가있거나 심하면 '-니다' 만 줄바꿈되어 있고...이런 경우가 있어요. 물론 모바일과 웹에서 다 보여야 하니 모두 계산하긴 힘듭니다. 알아요. 하지만 혹시 그런 게 아닌 경우라면 가급적 줄바꿈에 좀 신경써주세요. 한 두 음절만 뒤로 넘어가 있고 그러면 진짜 불편하거든요. 리듬감이 생기려면 일단 눈으로 봤을 때 편안해야 해요.


3. 병렬구조 : 접속사 기준 앞뒤 라임 좀 드랍더비트.


계란과 스팸. 당신과 나. 이런 식으로 우리가 종종 뭔갈 나열할 때가 있잖아요. and로 연결되거나 but으로 연결되거나. 이럴 때 문법시간에 뭐라고 배웠어요. 앞 뒤 품사를 맞추라고 했죠? A and B에서 A,B는 모두 명사거나 형용사거나 동사여야 해요. 하나는 명사고 하나는 형용사면 안 좋습니다.


그의 손엔 아보카도와 아름다운 마스크 그리고 그 후 우리는 시내로 달려갔다.

NO...이럴 순 없어요. 이건 잘못된 문장이에요. 


보세요. 명사+(형용사+명사)+(부사절) 또잉?...이건 총체적 난국이에요. 그냥 '그의 손엔 아보카도와 마스크가 들려있었다.' 이렇게 끊었어야 해요. 아시겠죠?


특히 열거, 점층 등 문장이나 단어를 연결할 때 병렬관계를 많이 무시하더라구요. 사실 무시한다기 보단 쓰면서 잊어버리는 거야 이거. 내가 뭘 쓰고있었지...? 하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는 거거든요.





02. 접속사


문장 하나쓰면 자꾸 길어지시는 분들 있죠. 가만 보면 수식어가 엄청 길거나, 접속사를 너무 사랑해요. 계속 ~고, ~지만...등의 접속사를 붙여 문장을 늘리고 있어요. 브랜드 특유의 톤을 만들고 싶다면, 이러한 접속사 사용을 좀 줄여보세요. 접속사가 많아지면 분명 긴장감은 줄어들어요. 문장이 너무 짧아지면 긴장감이 높아진단 얘길 1편에서 했었습니다. 접속사는 독자로 하여금 '아..다음 문장도 비슷한 내용이겠구나.' 아니면 '다음 문장은 반대의견이 나오겠구나...' 하는 식으로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표지판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문장을 대체적으로 부드럽게 만들어주죠. 이게 너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너무 부드러워서 연두부가 돼버려요. 톤을 살리기가 어려워지죠. 우리 브랜드는 되게 전문적인 느낌을 주고싶다!! 되게 감성적인 느낌을 주고싶다. 이런 특유의 톤을 살리고 싶다면 일단 접속사를 최대한 빼고, 문장과 문장만으로 이미지를 그려야 해요.


'냉장고를 열었다. 고등어가 있었다. 엄마가 먹지 말라고 했었지만 나는 배가 고팠다. 꺼내서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그 때, 엄마가 등장했다. 엄마는 나의 등짝을 어루만져주셨다. 손자국이 남았다.'


접속사 하나 없이도 하나의 장면을 완성할 수 있어요. 이렇게 문장의 맥락을 잘 살리면 접속사가 거의 필요없답니다. 여러분이 쓴 글에서 접속사들을 빼보세요. 얘네들을 뺐는데 뭔가 말이 안통한다! 라고 하면...지금 문장들의 맥락이 좀 어긋나있는 상태일 수 있어요.


다음 3가지에 주목해보세요!


1. 자주쓰는 접속사를 하나만 정해보세요.


'예를 들면' 을 자주쓰면 선생님같고 가르치는 말투처럼 들려요. '정리하자면, 결론적으로' 라는 접속부사를 자주쓰면 단호하고 깔끔한 느낌을 줘요. '아시다시피, 여러분도 느꼈겠지만, 쉬운 말로 하자면' 등의 접속부사를 쓰면 좀 더 부드럽고 배려있어 보이죠. 어떤 접속어를 자주 쓰느냐에 따라 어투가 결정되기도 해요. 


2. 일단 접속사를 빼고, 말이 되게 연결시키세요.


일부러 접속사를 빼고 글을 쓰려고 하면 금단증상때문에 손이 벌벌 떨리고 한 문장도 제대로 쓰기 어려워요. 쓰던 대로 쓰고, 접속사를 지워보세요. 그 후 다듬는 편이 더 좋습니다.


3. 접속사의 앞뒤론 병렬구조를 지키세요.


그러나, 하지만, 그리고 등의 접속사 뒤엔 앞 문장과 비슷한 형식의 문장이 등장해야 해요. 앞 문장은 5단어인데 접속사 뒷 문장이 3줄이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 앞 쪽이 5단어면, 뒷부분도 5단어 내외로 만들어주는 거에요. 대구형식으로 말이죠.


그럼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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