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분의 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창선 Apr 19. 2020

억대연봉 벌게 해준다는 자본주의 샤머니즘

누구나 손 쉽게 뭐만 하면 연봉 1억, 월 천, 부자가 될 수 있다니.

그래. 강의플랫폼엔 한 번 클릭으로, 스토어만 열면, 코딩만으로, 조금만 뭐하면...심지어 마음만 고쳐먹으면 부자가 될 수 있고 연봉을 두 배로 올릴 수 있다는 클래스들이 가득하더라구. 이 모든 것들이 쌉소리라고 생각하진 않아. 분명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거든. 어떤 건 현실적이기까지 하다니깐.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돈 많고 건물 갖는 꿈을 꾼다? 아주 정상적인 일이지. 그런데 한 두 가지는 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싶어. 




자기계발 콘텐츠의 스펙트럼을 생각해보자. 일단 생산성관리와 같은 실무영역부터, 마음으로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시크릿영역까지 다양한 분야가 있을거야. 다양성은 아름다운 거야. 내가 좀 까고싶은 부분은 시크릿영역 밖으로 넘어선 일종의 샤머니즘 쪽이야. 너가 마음을 고쳐먹으면 모든 게 다 잘될 거고, 어떤 기운이 너에게 다가와 널 부자로 만들어줄 거라는 거지. 흔히 그런걸 부자들의 사고방식, 부자들의 마음공부 등으로 얘기하더라구.


그들은 부자 되는 법에 열광해. 부자되는 거 좋지. 그런데 뭐가 문제냐. 중간이 없어. 마음을 살피고, 긍정과 우주의 기운을 느끼래. 돈 버는 게 마음 살피고 우주의 명령 받아서 될 일인거야? 그들이 어떤 신탁을 받고 어떤 자본주의의 진리를 깨우쳤는 진 몰라도, 그런 놀라운 세계적 진리와 우주의 기운이 고작 돈버는 데 쓰인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단 말야. 어떤 신같은 게 있어서 깨달음을 주는 것인지, 인간자체에 신이 깃들어 있어서 돈오점수같은 극한의 깨달음에 다다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본인의 격한 인생 풍파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얘기해. 


그리고 깨달음을 전파하며 돈을 받지. 뭔가를 깨달았으니, 너희들은 돈을 내고 들으라는 거야. 그게 그를 부자로 만든단 말이지. 그리고 여러분의 돈으로 부자가 된 그는 또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었는지' 를 역설해. 여러분이 한 푼 한 푼 낸 돈과 구입한 책, 눌러준 좋아요와 구독으로 부자가 된 그는 이제 신이 되었어.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인생이 바뀌고, 패러다임을 바꿨고, 늘 감명깊고 감동이 밀려온다고 댓글을 달아. 그럴 수 있지. 그 사람의 인생은 분명 멋있었을 것이고, 그걸로 돈을 만든 것도 그의 재능이지. 그가 돈 번 것 자체에 대해선 왈가왈부할 것이 못 돼.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야.




돈은 인간이 만든거야. 자본주의도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 자 여기서부터 출발해보자.


자본주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으로 만들어진 구조적 산물이야. 사실 누구도 이것을 궁극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 누군가는 여신금융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자본을 통한 자본의 획득구조라고도 해. 베버는 시장과 교환논리로 자본주의를 설명해. 심지어 마르크스는 양분된 계급체계가 만들어낸 역사적 생산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고도 했어. 주장은 다르지만 결국 자본주의는 하나의 '방식'에 불과해. 다만 슬픈 점이 있다면 이 방식이 '옳은 것' 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단 것이지. 


지구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자원을 소비해 물건을 생각하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부가가치와 무형의 재화에도 가치를 매기는 시대가 되었어. 화폐를 미친 듯이 찍어낼 수는 없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숫자와 신용을 주고 받으며 약속으로 묶여진 경제체제 아래 살고 있지. 하루 종일 쓰는 신용카드는 사실 돈을 쓰는 것 같지만, 최근 여러분 동전이나 지폐 본 적이나 있어? 없어. 우린 모두 통장에 찍힌 숫자만으로 살아가고 있어. 


실물보다 숫자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자본을 뺏어야 내 자본을 불릴 수 있는 구조가 되었어. 찍어낸 화폐는 1,000원인데 내 통장엔 5,000원이 찍혀있을 수도 있지. 누군가의 통장의 돈을 끌어다 먼저 쓰는거잖아. 신용이란 이름으로. 여기에 젠더이슈, 전쟁, 자연재해, 인구문제 등 각종 사회 대내외적 문제가 겹쳐지면 자본의 흐름은 우리의 통제권을 아득하게 벗어나기 시작하지. 


자 이제 생각해보자. 내가 돈이 없는 게 나만의 잘못이야? 내 마음을 고쳐먹으면 돈이 들어온다구? IMF 이 후 부당한 재제로 인해 발생했던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격차, 남자와 여자의 연봉격차, 유리천장, 7배 이상 차이나는 시간강사와 교수진의 차이와 수억원의 공천비용을 지불한 후 1억6천의 연봉으로 연임이 가능한 국회의원들의 마음이 중소기업 다니는 P군의 간절함보다 더 굉장했기 때문일까?


사회의 문제를 해석하려는 시도는 많이 있어왔어. 구조적으로, 종교적으로, 철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정치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은 '사회적인' 방식과 '개인적인' 방식이 있을거야. 개인적인 방식은 '돈을 버는 방식' 과 '돈을 대하는 태도' 이렇게 쪼개지겠지. 돈을 대하는 태도는 다시 '돈의 정의와 관찰' 과 '소비와 생산의 기준' 정도로 나뉘어질 거야. 


위에서 말한 교조주의적 메시지들은 '돈의 정의와 관찰' 부분에 알 수 없는(차크라, 진리, 일곱빛깔 에너지 등) 개념을 부여한 뒤 운명론적 결론을 말해. 결국 우주는 여러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거지. 이런 식으론 무엇도 해결할 수 없어. 결국 현타와 정신승리를 만드는 꿀팁을 알려주는 느낌이랄까. 이건 완전히 이상한 논리야.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비약하고 있잖아.


물론 꼭 현실적으로 손에 돈을 쥐어주고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긴 아냐. 그럴 수도 없지. 하지만, 우리가 가져야 할 자본주의에 대한 태도는 부자에 대한 맹신과 모든 건 내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자기편향이 아니야. 저런 교조주의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완벽하고 모든 건 우리의 잘못인거야. 나의 삶은 모두 나의 선택권안에서 움직여야 하고 궁극적으로 나는 행복해야 하지. 이 명제가 옳은거야? 삶은 평등한 행복을 약속한 적이 없어. 내 선택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건 고작 내 팔다리뿐이야. 게다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상상 이상으로 모순적이야.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달콤한 현혹이 아니야. 무슨 주문같은 걸 외우는 게 아니라고.


나의 마음을 바로 세우고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게 필요해. 


우린 인간이 만들어낸 이 삐걱대는 시스템을 면밀하게 살펴야 하고 공부해야해. 이것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 주목해야 하고, 더 나은 대안에 대해 고민해야 해. 비판적으로 봐야 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지. 


돈 벌지 말고 착한 사람되란 게 아냐. 돈 벌어야지. 하지만 내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 지 정신승리 하지말고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단 것이야. 강의를 듣고 감동을 받았으면 공부하고 실천을 하라고. 존나 또 다른 강의 결제하고 있지 말고. 샤먼들은 느낌을 팔고 있잖아. 뭔가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깨우친 느낌, 더 나은 내일이 올 것 같은 느낌, 단톡방에서 느끼는 소속감, 힘든 게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위안...


이 느낌을 구체화하는 것은 고작 노트에 적는 몇 문장과 서로 나누고 손잡고 기도하고 다짐하는 시간이 전부잖아. 이게 지금 맞는 거야? 혹시 여기서 '그럼에도 몇 명은 여기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몰라. 그건 무적논리야. 길가다가 돌만차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미지의 연관성을 끌고와선 안되는거지. 그 사람들은 여기가 아니라면 더욱 도움을 얻을 수 있었을 지도 몰라. 샤먼들은 나에게만 집중하게 만들어. 비판과 부정의 마음을 인정하지 않아. 그들은 의지와 긍정만을 얘기하거나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을 끌고와서 들이밀어. 학부모에게 대학간판을 들이밀 듯 자영업자에겐 고객을, 회사에겐 시장을, 스타트업에겐 투자를 들이밀며 공포감을 심어주지. 그것이 전부라고 말해. 본질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듣는 사람에겐 그 본질은 사라지고, 당장 눈 앞에 닥친 내 마음의 불안과 공포만이 느껴질거야. 지금까지 그걸 몰라서 못했어? 사실 다들 알고 있었잖아. 근데 무릎은 왜 치는거야?? 근데 그가 말하지. 다른 문제는 다 접어두고 다 여러분이 잘못한거야. 니가 못해서 니가 그 꼴인거야. 니 마음이 부정하고 혼란스러워서 돈을 못버는 거야. 근데 그걸 누가 해결해줘? 앞에서 소리치고 있는 저 강사가 해결해 준대. 내 말대로만 하면 돈을 벌 수 있고, 그럴려면 엄청나게 비싼 컨설팅 비용과 상담비를 내야 하지.


돈은 우주가 벌어다 주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고생한 나의 몸과 마음의 댓가로 받는 교환가치라고. 마음만으로, 또는 손 쉽게 돈을 버는 방법 따윈 없어. 그래도 희망이 필요하지 않느냐? 희망은 환상이 아냐. 행위에서 기대되는 결과를 희망이라고 하는 거지. 우린 날카롭게 봐야 해. 단순히 월 천만원, 연봉 1억, 스토어 차려서 순식간에 매출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돈은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지를 보자고. 


여러분이 회사원이라면 내 시간과 역량, 삶의 일부를 바쳐서 그 댓가로 월급을 받고 있는 거고, 프리랜서라면 누군가의 노동에서 비롯된 잉여이익의 일부를 여러분의 노동력과 맞교환 하는 거야. 건물주라면 누군가의 피,땀,눈물로 가져다바친 월세와 은행의 돈놀음에서 비롯된 이자를 통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거야. 나의 평안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지 파악하고 실천하는 게 진짜 자기계발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80문장으로 보는 공공배달앱의 흥망성쇠 예언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