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소개서하면 가로나 세로로 된 A4용지 브로슈어가 생각납니다. 요즘에도 많이 만들어요. 오늘도 만들었어요. A4 소개서는 강려크한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규격용지라서 싸고, 일반적이고, 익숙하고, 서류꽂이에 잘 들어갑니다. 그리고 사무실에 찾아오신 분에게 괜히 하나씩 드리기도 좋죠. A4는 국룰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어디 국룰 뿐이겠습니다. 글로벌리 하죠.
근데 요즘엔 좀 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일단 대면미팅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거기에 대부분 내부결제도 거의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파일첨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경문제도 있어서 인쇄보단 다른 방식을 많이 선호하고 있죠. 더불어 종이소개서를 찬찬히 읽어가며 브랜드의 매력을 곱씹기엔 사람들이 너무 바쁩니다. A4의 가성비는 어마무시하지만, 똑같은 사이즈 안에서 다채로운 브랜드의 특징을 표현하기엔 확실히 제약이 있어보입니다.
때문에 아예 포맷자체를 뒤집어버리는 소개서를 만들기도 합니다. 저도 가급적이면 A4보다는 여러분들의 브랜드 컬러에 맞는 색다른 포맷과 규격을 찾으라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오늘은 제가 만들어봤던 9가지의 소개서 포맷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올해는 더 색다른 걸 많이 만들어볼 거에요. 팔리는 소개서를.
1. 국룰, 종이 소개서
종이소개서는 많은 분들에게 깊은 손맛을 제공합니다. 종이소개서의 손맛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질감과 두께.
질감은
매끈매끈한 아트지, 마쉬멜로우지, 뉴클리어 애시드 등의 느낌과 부드러운 촉감의 몽블랑, 랑데뷰, 친환경재생지, 펄지 등으로 나뉘죠. 개인적으론 보들보들한 종이가 좋더라구요.
보드러운 종이에 고급짐을 추가하려면 큐리어스 메탈릭이나 마제스티, 티엠보스, 문켄, 그문드메탈릭같이그냥 딱 봐도 오 돈을 아주 발랐네 싶은 종이를 쓰세요.만졌을 때 자본주의의 향기가 느껴지는. 저렴하고일반적으로 가려면 마제스티 정도의 표지에, 내지 랑데뷰 정도가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이렇게 노멀하게 가려면 앗싸리 재생지를 쓰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명분도 살고, 비용도 줄이고.
두께는 일반적으로 100-120g/m2을 많이 활용하는데... 갠적으로 종이소개서로 우리 브랜드를 충격적으로 소개하고 싶다면 표지 300g 이상, 내지 180g 정도로 두께감있게 만들어서 후가공을 잔뜩 얹은 대박 고급진 느낌으로 가주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형압과 박도 하고, 중간에 펼치는 페이지도 하나 집어넣으면... 이건 꽤나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할 겁니다. 다만 엄청 비싸므로..아무에게나 뿌리는 게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만 쓰는 무기같은 거랄까요.
또는 완전 날창날창 얇은 종이를 쓰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입니다. 엄청 얇은 종이로 색다른 느낌을 주려면 내지의 디자인이 꽤나 중요해요. 이렇게 얇은 종이를 쓰는 맥락이 있어야 하거든요. 앗싸리 엄청 빼곡해서 전단지 느낌을 주거나, 완전 아무 것도 없어서 바람처럼 가벼운 느낌을 주는 것도 좋겠죠.
사이즈 측면에선 A4는 너무 크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B5사이즈를 선호하는 곳들도 많아지고 있죠. 저도 개인적으론 A4사이즈는..좀 묘하게 큰 것 같습니다.
2. 균형잡힌 노멀캐, PDF
강력한 문서의 힘. (아닙니다.)
온 지구인이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PDF형식은 웹전달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보통 메일에 첨부파일로 보내거나, 홈페이지 내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만들어놓죠. 딱히 단점이라고 할 건 잘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정말 필요한 경우나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아니라면 발송된 메일의 첨부파일을 굳이 다운받아서 여는 것은 좀 귀찮은 일이에요.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에선 PPT에서 적용한 그림자나 일부 특수효과,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에서 그린 너무 얇은 선이나, 투명도가 적용된 경우, 비슷한 색의 라인 등을 PDF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꼭 다른 이름으로 PDF저장만 누르고 끝내지 말고 원본과 PDF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지 확인하셔야 해요.
저는 가급적이면 ppt도 300dpi로 PNG저장해서 그 파일들을 다시 PDF로 합치는 편입니다. 일러에서도 대지를 모두 PNG로 뽑아서 합쳐요. PNG to PDF 사이트가 많잖아요? 구글에다 치면 많이 나와요. 이때 이미지크기는 4K이상 해상도가 나오게 300% 정도를 잡아줘요. 가로픽셀이 3-4,000px 정도 나오게 해요. 그냥 이건...제 습관인지라 ㅎㅎㅎ 필수는 아닙니다.
3. 상세페이지 형태의 세로스크롤
요즘엔 메일이 열리자마자 그냥 상세페이지처럼 쫙 이미지로 첨부되어 있는 게 더 효과적일 때가 많더라구요.
저번에 만들었던 비지엠팩토리의 3가지 버전의 소개서 중 하나인데, 이건 첨부파일이 아니라 메일에 바로 이미지첨부로 발송할 수 있게 만든 버전이에요. 이 땐 메일을 열었을 때 보이는 가로너비가 중요해요. 가급적이면 가로는 900px로 제작하는 편입니다. 세로는 4,000~5,000px 정도로 잡고있어요. 너무 스크롤이 내려가면 또 싫거든요.
4. 인스타 스타일의 좌우 스와이프
인스타에 익숙한 세대에겐 좌우 스와이핑이 더 익숙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제품을 소개해야 하거나, 프로세스를 소개해야 할 때, 상세컷이 있을 경우엔 좌우 스와이핑이 좋아요. 위에서 만들었던 비지엠팩토리에선 인스타용 웹툰 소개서도 만들었었는데
이런식으로 900x900px로 정방형 콘텐츠를 제작했었답니다. 이런 식의 콘텐츠는 나중에 분리해서 컷별로 쓸 수도 있고, 무엇보다 광고돌리기에 아주 유용하답니다.
5. 유튜브를 아카이빙으로 사용해버림.
요즘엔 별도의 소개서보다 유튜브 영상 하나가 더 파급력이 큽니다. 넷플레져 콘텐츠나, 창살없는 방범창 스마트락(전설의 영상) 처럼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징이 직관적이고 가시적일 때 효과가 좋습니다. 또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도 훌륭하죠. 소개서 영상은 터질려고 만드는 게 아닙니다. 누가 '너넨 뭐하는 곳이야?' 라고 물어보면 그냥 링크만 전달하려고 만드는 것이니까 너무 콘텐츠욕심을 낼 필욘 없습니다. 영상의 힙함보단 소개하려는 것이 제대로 소개되고 있는 지가 더 중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락 전설의 영상은 최고의 소개서가 아닐 수 없....
6. 전환율에서 따라갈 자가 없는 전단지형태
전단지? 에잉? 요즘 그런걸? 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근데... 제가 배우자님 북카페 하실 때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해보고 뭐 소개서도 만들어보고, 메뉴판도 고쳐보고 난리를 했거든요. 근데 뭘 해도 나가서 전단지 돌리는 것만 못했어요. 전단지란 것이...종이 낭비때문에 꽤나 안친환경적이긴 하지만 효과면에선 무시할 수 없답니다.
이게 무시무시했던 게 뭐냐면... 전단지를 무려 250g짜리 몽블랑지로 만들었단 말이죠. 합정상수역 사이에서 이거 돌리고 다녔는데 일단 받으시는 분들 표정이 '뭐야 전단지 왜케 고급져... 이거 뭐야..무서워..' 하는 듯했습니다. 집에 가선 버렸겠지만 적어도 상수-합정 사이에선 굴러다니는 전단지를 거의 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돌리자마자 바로바로 손님들이 발생하는 충격적인 전환율을 자랑했죠. 만약 지금 당장, 바로 액션을 만들어내야 한다면 이 전단지를 꼭 전략에 넣어보세요.
7. 하도메와 접이식 봉투에 담긴 언박싱 소개서
가끔 봉투에 담기는 소개서를 만들기도 합니다. 명함형태처럼 작은 접지형 소개서나, 대봉투에 담기는 소개서를 만들죠. 중요한 건 봉투를 여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기 때문에 그냥 풀로 붙인 대봉투 말고 하도메봉투나 접이식 봉투를 쓴단 점이에요.
이런 게 하도메 봉투
이 때 내지를 책자형식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저는 낱장으로 만들어보았어요. 종이는 큐리어스 메탈릭으로 낱장 두께가 250g 이상 되었죠. 두께감이 어마무시합니다.
이건 원래 까만 용지에요. 뉴에코블랙이라고. 접이식으로 만들어서, 안에는 4장의 두꺼운 내지가 들어갑니다. 메인사업 소개 1장, 각 영역별 1장씩 3개. 양면으로 심플하게 풀어낸 소개서였어요. 그리고 얘를 뭘로 봉인하냐... 바로............. 실링왁스로 하는 거죠. 덜덜덜덜
저에요.
이거 아시죠? 실링왁스. 녹여서... 떨어뜨린 뒤 도장으로 꾹... 받는 사람입장에선 굉장히 백작이 된 느낌일 거에요. 이거 똑 부러뜨려서 여는 경험이 또 대단하거든요. 거의 맥북 오픈하는 언박싱 느낌을 선사한달까. 물론 만드는 사람은 엄청나게 짜치고... 정말 중요한 자리에 갈 때 몇 개 밖에 준비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소개서는 뇌물 건네듯 개인적으로 드리고 집에 가서 보시라고 해야 제맛이에요.
8. 할 말이 많다면 아예 소설을 쓰자.
소설형태로 소개서를 쓰는 경우도 있어요. 창업스토리나 제품,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진진하다면 이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달까요. 기업소개서를 매거진으로 만들어주는 곳도 있답니다. 저는 가급적 소설처럼 써보고 있어요. 쓸 말이 많은 소개서들 있잖아요. 뭔가 설명도 길고, 할 말도 많고... 특히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그런 기업들 생각해보세요.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시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주민과의 상생 어쩌고...
읽겠어요? 안 읽겠죠? 그러니 이걸 한 사람의 일대기처럼 풀어내보는 것이죠. 단편 소설 읽듯이... 보통 이런 소개서는 매거진 형태나 완전 웹소설 형태로 만드는 데 아예 40-50페이지 정도로 만들어요. 책처럼 두께감있게.
이걸 인쇄한다면 46판 B6(127*188mm) , 국판A5(148*210mm) 정도를 많이 써요. 웹소설 형태로 만든다면 모바일로 스와이핑해서 볼 수 있도록 아예 모바일용 사이즈로 만들거나, 아니면 B5크기의 PDF로 만드는 편입니다.
자기 브랜드만의 책을 갖는 건 멋지죠? 왜 좀 잘나가는 기업들 보세요. 넷플릭스도 책 나왔지, 에어비앤비도 책 나왔지, 스벅도 나왔지.. 배민 나왔지 마켓컬리 나왔지... 책을 왜 내겠어요. 그 자체가 사실 소개서거든요. 브랜드의 철학부터 설립동기,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등등 이런걸 PPT로 읽는 다고 생각해보세요. 노오오오..절대 안 읽히죠. 근데 책은? 세상에 이걸 읽고 사람들끼리 모여서 모임도 한다니까... 포맷의 힘이 이렇게 큽니다.
9. 소개서는 거들뿐, 말은 내가 한다.
비대면이 일상화된 요즘이지만..그럼에도 대면미팅의 힘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큰 기업일수록 직접 만나서 뭔갈 하길 좋아하기도 하더라구요. 소개서 전달의 전제는 내가 건네준 소개서 만으로 우리 브랜드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있는데, 대면 영업은 좀 얘기가 다릅니다. 건네는 사람이 메인이 되고 소개서가 서브죠. 때문에 이 때의 소개서는 설명하는 사람의 주도권을 해쳐서는 안돼요.
이건 태블릿사이즈로 제작했어요. 1:1미팅시에 쓰이는 보조 자료였죠. 메인은 사람이 되어야 해요. 그래서 영업하시는 분들이 어떤 프로세스와 멘트를 지니고 있는 지를 먼저 파악해야 해요. 그것에 맞춰서 자료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이 때는 소개서 자체의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이걸 설명하는 사람과 대화의 분위기 등이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에 말하는 여러분 자체가 곧 소개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외에도 랜딩페이지 형태, 포스터 느낌, 음악으로 된 소개서도 있을 거에요. 나를 알리고 보여주는 방법에 제약은 없어요. 다만 무조건 독특한 사이즈나 포맷을 만들기 보단 그게 어떤 맥락이냐가 더 중요하겠죠. 특이한 게 능사가 아니니까요. 여러분의 서비스를 소개할 때 어떤 표현방식이 가장 적절한 지 잘 생각해보세요.
저는 디자인 회사지만 글로 저희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어때요? 어떤 서비스는 사진이 가장 효과적일 거고, 어떤 제품은 동영상이 최적일 거에요. 우리 브랜드가 가장 멋지게 보이는 표현방식을 찾고, 그것을 창의적으로 변형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