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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n 22. 2020

디자이너에게 게슈탈트 이론은 절대진리일까.

게슈탈트 이론은 맹신의 대상이 아니다.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게슈탈트 이론은 거의 절대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명제와 그에 따른 지각적 조직화 이론은 확실히 디자이너, 특히 편집이나 레이아웃을 유효하게 다뤄야하는 UI/UX분야에선 말이다. 흔히 알고 있다시피, 게슈탈트는 '형태주의'를 일컫는 단어이다. 최초 베르트하이머와 코프카, 퀼러가 프랑크푸르트 대학에 연구소를 차리고 '형태주의' 심리학을 스스로 창시하게 된다. 이전의 기조는 분트의 내성법과 같은 감각에 기반한, 그러니까 특정한 자극과 이에 따른 반응을 인지하고 경험으로 받아들인다는 구조주의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베르트하이머를 비롯한 게슈탈트 이론자들은 이에 반대하며 인간은 부분을 관찰하는 것이 아닌 전체를 한꺼번에 인지하며 이것은 기억을 비롯한 욕구의 발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보통 디자이너들이 알고 있는 지각적조직화의 6개 항목, 즉 '유사성/연속성/단순성/근접성/공동운명/친숙성' 의 원리는 원래 심리와 디자인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시지각에 대한 생리학적 연구도 아니었다. (이후에 수많은 뇌과학연구와 시지각연구가 거듭되며 후대의 과학자들에 의해 게슈탈트 이론이 시지각원리에 미치는 영향이 규명된 것 뿐) 형태주의자들은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규정하고 싶어했다. 때문에 인간의 욕구가 일정한 '형태'를 구성하고(이를 게슈탈트라고 명명했다.) 이 욕구가 해소되면 다음 게슈탈트를 인지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고 셜명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욕구를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을 전경으로 인지하고, 이 욕구가 해소되면 전경은 배경이 되고, 다른 욕구가 젼경으로 대체되는 형식이다. 이는 선택적 인지와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사람은 자신의 욕구가 투사된 대상을 우선적으로 바라보며, 이 욕구가 해소되기 전까지 배경은 희미한 상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형태주의는 세상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기본으로 한다. 인간의 감각 자체, 또는 사회나 문화적인 연계성에 대한 부분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개개인의 조형적 시지각 인지에 대한 이해를 공고히 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지만, 현대의 디자이너들에게 게슈탈트 이론은 조금 다른 부분까지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일반적인 디자인 콘텐츠에서 UI디자인 시 버튼을 어느쪽에 두어야 할 지, 텍스트 박스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두어야 할 지를 설명하며 게슈탈트 이론을 쉽게 예로 들곤 한다. 게슈탈트를 이론을 설명할 때 늘상 등장하는 기본적인 이미지예제들과 어떤 법칙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제법 그럴싸해 보인다. 


게슈탈트 이미지 예제


게다가 게슈탈트 이론은 현대에도 수많은 논문의 근거자료로 쓰일 만큼 신빙성이 입증된 것이기에 콘텐츠에서 활용하기엔 아주 제격이겠다. 다만 이를 받아들이는 디자이너 입장에선 아래 3가지 부분에 대한 합리적 의심 내지는 복합적 사고를 통해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1. 조형적 특성 외, 다른 요소와의 인지간섭


게슈탈트 이론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욕망의 표현방식을 다루는 이론이다. 사람의 욕구가 어떠한 조형적 형태로 발현되는 지를 설명해놓았는데 중요한 점은 게슈탈트 이론에선 형태적 특성을 중심으로 서술할 뿐, 여기에 색이나 크기강조, 또는 특정한 디바이스에서의 관찰특성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모니터를 볼 때와 신문을 볼 때의 동공의 이동방향이 다르고, 집중점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여기에 컬러와 선, 도형과 이미지가 결합된 복잡한 콘텐츠라면 그 변수는 더욱 커지게 된다. 예제 이미지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조차 사실은 당신의 욕구가 위 이미지들을 통해 해소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소비자들은 게슈탈트 이론을 알고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고 싶어한다.


2. 학습과 강화에 의한 인지


게슈탈트 이론은 기본적으로 사회/문화적 간섭과 학습에 의한 동인을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 손다이크의 고양이 실험의 실패에서 볼 수 있듯 강화요인에 의한 동인이 사실은 착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형태주의의 주장일 뿐, 과연 소비자의 행동방식이 형태주의적으로만 움직이느냐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사람들은 불편해도 익숙한 대로 움직인다. 대표적인 예로 규칙성과 패턴을 찾을 수 없는 QWERTY자판의 범용성, 그리고 불편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각종 공공기관 사이트, 수화기가 있는 전화기나 디스켓이 사라진 요즘에도 그대로 쓰이고 있는 각종 아이콘들을 들 수 있겠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디스켓은 생소하다 못해 본 적조차 없는 물건일 수도 있지만 무심코 그 모양이 저장을 뜻한다는 사실을 학습해봤다. 저장버튼을 누르는 동선에 어떤 욕구의 게슈탈트화를 논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사람들의 행동이 모두 욕망에 의해 움직이고 그 욕망이 형태를 구축한다는 것은 학습과 강화동인에 의한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일 수도 있다. 보통 메뉴는 상단, 또는 좌측 상단. 이동을 위한 네비게이터는 하단에 위치한단 사실을 수많은 디바이스를 통해 이미 학습한 소비자들이다. 구매버튼 옆에 장바구니가 있고, 쿠폰은 결제창에서 입력할 수 있다는 것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미 익숙해져 있는 동선이다. 형태가 소비자동선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해주자.


3. 게슈탈트 이론은 옳은 것을 만들려는 시도가 아니다.


게슈탈트 이론은 그 태생이 '감각'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되었다. 게슈탈트 이론은 절대진리가 아니며 인간의 시지각원리를 규명한 하나의 '법칙' 에 불과하다. 배경과 전경 중 전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법칙을 전경을 강조해야 디자인적으로 '옳은 것'이다. 라고 말해선 안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전경은 '욕구가 투사된 대상' 을 의미한다. 소비자마다 누군가는 가격에, 누군가는 이미지에, 누군가는 성능에 욕구를 투사한다. 생산자 또한 자신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 또는 어떠한 수치로 보여진 통계결과를 통해 전경요소를 선택할 뿐이다. 전경요소는 특정할 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선 전경과 배경의 구분을 흐리게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A라는 법칙이 있으니 A로 활용할 수도, B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유연함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게슈탈트 이론은 참으로 매력적인 것이다. 정답이 없는 디자인에 정확한 기준이 되어주는 것 같고, 누군가에게 조언하거나 강의, 설명할 때도 아주 훌륭한 근거가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게슈탈트 이론이 왜 생겨났고, 이들이 부정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디자이너 본인도 게슈탈트 안에 갇혀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론의 주장과 현실의 적용은 매우 다르다. 인지는 생각보다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디자이너라면, 하나의 법칙에 목매기 이전에 때에 따라선 좀 더 유연한 실험이 필요할 때도 있단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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