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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n 14. 2020

익숙하지 않은 것들의 엣지(엣지는 어떻게 탄생하나)

무작정 특이하면 무리수고, 너무 노멀하면 착한데 매력없는 교회오빠같으니까

1. 네 그건 어려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노멀에서 벗어나는 건 아무나 하기 어렵습니다. 흉내를 내면 흉내낸 티가 나고, 흉내라도 안내면 세상 착해서 밥이나 먹고 헤어지면 딱 좋을 착한 오빠같은 느낌이고. 어설프게 엣지를 잡았다간 무리수다, 왜이러냐, 컨셉 잘못잡은 듯 따위의 소리나 듣기 딱 좋죠.


엣지를 살리는 건 선택과 포기의 영역입니다. 살릴 걸 확실히 살리고, 죽일 걸 확실히 죽이는 것이죠.개인의 경우엔 이걸 이성적인 결심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니면 타고 나길 그렇게 타고나야 하는 건지는 아직도 논란의 영역이지만. 브랜드라면 분명 시스템이나 기획으로 엣지를 잡는 것이 가능하죠. 물론 이도 결정권자의 광기나 다차원적인 사고방식, 범상치않음이 바탕이 되어야 겠지만요. 


엣지를 살리는 건 선택과 포기의 영역입니다.

이 지점에서 어려운 건 3가지 입니다. 


일단 내가 뭘 가지고 있는 지 잘 모르고,

안다면 버릴 용기가 없고

용기가 있다면 내 색깔이 아닌 경우죠.


2. 어떻게 선택하지.


브랜드가 지닌 색깔은 보통 복합적입니다. 속성이란 건 '하나만 있다.' 가 아니라, 다른 것들과 어울리는 와중에 얘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라는 소리에요. '까칠한 사람' 이라고 해서 1년365일 인상만 쓰고 다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첫 번째 작업은 이 복합속성을 분리해서 개별화 시키는 게 중요해요. 

히나타도 가끔 인상을 씁니다.


개별화를 시켰다면, 확실히 살릴 영역을 하나 선택해야 하는데, 고민이 될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거, 잘하는 거, 남들이 좋아하는 게 모두 일치한다면 그냥 로또를 사시는 게 편할 듯 하고. 대부분은 이 3개가 서로 다른 지점에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돈이나 행복이냐, 능력이냐에서 선택을 해야하죠.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사피 바칼은 저서 룬샷에서 이런 욕쳐먹을 아이디어 내지는 누가봐도 왜저래 스러운 아이디어를 룬샷이라고 명명했는데, 룬샷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관리가능 여부입니다. 내가 지속할 수 있고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하죠. 미친짓도 꾸준히 해야 뭐가 되는데, 내부적으로 관리가 안되면 난장판이 될 거에요. 멋져보이는 거, 터질 것 같은 거 말고.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요소를 선택하세요.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요소를 선택하세요.


뭔갈 하나 선택했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엣지를 다듬어봐야 할텐데 무엇이 엣지를 만드는 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겁니다. 이미 어디서 본 걸 따라하면 그건 그냥 따라쟁이일 뿐이니까요. 피카소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재해석해서 그렸을 때 '에이 따라쟁이 방구쟁이'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확실한 본인의 색깔에 '시녀들'의 고유한 메시지를 담아냈기 때문이에요. 카피와 재해석은 분명 다릅니다.

피카소가 재해석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3. 엣지를 만드는 5가지 요소


엣지를 만들어내는 건 다음의 5가지 요소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a. 스키마와 어긋남.


사람은 정보를 저장할 때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존 정보(노드)와 새로운 정보(신규노드)가 결합하여 하나의 네트웍을 형성하죠. 이 기억은 하나의 상을 만들게 되고, 상으로 변환된 정보들은 장기기억으로 전환돼요. 사람들은 기억을 저장할 때 이미지/추상화시킵니다. 인출 시에 편의성을 위해서죠. 때문에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각 단어들과 이미지는 꽤나 추상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오케스트라 = 클래식음악 같은 거.

국악 = 장구나 북, 태평소, 두루마기입고 판소리.


이러한 고정관념은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사회화과정 중에 자연스레 발생합니다. 사회적 동조현상 때문이죠. 친구와 얘길 나누는데 사사건건 그게 뭔데? 난 아닌데? 난 그거 몰라! 라며 반박할 순 없으니까요. 상대의 경험을 내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기억스냅스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은 비슷비슷한 스키마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략 스타벅스하면 노트북이 떠오르는 것이죠. 안 떠올랐다고 해도 말하면 맞네! 라고 맞장구를 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장실 무료개방은 어떨까요. 스타벅스는 정책상 화장실을 무료개방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우린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어떤 사회적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는 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팩트와 이미지는 다르니까요.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고 하면 우린 이 이미지에서 변형을 시도합니다. 여기서 신선함이 발생하죠. '스타벅스에 타자기를 들고 가보았다.' 라는 콘텐츠 라던가, '스타벅스에 90년대 컴퓨터를 들고 가보았다.' 등. 익히 알고 있는 이미지에 어긋남이 발생했을 때 쾌감이 생깁니다.


국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날치라는 그룹은 국악의 스키마에 어긋남을 확실히 준 그룹입니다. 같은 프로듀서가 제작했던 씽씽의 예도 마찬가지죠. 이들은 사물놀이와 밴드의 협연...이런 수준이 아닙니다. 아예 국악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 자체를 모두 재해석 했어요. 음악은 클럽비트로, 의상은 패션쇼에나 나올 법한 실험적인 의상이었죠. 하지만 중요한 건 누가봐도 한복의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거에요. 노래의 가사도 판소리의 가사를 그대로 따왔습니다. 어긋나야 할 부분과 보존해야 할 부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중요한 것이죠.

https://youtu.be/SmTRaSg2fTQ

이날치 - 범내려온다.



최근 스타크래프트 오케스트라 연주로 유튭을 뜨겁게 달군 플래직의 진솔 지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떠오르는 장르적 이미지를 뒤집어 버린건데, 대중가요나 영화음악 정도의 어긋남이 아니라 쉽사리 상상하지 못했던 (적어도 국내에서는) 장르로의 도전을 시도한 거에요. 어긋남은 확실히. 그리고 어긋남을 시도할 땐 내가 가려는 어긋난 방향에도 사람들의 '충분한 관심' 이 있는 지를 고려해야 해요. 스타크래프트나 와우, 메이플스토리 등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고 사랑하는 콘텐츠입니다. 오케스트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한 사람들이 찾아와 댓글을 달기 시작하는 것이죠. 만약 진솔 지휘자가 자기만 알고 있는 모바일 게임 ost를 연주했다면 지금처럼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yGWB78N2Mw

플래직의 스타라이브



b. 기저심리와 외적세련됨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럭셔리브랜드나 나만의 공간, 특이한 카페, 매니악한 음악장르가 사랑받는 것은 해당 콘텐츠와 소비자의 기저심리의 상호작용 때문입니다. 클래식카 중 하나인 쌍용칼리스타는 95년에 출시된 차량이지만 현재까지도 6,500만원에 가까운 금액에 판매되고 있어요. 

개멋져

83년식 포니2도 4,500만원의 판매가를 자랑하고 있죠. 희소성에 의한 가격이지만,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어요. 아니 동일 가격이면 테슬라나 포르쉐처럼 첨단장비와 최신기술이 장착된 차를 사지. 성능도 훨씬 좋고, 더 오래 탈 수 있는데. 왜 굳이?! 그렇습니다. 사실 객관적인 스펙으로 봤을 땐 분명 가성비면에서 떨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리셀링 목적이 아니라면) 그들의 심적회계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로 취향과 간지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이템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구하기 힘든 위스키나, 마일즈 데이비스같은 올드재즈 뮤지션 등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나 있지만 분명 과거의 멋과 희소가치가 있는 것은 단순히 상품가치를 넘어선 일종의 메시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체게바라 컨셉의 카페라면 어떨까요. 단순히 체게바라의 인테리어 소품이나 굿즈가 모여있는 곳, 그 이상의 사상/철학적 메시지가 있을 거에요. 


유산에서 멋을 찾는 사람들에겐 자욱히 앉은 먼지나 찌직거리는 소리도 세련됨입니다. 앞서도 말했듯 이런 유산에는 메시지들이 담겨져 있고 소비자들은 그 메시지를 통해 본인의 욕망이나 생각, 의견을 표출하려고 합니다. 엣지는 정확한 메시지와 구체적인 메타포에서 나오죠. 


깊은 곳의 욕망, 즉 기저심리를 자극하고 이미지를 판매하는 거에요. '이것을 갖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건 피곤한 일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미 히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아이템들은 엣지를 살리는 데 매우 유용하죠.




c. 콘텐츠퀄리티와 확실한 손바닥


'스튜디오좋' 이 만드는 컨텐츠는 범상치 않습니다. http://studiok110.com/

홈페이지부터도 뭔가 형언하기 힘든 에너지가 느껴지는데, 만드는 콘텐츠도 굉장하죠.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삐에로쇼핑, 홈플러스 소비패턴, 플스4를 사기위한 분명한명분 영상콘텐츠 등... 소위 '미쳤다' 라고 부를 만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이걸 허락해줬다고? 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파격적인 이 스튜디오의 엣지는 단순히 B급정서 내지는 특이한 컨셉에서만 나오진 않습니다. 컨셉이 특이하다는 건 대단한 소화력을 필요로 합니다. 지드래곤이 입은 옷을 여러분이 입어봐요 어떻게 되겠어요. 


중요한 건 퀄리티입니다. 내가 지닌 정서와 똘끼를 완벽하게 소화시킬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죠. 때문에 엣지를 살리려면 퀄리티가 정말정말 중요합니다. 기본 중에 기본이죠. 저는 이걸 손바닥과 손등이라고 표현하는데, 공기놀이 때문이에요. 공기돌 5개를 손등에 올릴 수도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잡을 수도 있죠. 뭐가 더 안정적이에요? 맞아요. 손바닥이에요.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건 위험합니다. 그건 다음 콘텐츠에 대한 안정성을 굉장히 떨어뜨리거든요. 내가 가진 엣지는 공기돌5개입니다. 백두산, 고추장까지 성공했다면 손바닥으로 확실히 '잡기' 까지 끝내셔야 합니다.


 비슷한 맥락의 아티스트로 림킴이 있고, 그 전엔 이정현이 있었죠. 이정현의 무대 디테일과 소품, 의상, 컨셉, 연기력은...음. 더 말할 필요가 없겠네요.  엣지를 낸다는 것.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완벽함을 요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5S3sPpkd8w

자기 색을 완전히 드러낸 구 김예림 현 림킴




d. 메타포와 영역확장성

메타포는 한 개념을 은유하는 대상을 일컫는 말이에요. 단순히 그리움=손수건 정도의 문학적 클리셰를 넘어 사회적인 메타포가 된 캐릭터가 있습니다. 유노윤호나 양세형과 같은 예죠. 열정과 곧은 청년의 아이콘이 된 유노윤호와 까불거리지만 센스있는 양세형. 사실 이들이 어떤 개념의 메타포가 된 것은 한 순간이 아닙니다. 지속적인 콘텐츠에서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시청자들은 처음 접한 특이한 사람들의 삶에 웃음과 관심을 보냅니다. 그게 꾸준히 이어졌을 땐 그 안에서 일종의 패턴과 공통점을 찾기 시작하죠. 


'유노윤호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창민아 생일축하한다 영상에 달린 많은 댓글이 웃음보단 '응 저 형은 그럴 수 있어.' 라는 반응이었어요. 물론 그것도 일종의 댓글놀이에 가까웠지만 유노윤호가 열정폭발의 밈(meme) 이 되었음은 확실합니다. 브랜드는 하나의 개념을 상징하는 메타포가 되어야 합니다. 엣지는 거기에서 나오죠. 배달의 민족이 초기에 했던 콘텐츠들을 생각해보세요. B급과, 유쾌함, 키치함의 상징이 되었었죠. '배민같다' '배민스럽다' '배민처럼' 이란 단어들이 들리셨나요? 맞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에 대한 언급을 넘어서 브랜드에 대한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 그걸 만드는 거죠.


사람들이 브랜드를 인격으로 여기고, 캐릭터를 만들고 캐릭의 성격을 규정짓고 패턴을 발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패턴을 관찰하게 만들고 예측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죠. 소비자의 예측범위 안에 들어오는 것. 일관적인 것. 그리고 긍정적인 것. 브랜드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브랜드가 만드는 상품과 서비스에도 캐릭터가 적용됩니다. 'A가 만들었으니 당연히.' 라는 소리들이 나오죠. 브랜드가 상품이미지를 만드냐, 상품이미지가 브랜드이미지를 만드냐는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메타포의 엣지를 선택했다면 브랜드를 먼저 손대세요. 상품과 무관한 당신의 액션과 철학을 보여주세요. 그것도 아주 강렬하고 일관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끊임없이 과장된 좋은 일을 하고, 말투를 보여주세요. 드러내고 보여주고 수근거리게 만들어야 해요.




e. 시대상과 사회적욕구


엣지는 나만 잘났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지란 건 상대적입니다. 타인이 있어야 나의 이미지도 완성되죠. 타인없이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결국 나와 다르거나 비슷한 브랜드들과 함께 흘러가는 것이 이 사회인데, 각자의 이해관계와 욕망이 맞물리게 되면 결국 하나의 큰 웨이브를 만들게 됩니다. 


이 웨이브는 보통 사회의 변화, 기술의 발전, 가치의 변화, 문화의 변화, 경제적 효과들과 궤를 함께합니다. 때문에 브랜드의 엣지는 기후변화와, 금리하락, 1인기업의 증가, 출산율 저하, 신도시개발, 심지어 해양쓰레기의 증가와도 연관이 있죠. 시대는 계속 새로운 틈을 만들어냅니다. 변화는 흐름이고, 흐르는 차선에선 어떻게 해서든 깜빡이 키고 끼어들 수 있으니까요.  브랜드는 지각의 약한 틈을 뚫고 분출하는 마그마처럼 '이 사회의 어떤 욕구가 솟구치고 있는 지' 다각적으로 관찰해봐야 합니다.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폭발하는 불안과 새로움에 대한 기대는 새로운 직업과 브랜드를 탄생시킵니다. 혼자 끙끙 앓거나 맘카페에서 댓글로나 물어봐야 했던 임신10개월 간의 과정을 1:1케어하고 알려주고, 부은 몸을 마사지해주는 출산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나 대신 펫을 돌봐주는 펫시터 서비스가 생기기도 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전용 오피스텔 단지가 생기기도 합니다. 개인자산을 관리해주는 PB와, PB를 중개해주는 플랫폼. 그리고 그런 플랫폼을 비교해놓은 또 다른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해요.


<불안에서 나오는 기회>

변화는 두려움과 불안, 불편과 괴리를 불러옵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생활용품의 대량구매를 줄이는 대신 동시에 나를 위한 사치재 증가를 불러왔고, 출산율 저하는 유아용품 구매력을 줄이는 반면, 정자난자은행의 활성화를 불러왔습니다. 사람들은 불안한 것을 해결하고 싶어합니다. 그곳에 돈을 쓰죠. 엣지는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규정합니다. 그들의 불안요소 중 어떤 것을 해결해주느냐에 따라 다른 보상을 받죠.


<동경에서 나오는 기회>

혹은 불안이 아닌 동경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올해 초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사회는 전반적인 불안이 가득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불안과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어합니다. 해소에 가장 좋은 건 누군갈 탓하고 욕하거나, 슈퍼맨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질본은 슈퍼맨이 되었고, 감염자는 마녀가 되었습니다. 


밀라논나는 꼰대들만 가득한 기성세대의 틈을 뚫고 등장한 인생멘토가 되어주었고, 백종원은 '장사하는 사람'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 지를 완도다시마와 해남 못난이 고구마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작게보면 새소년의 황소윤이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 선생님도 누군가의 동경과 희망이 되는 존재들이죠. 언니처럼 되고싶어!! 걸크러쉬! 똑똑한데 따뜻하고 이쁘고 매력있어! 라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아이돌이 되고, 팬을 형성하죠. 내가 가지지 못한 또는 가지고 싶은 이미지를 투영하면서 말입니다. 시대의 빠른 변화와 폭발하는 욕망들은 브랜드에게도 팬을 만들 좋은 기회를 줍니다. 보상과도 같은 거죠.


<감당할 수 있는 지>

그러나 불안과 동경의 에너지는 굉장히 강력합니다. 때문에 사람들의 감정폭이 커지고, 판단이 극단으로 흘러갈 수록 브랜드는 긴장해야합니다. 이게 기회인지 수렁인지 잘 파악해야 하죠. 슈퍼맨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사회적 욕구는 파동형이기 때문에 피로도가 쌓이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 때의 인기몰이는 서서히 식어가기 시작할 겁니다. 이번 개훌륭에선 강형욱의 반려견 제압장면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팩트자체를 떠나서, 논란의 댓글들을 보면 매우 신기해요. '너무 나댄다' '처음엔 좋았는데 갈수록' '연예인병 걸렸냐' 등 행위자체보단 사람에 대한 피로도가 다수 보이더라구요. 반려견이 사람을 문 사건들이 이슈화 되며 법안을 마련하네, 견주를 처벌해야 하네 어쩌네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하던 그 시기였다면 어떤 반응이었을 지 궁금하네요. 


엣지는 칼날과도 같습니다. 너무 많이 써버리면 금새 날이 닳아버리죠. 날을 다시 재정비하고 계속 한결같음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미지낭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해요. 


곽철용 역을 연기하셨던 배우 김응수님은 그 수많은 CF섭외가 들어왔음에도 선을 지켰고, 


허준의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전광렬님은 마리텔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또 한 번의 엣지를 살렸습니다. 


반면 오랜만에 광고밈으로 재부활한 사딸라 김영철 배우님은 사극 '나의 나라'에서 궁예를 뛰어넘는 태종 이방원 역으로 기존 이미지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궁예가 폭군에 가까웠다면 이방원은 거기에 지략과 논리정연을 담은 것이죠.


또한 배우 최민수는 최근 사극 '대박'에서 오줌 지릴 것 같은 숙종역할로 기존의 카리스마를 다시 보여줬습니다. 사람들이 그리워 할 딱 그 시점에 소비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준 것이죠. 

후궁 머리끄댕이 잡은 왕은 최초일듯.

이처럼 이미지 관리의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사회적 욕구에 편승할 땐 그 웨이브가 저점을 향해 달려갈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때문에 초기에 말했던 '관리가 가능한가' 여부가 매우 중요하죠.




저의 글은 긴 것이 엣지인가 봅니다. 힘들어 죽겠네. 다들 엣지 잘 다듬어서 소비자 목ㅇ..아니 마음의 빗장을 베어버리세요. 뎅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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