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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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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n 19. 2020

일머리는 보통 10가지를 아냐모르냐에 달려있는데.

그것은 아래와 같다.

일머리란게 있어요. 이게 공부머리, 눈칫밥 뭐 이런 것과는 약간 달라요. 일을 시키는 입장이기도 하고 직접 일을 하기도 하고, 또 남이 일하는 걸 보는 입장이기도 한데 이 과정에서 보통 일머리란 게 뭘 의미하냐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죠. 어떤 사람하고 일할 땐 뭔가 상쾌한데, 어떤 사람하고 일하면 눈물이 차올라고 고갤 들기도 하고.


뭐 꼭 협업이 아니더라도 아이고 나 죽겠다 일 힘들어 못해먹겠다 그걸 어떻게 해 난 못해 이런걸 시키다니 사탄도 울고갈 놈 아니냐 등 다양한 울분을 듣고보며 느꼈던 것들을 좀 적어보려고 해요. 보통 일머리란 건 10가지를 아냐 모르냐를 의미하더라구요. 꼬




1. 이걸 하는 방법은 이런이런게 있다.


방법을 찾는 기술이에요. 새로운 일을 받았어. 시작을 하려고 해. 예를 들어 뭔가 로고 리뉴얼을 하려고 한단 말이지. 대강 일에 대한 카테고리가 머릿속으로 딱 그려지겠지. 시키거나 직접하거나. 시킨다면 플랫폼에 의뢰할 지, 프리랜서, 업체섭외, 지인영혼뽑기 등. 직접한다면 혼자 할 건지, 팀을 짜야하는 지, 추가인력이 필요한 지 이게 순식간에 리스팅이 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죠. 근데 이건 쉬운 일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어떤 건 전혀 그려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처음하는 일은 아예 방법자체를 모를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 해외에서 곤충을 들여오려고 해요. 자 여러분 뭐부터 해야해요? 뭔가 막막하죠? 통관문제, 검역문제, 컨테이너 선적, 운임공표는 어떻게 할 지, 체화료, 체선료 등 손실보상액 문제 등... 어디가서 뭐부터 작성해야 하는 지 감이 오세요? 안오잖아. 그래서 직무란 게 있고 업무를 쪼개는 거거든.


근데 어쩌다보면 전혀 처음하는 일도 갑자기 맡게 되는 경우가 있어. 이럴 땐 뭐가 중요하냐면. 2번이 중요해.



2. 이 자료는 여기가서 찾으면 되겠다.


뭔가 처음해보는 일이면 물어보거나 찾아보거나 징징대거나 사직서를 쓰거나 여러가지 방법으로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데... 중요한 건 그 시작점을 잡는 거에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는 거지. 자, 봐요. 아까 곤충을 수입하려고 해. 벙찌잖아. 그럼 구글을 찾아봐야 겠어요오 아님 책을 사야겠어요, 아님 페북에 물어봐야 겠어요?


사실 이럴 땐 바로 관련부서에 전화를 넣는 게 젤 좋잖아요. 아님 경험자를 빨리 찾아 물어보거나. 뭔가 일을 시작할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그리고 초기 자료는 어디가면 찾을 수 있는 머릿속에 많이 들어있는 사람이 위너가 되거든. 디자인도 그렇잖아 소스사이트, 더 쉽게 누끼딸 수 있는 사이트, 목업자료, 포트폴리오 사이트, 컬러링 사이트 등. 많이 알고 경험해본 사람은 첫 단추를 알고 있거든. 이걸 모르면 자꾸 헛다리를 짚게 되죠. 절뚝절뚝



3.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니다.

잘못 판단한 결과

그럼에도 도저히 모르겠다 싶으면 빨리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듯 해요. 하고도 욕먹는 일이 있거든.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냐없냐의 기준은 마무리에 달려있어요. 마무리를 지을 수 있냐 없냐. 도저히 앞으로의 프로세스가 그려지지 않는다면 안해야돼. 물론 나라장터처럼 지옥의 트랙에 올라탄 이상 내려올 수 없는 코스도 있긴 하지. 그렇다면... 빨리 서칭을 통해서 원기옥써야지. 집단지성은 굉장하다구.



4. 처음엔 이렇게 다음엔 이렇게 하면 되겠다.


집단지성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하는 건 소소한 팁도 있지만, 사실 일은 프로세스가 90%거든요. 흐름이 중요해. 단계별로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어야 해. 마케팅 기획을 해. 젤 먼저 뭘 해야겠어요. 기획안쓰고 서베이하고 자료수집하고 결과분석하고 토대로 행위도출하고 테스트돌려보고 분석하고 어쩌고... 이런 순서란 게 있잖아요. 요게 안그려지면 문제가 생기는 데. 그 일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기 보단 다른 일들하고 꼬이면서 난장판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아요. 프로세스가 안잡히면 다음 수를 못보거든요. 그럼 시간분배를 못하게 되는데 하아...이건 진짜 사탄도 울고 갈 헬의 시작입니다. 마치 스타하는 데 멀티타이밍 놓쳐서 유닛도 날아갔는데 자원도 없는 막 그런 상황이 된다구. 지지쳐야지.



5. 이걸 이렇게 하면 좀 더 나아지겠다.


이건 일을 좀 더 잘하는 방법에 속하는 거라 잘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능력이긴 합니다. 분명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분들이 있어요. 왜 사수중에서 고스트처럼 스윽 다가와선 '이거 이렇게 하면 더 쉬워' 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초인들이 있잖아요. 나아짐의 방법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데 타인이 겪은 시행착오에서 배우는 게 가장 효율적입니다. 내가 겪으면 맘 아프잖아.



6. 이렇게 하면 좆된다.

옵저버 띄우고.

중요한 건 이거에요. 잘하는 방법? 이런 거 잘 몰라도 돼. 그런 거 아니어도 다 할 수 있어. 포토샵 안써도 기막힌 디자인 만들 수 있어. 피피티로 개고생하면 재능낭비 장인들처럼 오지는 거 만들 수 있거든. 근데 실수하면 난리나는 몇 가지가 있어요. 전 디자이너니까 대표적인건 저장이 있고, 폰트 깨기 전에 뭐 확인하는 거, 파일 따로 관리하는 거, 레이어 분리시켜 놓기 이런거.


일이란 건 순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종종 피드백이라는 역주행이 있거든요. 보통 사고는 여기서 생겨요. 뭔가 다시 해야하는 데. 어?... 없어. 못해. 아씨..이거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이런 대비극이 발생한다구.


순방향에서도 생기지 당연히. 뭐 예를 들면 DM을 보내려고 하는데 오? 숨김참조 안하고 다 오픈해버리거나. 급여명세서 전 직원에게 뿌려버리거나 계좌번호 확인 안해서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거나(실화임) 섭외 어레인지 잘못해서 서로 막 다르게 알고 있고. 이거 실제로 겪어보면 앞으로 놀이공원 못간다. 이 짜릿함은 뛰어넘을 수 없어.



7. 저새끼랑 같이 일하지 말아야겠다.

혈압의 요정

이걸 빨리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내 머릿속에 옵저버같은 게 떠있어야 하지. 저게 악마인지 사람인지 분간할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보통 이러한 디텍팅 능력을 피해가는 고수들이 있어. 보통 이런 사람들은 '착한 동료/상사'의 얼굴을 하고 있어요. 마음을 열게 만든 뒤 그에게 바닐라라떼를 얻어마실 때쯤 아 그것이 영혼을 팔아 마신 것이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죠. 무능력은 악한 거에요. 적어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겐 말이죠. 어떻게 사람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 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음 이게 사실 한 두번 겪어보면 성악설을 지지하게 됩니다. 사실 한비자도 어렸을 때 많이 털렸을 거야.



8.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무모함과 용기는 달라요. 프로세스도 알고 방법도 아는데,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좀 더 난이도가 높아. 예를 들어 난 50명, 100명 정도되는 행사만 했었는데... 어라? 이번 건 해외연사도 초청하는 1,000명 규모의 컨퍼런스인거야. 이게 스페이스클라이드에서 대관빌려서 마이크만 체크하던 것과는 뭔가 다른 거지. 하지만 대략 해오던 가락이 있으니 좀 응용하면 될 것 같기도 해요. 이런 마음이 들 때 조심해야 돼. 방심하지 말고 미리 어느 정도 변수들을 확인해주고 기존 프로세스 대비 어떤 게 추가/삭제되는 지 확인해줘야 한다구. 그걸 확인하구, 도전을 하던가 말던가 해야지.



9. 그 일에 대충 얼마 정도가 들겠다.

아 이거... 일을 비용으로 환산하는 능력은 진짜 중요해요. 그래야 헛다리를 최소화 시키거든. 여러분 생각해봐요. 책 하나 발간하는 데 비용이 얼마 들까요. 100명 규모 행사하는데 얼마 예산 필요할까. 유입자 500명 만드는 데 CAC얼마가 적절할까. 이번 신제품 출시하는데 초기비용 얼마나 들까. 견적서가 머릿속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거거든. 그리고 실제로 일할 때는 기획서는 마음 속에 견적서는 손에 들고 일하는 게 좋아요. 숫자를 놓치는 순간 일이 산으로 가버린다구. 우리 예산 400만원 밖에 없는데 자꾸 애프터모멘트 대표 데리고 와서 소개서 만들어버리면 50만원 남는데 그걸로 뭐할거야. 치킨 먹을거야? 그럼 안되는거야. 일 잘하는 사람들은 돈까스 집 가서도 순수익율을 계산하고 있어. 우리 와이프 얘기예요. 힙한 카페갈 때마다 인테리어 비용과 건물임대료를 계산하고 계시고... 대단쓰


10. 이건 언제쯤 끝나겠다.


이건 시간을 다스리는 자에요. 데드라인을 예상하고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이거 못하면 노인되서 바둑판 앞에서도 기획안 쓰고 있는거야. 데드라인을 알고 있단 것 자체가 프로세스를 어느 정도 그리고 있단 얘기라서, 앞과 중복될 수 있겠지만...사실 프로세스만 알고 있고 일의 속도엔 관심없는 사람들이 있어. 뭐 하나 피드백하고 만드는데 1달씩 걸리는 거지. 노오...이래선 안돼.


일은 혼자 하는게 아니니까, 우린 모두의 시간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해요. 시간은 꽤나 직관적이라서 이미지 만드는데도 매우 좋거든요. 이 때 중요한 건 내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란 거에요. 과소평가는 해도돼. 빡세게 잡거든. 맨날 불안해하고 징징대지만 항상 잘 끝낼거에요. 주변사람들이 징징 받아주느라 좀 짜증은 나겠지만. 하지만 과대평가는...항상 눈초리를 선사하죠. 하루면 끝낼 수 있어!! 라고 하지만 하루안에 안끝나거든.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일 시작할 때 요 10가지를 한 번 체크해보세용. 그리고 빨리 실수하고 시행착오해서 개털려봤음 좋겠어. 저도 불과 얼마 전에 개털리고 계약 파기난 적도 있고... 뭐 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 아니겠어용? 전 제가 뭘 되게 잘한다고 생각했는데..그 뭘 잘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나가리났어요. 벽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있었죠.


계약하기 전에 저 10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시작했음 안 털렸을까요?... 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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