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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pr 12. 2020

80문장으로 보는 공공배달앱의 흥망성쇠 예언서

공공의 민족, 세금의 배달..배달의 민..관협력..뭐 그런 것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과연 공공배달앱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몹시 두근거리기도 하고, 왠지 중간계 마법사처럼 뭔가가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하기도 하고. 그래서 한 번 예지력을 발동해봅니다. 물론 이렇게 진행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사람이 또 봐온 게 있는터라... 혹시라도 이 글이 성지가 되는 일이 없길 바라며... 꼬!


1. 나라장터 입찰

2. 나라장터 전문업체들이 투찰, 이미 많이 해보신 분들이라 샤샤삭

3. 예상대로 낙찰.

4. 최저가 낙찰에 약간 소름

5. 그나마도 관행이라고 몇 프로 떼감

6. 업체도 남겨먹어야 사니까 기획비 부풀리기 시전, 제작비 쥐어짬

7. 단가맞춰서 만들어봄. 놀라운 결과물이 탄생

8. 주무관이 까버림. 시정소식도 들어가야 한다고 함

9. 시정소식이 갑자기? 업체 놀람.

10. 문화재소개, 여행정보도 들어가야 함

11. 업체 멘붕

12. 이쯤해서 56세의 한국앱개발제작협회 이사님이 자문위원으로 등장. 로그인 버튼에 왜 선이 없냐고 뭐라하심. 디자인 업체 빡쳐서 나감.

13. 새로운 업체 찾음. 디자인 업체 자기랑 눈 마주칠까봐 천장 바라보기

14. 어렵게어렵게 찾았는데 인수인계 대혼란. 컨셉없음. 일단 시정소식은 들어가야 한다고 함

15. 데드라인 촉박해짐, 남자배달부 아이콘이 젠더이슈를 일으킬 수 있다 재작업 부탁

16. 주무관이 쪼기 시작함. 중국집에 짜장면 아이콘, 짬뽕에 대한 역차별 논란으로 사용금지.

17. 실무자 밤샘, 여자친구랑 헤어짐.

18. 울면서 싸게 만든 앱 완성, 주무관 컨펌

19. 주무관 컨펌완료, 윗선에서 까임.

20. 다시 수정진행, 시 대표컬러와 상징물을 배경으로 깔아야함.

21. 그렇지만 힙하게 만들어달라 요청, 병맛과 언어유희 코드 접목

22. 업체 들숨, 이보다 더 혼란스러울 수 없다 확신

23. 이것저것 발라서 배민과 비슷하게 완성. 디자인 대혼란.

24. 여백없이 빼곡한 디자인에 결정권자 흡족. 좋았어.

25. 오픈 공지. 앱오픈 이벤트 진행, 정치권 어떤 분 인터뷰 '공공배달앱 새로운 공정시대 열어, 소상공인 생계 걱정 없게 할 것' 기사 뜸, 멋져요 3,000개 예상.

26. 일단 공무원들 다 깔으라고 함. 로그인 버튼 찾기 힘들어서 헤메기 시작

27. 지인들과 가족들 동원해서 다운로드 1,000개 만들기 돌입

28. 기사 뜸. 공공배달앱 개시! 첫 날 1,000회 다운로드 달성!

29. 서버 뻑남. 멈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앱이 종료됩니다.

30. 다음 날은 앱이 작동하지 않음.

31. 소상공인들에게 이벤트 시작. 1달 이내 신규등록한 분들 수수료0% 혜택

32. 세금으로 수수료 메워주고, 지하철 홍보시작.

33. 시 홈페이지에 홍보배너 띄움

34. 신규등록하려면 서류45개 내야함, 소상공인 서류 준비하다 지침

35. 등록 못함.

36. 소비자들에게 쿠폰뿌림. 지역구 내 식당 주문시 2,000원 할인 쿠폰!

37. 소비자들 들어가 봄

38. 식당이 없어.

39. 당황, 들숨. 굶음

40. 몇 개 치킨집, 중국집만 등록되어 있음. 메뉴 업데이트 안돼서 고를 수가 없음. 가격표도 안보임

41. 네이버로 찾아서 가격을 알아냄. 결제하려는 데 튕김. 버튼 너무 작음. 결제하려면 v3깔아야 함.

42. 결제 되었는 지 잘 모르겠음. 로그인 풀림

43. 다시 로그인함. 환불.취소버튼 못 찾겠음

44. 오 시발 찾았음!

45. 안 눌러짐.

46. 3번 누르니까 앱 꺼져버림

47. 빡쳐서 컴플레인 리뷰 남김

48. 대댓달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49. 공공배달앱, 혈세낭비 논란 기사 뜸

50. 보란 듯이 새로운 식당 몇 군데 영입시켜서 약 50여개 식당 등록시킴

51. 공교롭게 배달의민족 앱디자인 표절 논란 기사 뜸

52. 아주 미세한 부분 분명히 달라. 표절 아냐. 주장

53. 앱 업데이트 안됨

54. 주무관 바뀜

55. 수수료 지원늦어짐, 쿠폰 사용법 너무 어려움

56. 고객센터 전화 안받음

57. 소비자들 이탈 시작

58. 소상공인 대상으로 홍보 가속화

59. 할인쿠폰 무한 살포

60. 경품이벤트 진행. 최다배달러에게 에어팟프로 준다고 함

61. 소비자들 증가. "공공배달앱 살아나나? 마케팅의 승리인가?" 교수진 칼럼 게재.

62. 결과보고서에 이벤트로 인한 유입률450% 증가 성과발표

63. 결정권자 흡족

64. 시정보고서에 성공사례로 공공배달앱 기재

65. 소상공인, 공공배달앱 사용 어려워... 기사 뜸

66. 제작업체 잔금받음

67. 손뗌

68. 업데이트 폭망, "껍데기만 남은 배달앱, 배달 시켜보니...경악" 기사 뜸.

69. 앱 눌렀는데 자꾸 꺼짐

70. 공공배달앱 리뉴얼 시작

71. 새로운 업체 찾음

72. 모바일혁신개발부서 신설, "민관 협력으로 공공앱의 혁신 열 것" 인터뷰 진행

73. 주무관 배정. 어제까지 페이스북 담당하시던 분

74. 업체 미팅 진행. 혁신적으로 앱을 리뉴얼하되, 시정안내와 문화재, 여행정보, 지역화폐 사용은 남겨야 한다고 함.

75. 업체 들숨,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함

76. 추경예산이 얼마 없으니 200만원 내에서 수정진행 부탁함

77. 아이콘 디자인이 바뀜

78. 앱 안켜짐

79. 부서 사라짐

80. O월O일부로 혈세의민족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쓰다보니 눈물도 나고..묘하게 지난 추억도 떠오르고 좋네요. 중간에 제로페이 연동 시 수수료 혜택을 적지 못해서...아쉽습니다. 부디 공공배달앱..잘 되길 바랍니다.(소울리스)



퍼가는 건 윤허하나, 출처는 적어줍시다. https://brunch.co.kr/@roysday/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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