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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ug 07. 2020

사방팔방에서 50만원이라도 더 벌으라고 주문하는 요즘

이게 맞아?

"자본에 의한 수익이,
노동에 의한 수익을
뛰어넘는 지점이
부자가 되는 순간이다."

라고 오만육만 군데서 부자되라, 돈벌어라, 100만원 더 벌어라, 사이드프로젝트해라, 스마트스토어해라, 부동산투자해라, 베셀도서부터 온라인강의까지 한 입을 모아 외치고 있는데 저게 과연 맞나 싶습니다. 당연히 자본수익이 노동수익을 앞서는 건 인정합니다. 백날 일해도 부동산으로 돈 버는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이니까요. 근데 저 명제가 무슨 현대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고 따라야 하는 진리처럼 설파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어쩌라는 거죠? 니가 지금 뭐빠지게 일하고 있는 이 가치는 뭣도 아니다 이런 느낌인가요. 빨리 탈노동해서 투자수익내고 월세받으라는 건가요? 마치 돈을 더 벌지 않으면 죄인이 되는 것 같고, 시간써서 돈 버는 사람들을 애처롭게 쳐다보는 뉘앙스가 있는데.


근데 지극히 개인적으론 그렇습니다. 왜 항상 노동수익은 벗어나야만 하는거죠? 내가 내 손으로 일한 만큼 정당히 돈을 버는 게 잘못된건가. 저런 말을 들으면 아주 불편한 이유가 두 가지가 있는데, 우선은 내가 자본수익을 낼 만큼의 돈이 없어서 자격지심이 들어서임을 인정합니다. 가난한 자의 빼액일수도 있어요. 


또 하나는 그런 말을 하는 본인은 그렇게 자본이 많아서 부자가 되셨는데 그럼 정작 왜 책을 내고 강의를 하세요? 그냥 자본수익이나 버시지. 부동산, 사업, 주식, 판권으로 돈 많이 버신 거 인정. 그래서 이제 노동시장으로 내려오셔서 뒷짐지고 인간세상 구경하는 것 같잖아요. 컨설팅하고, 강의하고, 인세도 벌고, 추앙도 받고싶은 거잖아요. 돈도 벌고? 뽕도 맞고. 사람들이 막 열광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존경의 댓글을 달아주니 살 맛도 나고. 중생같은 애들이 100만원만 더 벌 수 있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하니 보기에 귀엽고. 그런건가요. (선한 영향력 자꾸 그런 소리하는데, 선한 영향력 두 번 받았다가 지갑 거덜나겠네)


자본으로 돈을 벌든, 노동으로 돈을 벌든 힘들고 빡세고 머리를 쓰거나 몸을 써야 함을 인정합니다. 다 녹록치 않은 일이에요. 그러니 각자 위치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던가, 인생의 가치에 따라 살면 됩니다. 마치 자본으로 수익을 내는 건 성공한 것. 노동으로 수익을 내는 건 짠한 것으로 바라보는 그 태도가 싫어요. 동등한 가치가 있는 거에요. 자본이 힘이 되는 게 자본주의의 절대명제라고 하지만... '너! 얼른 노력해서 100만원 더 벌어야지!! 돈 안벌고 뭐해!, 부자가 돼야지!' 라뇨. 돈이 싫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모으는 지. 왜 버는 지도 모른 채 그냥 아파트 사서 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무작정 경공매만 공부해야 하나요. 그냥 일단 벌면 뭐라도 된다는...그게 '현실적인' 조언인가요. 그런게 조언이라면 너무 천박해요. '부동산과 주식을 모르면 모두가 굶어죽는 시대' 라는 말도 들었어요. 돈을 벌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런 명제가 당연시되는 세상이...... 이게 지금 맞는 건가요.


근본적으로 부동산에 미쳐라, 주식에 미쳐라 할 게 아니라, 노동수익만으로도 생계에 대한 최소한의 걱정은 없게 만드는 게 더 필요한 거 아닌가요. 개인이 더 노력해라. 야근하고 투잡뛰고 절약하고 발악해서 50만원 더 모아라! 라고 다그치는게 이상합니다. 무기력과 어쩔 수 없음에 고개를 가로저을 순 있지만, 이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롤레탈리아적인 빨간 생각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져가고 로봇과 AI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고 해도. 자본주의의 룰이 완벽하게 그것을 추구하고 있더라도. 이젠 같이 잘 살 생각을 해야 할 때 아닌가. 또 이런 말하면 정의당같다, 노동당원이냐, 노조냐 별 댓글이 다 달릴 수도 있지만, 이건 정치적 이슈를 떠나서 사람이 일한 만큼의 댓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거에요.  애당초 노동이 없이 자본은 생기지 않잖아요. 우리가 무슨 돈 찍어내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엉엉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돈 벌게 해줄게 주문을 외워봐' 라고 속삭일 게 아니라... 이제 그 정도 되셨으면. 더 큰 고민을 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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