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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n 20. 2020

소비자 분석에 심리학이론을 적용할 때 주의사항.

심리학 이론을 입맛대로 써버리면 안돼요.

마케팅이나 브랜딩, 영업, 설문, 표본조사 등, 소비자접점의 업무를 맡은 실무자는 광범위한 표본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나누고, 쪼개야 한다. 개체특성을 모두 인정한다면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비용과 노력이 상당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개체의 집합성을 표현할 어떤 명제나 이론들을 찾게되는데 이 중 가장 손쉬운 수단은 역시 심리학 이론이다. 다양한 실험과 논문을 통해 발표된 이 인문학적 아카이브는 평균의 함정이나 소수의견의 희생(collateral damage)을 차치하고서라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불확실에 베팅해야 하는 상황에선 강력한 결정의 근거를 만들어주기도 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복잡한 소비자의 심리를 한 번에 정리하는 데 꽤나 유용하기 때문이다. 심리학 이론이 실무자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좋은 도구가 됨을 부정할 순 없지만 좀 더 정확한, 그리고 좋은 결과를 위해선 약간의 비판적 시선과 좀 더 체계적인 질문들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심리학 이론은 일련의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인간이 인간에 대한 사회/과학적 정의를 내린 명제이다. 심리학 분야에 따라 이 실험은 사회과학적인 성향을 띠기도 하고, 자연과학적인 성향을 띠기도 하는데 주로 경영관련 분야에서 자주 다루는 인지, 행동, 사회심리학에선 표본의 데이터를 종합해서 일종의 결론을 도출하는 사회과학적 실험방식을 자주 채택한다. 최근엔 신경과학, 뇌과학 분야와 많은 부분이 통합되어 그 경계를 정확히 나누긴 어렵지만 적어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과거의 여럿 심리학 실험은 지극한 사고실험 내지는 사회과학적인 귀납추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물론 뇌과학과 심리와의 연관성을 언급한 것은 아주 오래전 부터이다. 1890년 William James가 쓴 책 "Principles of Psychology" 에선 정신활동과 혈류량에 변화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다만 최근 PET 또는 fMRI 등의 장비들로 인해 좀 더 다각적인 연구와 분야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의미)


인지심리학 실험의 시작은 인지심리학이란 용어가 생기기 이전부터였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것은 1868년 Donders의 자극-적합성 실험이라고 여겨진다. 불빛이 켜지면 반사적으로 버튼을 누르는 속도와, 왼쪽오른쪽 불빛에 따라 다른 버튼을 눌러야 하는 선택반응에 속도차를 계산해 이를 '마음속에서 결정이 일어나는 시간' 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는 구조주의 실험의 시작이었다. 인간의 마음이 일종의 컴퓨터와 같이(컴퓨터는 한참뒤에나 만들어지지만) 일련의 메커니즘과 구성된 프로세스를 지닌다는 의견이었다. 실제로 Donders의 실험의 의미는 그 실험자체의 정확성보단, 인지심리학 실험의 대전제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마음의 움직임은 직접 측정이 아닌, 행동을 통한 관찰/간접 측정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 행동주의 실험들이 주를 이루었고, 1900년대 중반 다시 마음을 관찰하는 식으로 넘어갔는데 이 때  Collins와 Quillian가 의미망 모형에 대해 선보이면서 실제로 두뇌 속 신경망이 그들이 보여준 의미망모형과 같은 형태로 움직이는 가에 대한 질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엔 두뇌에 대한 연구가 심도있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행동/반응의 관찰로 규명해야 했는데 다양한 문장을 보여준 후 속성의 무작위 나열과, 범주의 의미있는 나열과의 반응속도차를 분석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1968년 연결주의라는 개념으로 확장되며 이 후 (무려 현대까지도) 두뇌와 심리상태와의 연관성, 특히 뇌손상/장애등에 의한 심리적변화에 대한 연구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현대엔 심리학이 좀 더 다각적이고 다른 형태로 연구되고 있다. 좀 더 개인화된 부분들을 관찰하고, 다양한 사회변화와 양극화현상에 대한 심리적 해석, 나아가 두뇌의 디지털화 내지는 AI고도화를 위한 인간두뇌의 활동방식 규명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엔 콘벌루션 신경망이란 개념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두뇌와 딥러닝간의 유사성과 접목가능성이 등장하기도 했다. Collins와 Quillian가 단순한 2차원적 망으로 의미구조를 이해했다면, 콘벌루션 신경망에선 레이어개념을 통해 하위/중간/상위정보로 나누어 의미를 이해하는 인간의 두뇌구조를 그리고 있다. 


간단하게 심리학 실험의 흐름을 언급한 이유는 '시대'와 '기조'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간간히 심리학 아카이브에서 이론만 빼서 써야하는 일부 강사, 실무자들은 내가 구글이나 어느 심리학 서적에서 발견해 우려먹고 있는 몇몇 이론들이 '꽤나 오래된 것' 들이고, 어떤 기조를 바탕으로 시행된 실험이란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아래의 내용을 통해 어떤 부분에서 합리적 의심이 필요한 지 살펴보도록 하자.


가장 대표적으론 마시멜로 실험이 있다. 1960년대 월터 미셸과 연구원들에 의해 유아 대상 연구가 진행되었다. 즉각적인 유혹을 오래 견디는 아동이 추후 더 좋은 성적과 인지능력 측면에서 우수성을 지닌다는 결론이었는데 이 실험은 많은 매스컴과 다루어지며 책, 미디어, 콘텐츠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후 후속실험을 통해 '욕망을 참는 전략'을 깨닫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를 간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사실상 마시멜로 실험은 '편향된' 결과주의적 결론임이 드러났다. 심리학 실험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 가져가려는 프레임이 사교육이나 육아교육의 방법론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고, 대중의 욕망에 의해 더욱 공고해지는 과정을 겪게 된 것이다. 심리학 실험은 관찰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가능성의 정도이지 이를 통해 (대상의) 미래를 결정하거나 옳고그름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소비자의 서베이 결과 분석에 자주 쓰이는 분트의 분석적내성법 또한 그대로 적용하기 무리가 있다. 자극을 진술하게 만드는 방법은 주관의 개입이 매우 심한 편이다. 자기계발 콘텐츠에서도 자기발견에 대한 아젠다로 이러한 내성법을 활용하곤 하는데, 사실상 분트를 비롯한 구성주의 심리학파는 인간의 심리를 너무 단순화 시켜 파악했다는 이유로 가장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체보단 작은 것에 집착하는 원소성 또한 문제로 여겨진다. 감정과 환경, 인지체계와 타인과의 관계 등 다양한 변수들과의 유기성을 배제한 채 실험실 내에서만 이루어진 결과물이란 것이다.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형성은 현대 교육학의 기본이론이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많은 교육프로그램의 근간이 되고 있지만, 이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조작적 조건형성은 가르치는 사람의 '강화 계획' 에 따라 학습자가 바르게 학습할 수 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때문에 강화에 대한 다양한 조작적 학습원리를 설명하게 되는데, 최근들어 이러한 '교사의 강화계획' 이 과연 아이들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고 있다. 또한 상상력이나 영감과 같은 우연/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요소에 대해서 다루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실험 상황 내에선 타인과의 관계(친구나 동료)가 제거된 채 진행이 되는데 현실세계에 그대로 접목시킬 때 발생하는 수많은 변인들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자극적인 실험으로 유명했던 스탠포드의 감옥실험은 변인의 조작이 있었다. 수감자 내엔 연기자가 섞여있었고, 교도관들은 자발성이 아닌 사전에 계획된 과격한 제압연기를 펼쳤다. 또한 실험거부에 대한 의사가 묵인당했고, 윤리적으로 굉장히 비판을 많이 받았던 실험이다. 사회성과 집단의 공포/반발심리/적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종종 언급되는 이 실험은 정작 심리학계 내에선 이를 실험으로 인정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결로는 밀그램의 실험이 있을 것이다. 밀그램은 악의 평범성을 확인하겠다는 목적으로 시행했던 역대 최악의 심리실험(참사)로 기록된다. 권위에 대한 복종으로 피험자는 다른 피험자에게 얼마든지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이었고 이를 통해 아우슈비츠 대학살이나 나치즘에 대한 심리적 해석이 더해지며 큰 화제를 끌었던 실험이었다. 문제는 이 실험은 수치적 묵과와 조작의 문제가 심각하단 점이다. 65%의 사람들이 복종하여 다른 피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고통을 주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밀그램은 한 가지 실험만 한 것이 아니며 무려 24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실험을 하였는데 실제론 이 실험 중 대다수가 진행에 거부했단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그의 저서 <권위에의 복종>에 묘사된 복종하는 피험자에 대한 묘사는 관찰이 아닌 주관에 의해 서술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마지막으론 쿠르트 레빈의 장(field)이론을 생각해보자. 인간의 행동엔 환경과 사람 모두가 영향을 준다는 장이론은 자극과 반응 관계의 복잡성과 상호작용성을 밝혔다. 특히 여기서는 에너지와 긴장, 욕망으로 행동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긴장감을 푸는 행동, 욕구가 반응하는 곳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물리학 의미의 장을 위상기하학적으로 해석하며(벡터, 방향 등) 행동의 메커니즘을 해석하고 있다. 이 이론은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나온 이론이지만, 요즘엔 리더쉽이나 HR전략에 대한 이론, 심지어 연인관계나 연애에 관련한 이론에까지 쓰이고 있다. 개인의 행동을 설명하기엔 이 이론은 실험적 근거가 부족하다. 장이론은 하나의 개념에 가깝다. 실제로 쿠르트 레빈은 오랜 시간 맑시즘, 여성권리 등 이데올로기에 관심이 많았으며 심리학은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물론 레빈의 이런 행보는 추후 사회심리학의 근간이 되었지만 장이론 자체를 개인의 행동에 접목시키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사고를 통해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것은 다음 5가지이다.

 

우선 이론을 뒷받침할 연계이론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특히 실험 자체의 조작가능성과 실험자 본인의 성향에 의한 편향된 실험결과 도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험결과를 확인할 땐 반드시 후속실험에 대한 결과까지 함께 확인해주어야 한다. 마시멜로 실험이나 Donders의 자극-적합성 실험도 시간이 한참 흐른 후 후속실험이 진행되며 반박, 수정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다음은 가설과 유력한 주장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다. 심리학 이론은 아니지만 흔히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황금비' 라고 불리는 마법의 비율이 있다. 1:1.618의 종횡비를 일컫는 말인데, 이 황금비는 추후 수많은 도서나 다큐, 디자인업계에서 일종의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황금비는 거짓으로 밝혀졌고 앵무조개나 파르테논 신전, 신용카드의 비율 등 근거로 들었던 수많은 소재들도 황금비와는 무관했다. 우연스럽게 황금비라고 여겨진 대부분의 것들은 황금비가 아닌 미술에서 흔히 쓰이는 '단비'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사실상 황금비는 마케팅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진실을 확인할 때 이것이 가설인지, 유력한 주장인지, 밝혀진 사실인지, 어디에서 시작된 이론인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상 이는 몇몇의 전문가 내지는 구글에서도 조금만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장 먼저 확인해봐야 할 사실 중 하나다. 가설을 현상에 접목시킬 땐 그것이 아닐 수도 있을 가능성에 대해 항상 열어놓아야 한다. 


세번째는 변인에 대한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실험실 내에서 시행되는 실험과 현장의 것은 다르다. 스키너의 이론은 많은 분야에서 이론적 근거를 만들어주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이것이 현장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단 의미는 아니다. 실제 세상은 훨씬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며, 실제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이론으로 소비자의 행동을 판단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꽤나 정확도가 떨어질 위험이 크다. 


네번째는 적용분야에 대한 적합성이다. 사회심리학 실험을 개인의 관점에 적용하거나, 또는 뇌과학에서 흔히 말하는 두뇌의 원리를 사회적으로 확장시키거나 하는 등의 경우이다. 범죄심리학에서 언급하는 행동양식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 취조를 당하는 범인의 눈동자 움직임과 소개팅을 하는 상대방의 눈동자 움직임이 같은 심리에서 발현된다고 단정짓긴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론 뇌과학에 대한 너무 단순화된 이론들을 경계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두뇌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꾸준히 진행중이며, 기존에 연상그물로만 알려졌던 두뇌의 정보처리 구조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단 것이 밝혀졌다. 단순히 A를 B로 연상하기 위해 둘이 연결되는 형태가 아닌 좀 더 복합적인 구조를 통해 패턴화되는 것이다. 단순히 심리적인 어떤 자극이 두뇌에 어떤 변화를 만든다거나, 두뇌의 변화가 심리적인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주요한' 흐름일 뿐 그 메카니즘이 정확히 어떻게 발현되는 지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게슈탈트이론은 형태에 대한 인지특징을 정리해놓은 신빙성있는 이론이지만 정확히 어떤 경우에 어떻게 왜 그렇게 인지되는 지에 대해선 100% 설명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론에 대한 맹신과 단순화된 인용은 오히려 판단을 흐리거나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을 확인할 땐 좀 더 합리적인 사고흐름을 통해 해당 이론이 지닌 한계와 적용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또는 이에 준하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인지심리학 실험의 대전제는 직접 측정이 아닌, 행동이 관찰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다. UXUI디자인이나, 서비스디자인, 마케팅, UX writing, 마케팅,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오류 속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좀 더 면밀한 이론적 분석과, 우리 눈으로 직접 관찰하고 경험한 패턴들을 결합시켜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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