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창선 Jan 12. 2021

그림 하나로 회사를 소개하는 대박 기술에 대하여.

볼 땐 쉬운 데 할 땐 어려운 다이어그램 만들기.

어느 날, 

우리 회사는 딱 굳건한 어떤 가치가 있어요. 그 가치가 모든 사업에 널리 퍼져있죠. 기준같은 거라고. 전략 담당하는 팀하고 국내 운영, 글로벌 지사들이 있어요. 여기서 지금 글로벌 지사가 제일 중요한 데 뭐 각 부서마다 팀이 좀 복잡하게 운영돼요. 메인팀이 전략을 만들고 움직이고, 그러니까 탑다운 같은 거지. 그리고 실행하는 운영팀이 있고,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TF팀이 있어요. 이건 내부 인원 중에서 선발되거나 배속오는 거라 사실 넣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또 각 팀이 뭔가 비중이 비슷비슷해요. 어느 팀이 더 중요하다 이런 개념은 아니라서 이 부분이 참 어려워요. 전략팀이 베이스를 만들긴 하는 데 이건 내부적인 것들이라서 대외적으로 내보일 땐 좀 뒷단에 놓으려고 하고 있어요. 하아.. 이걸 그림 하나로 만들 수 있을까요?


대표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이제 당신은 이걸 그림 하나로 만들어야 해요. 다이어그램이라고 하죠. 우리는 고갱이 아니니까 그림에 자신의 주관을 녹여선 안돼요. 누가 봐도 같은 메시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사실을 표현해야 하죠. 


자 이제, 복잡하고 길게 늘어진 회사의 구조와 가치..철학 뭐 그런 것들을 다이어그램으로 만들어볼 거에요. 이 그림은 회사소개의 구심점이 돼요.


잘 정리된 도식은 소비자에게 "우리 회사 뭐하는 곳이다, 우리 제품 뭐가 좋다, 서비스 특징이 뭐다." 를 또렷하게 보여줘요.  투자자에겐 직관적인 비용/수익구조를 보여줘요. 중요하겠죠? 


다이어그램 만들기, 각설하고 바로 시작할게요.





01. Object

목표만들기

도식을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설정합니다. 


'우리는 글로벌에 집중하고 있어.'

'각 팀이 명확하고 평등해'

'우리 제품은 다른 제품보다 이런 점이 좋아.'

'지금 세상이 이래. 너도 조심해야 해.'


아무리 복잡한 다이어그램도 결국 한 문장입니다. 이것부터 설정해야 해요. 궁극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지. 




02. Direction

어떤 방식을 통해 목표에 다다를 지 방향성을 말해줍니다. 이 방향성에 따라 필요한 정보가 달라져요. '목표' 한 문장으론 도식을 만들 수 없어요. 어떤 자료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지 재료부터 적으셔야 해요. 


예를 들어 

현재 우리의 밸류에이션이 340억이고, 추후 5년 내로 1000억을 달성하겠다.를 보여주겠다고 하면


목표중심 : 2026년 1000억이 됐다고 가정하고 가치평가 요소를 분할할 것인지

과정중심 : 2021년부터 어떤 전략을 통해 1,000억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여줄 것인지

카테고리중심 : 2021년 현재 340억 가치를 BM별로 분리해서 각각 어떻게 성장할 지 each way로 보여줄 것인지.


등 1,000억 달성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해요. 이 방법에 따라 필요한 재료도 달라지죠. 다음과 같은 재료가 있어야 해요.


목표중심이라면 현재의 회사 제원에 대한 자료가 필요할 거에요. 그래야 2026년 뭐가 달라질 지 말해주죠.


과정중심이라면 각 팀별 전략기획안이 필요할 거에요. 


카테고리 중심이라면 돈이 벌리는 모든 파이프의 매출현황과 운영기획안이 필요하겠죠.  


이 때 필요한 자료들을 리스팅해놓고 필요한 곳에 요청 해주세요. 물론 제 때 잘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짜증을 부릴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자료를 누락시키잖아요? 다이어그램이 부실해져요. 뭔가 알듯말듯.... 애매한 그림이 탄생하죠.




03. Logic & Sentence

운 좋게 재료들을 구했어요. 이 재료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해요? 맥락있게 배치해야겠죠오~? 데이터가 여러종류일테니 이걸 잘 정리해야 할 거에요. 이걸 위해서 문장을 만듭니다. 우리 고등학교 때 열심히 집합과 명제를 공부했어요. 그 힘이 여기서 발휘됩니다. 각 데이터를 A와 B로 표현해보세요. 그걸 사용해야 편해집니다. (치환이라고 배웠죠.)


문장은 방향성을 만듭니다. 특히 A와 B의 관계를 어떤 서술어로 표현하는 지가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서술어를 사용해주세요.


A에서 B로 변한다. (화살표)

A와 B를 포함한다. (벤다이어그램)

A와 B는 서로 주고받는다. (양쪽 화살표) 

A가 B를 지배하고 있다. (아랫쪽 화살표)

B는 A에 속해있다. (벤다이어그램)

A는 B로 돌아온다. (피드백 화살표)

A와 B는 순환한다. (원형 화살표)

A와B, C는 각각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방사형 선)

B는 C와 함께 A를 만든다. (凸자형 선)

A가 C를 충족할 때 B가 된다. (선위에 사각형 / 검문소)



변한다, 포함한다, 주고받는다, 순환한다, 뻗는다...이런 관계 서술어를 잘 쓰셔야 해요. 포함관계를 잘 생각하셔야 다이어그램이 단순해진답니다. 무엇이 무엇을 지배하는 지. 속해있는 지...이것에 집중해보세요.


예를 들어 매출은 순수익과 비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요. 순수익+비용= 총매출입니다. 그러니 매출은 막대기 하나에요. 이걸 컬러로 나누면 돼요. 순수익은 빨간색, 비용은 파란색. 이러면 막대기는 하나인데, 매출액/수익/비용을 모두 표현할 수 있죠.




04. Elements


요소의 규칙을 정해요. 같은 비용그래프인데 어떤 건 파란색, 어떤 건 보라색 이러면 안되잖아요. 일정한 규칙대로 그림들이 그려져야 해요.


어떤 요소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각 년도를 구분할 때는 선으로 할 지 점으로 할 지...

금액의 상승은 막대기로 할 지, 화살표로 할 지. 

금액의 단위는 어떻게 잡을 지

원은 채울 지 라인만 넣을 지... 규칙들을 설정합니다.


점, 선, 면, 컬러, 모양 등을 일관적으로 규정해요. 

이 때 여러분이 규정해야 할 모양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포인트(점) = 점은 채울 지 비울 지, 모양은 어떻고 색은 어떻게?

크로스(x, +, 사분면) = 1,2,3,4분면의 의미와 x/y축의 의미는?

라인(실선, 점선, 파선 = 각 선의 의미들은 무엇인지?

화살표(채워진 촉, 선형 촉, 양쪽 화살표)

폴리라인 = 다중선은 어떤 의미로 쓸 지

임플라이드폼(implied form) = 도형을 생략한다면 어디를 왜 생략할 건지?

클리어폼(정확한 사각, 삼각, 원형은 어떤 의미로 쓸 건 지?

컬러(컬러 사용규정 = 각 컬러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

패턴(패턴 사용규정 = 각 패턴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




05. Adjusting

이 재료들을 이리저리 바꾸고 만져서 의미를 강하게 만들어줍니다. 


컬러 : 몇 가지의 컬러에 규칙을 부여하고 사용합니다.

포지션 : 상하좌우의 위치에 따라 형태는 다른의미를 지닙니다.

방향성 :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랫쪽,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는 규칙과 의미

무브먼트 : 회전, 접힘, 튕김, 오르막, 내리막 등 다양한 움직임에 대한 의미부여

선굵기 : 굵을 수록 깊은 연관성, 폐쇄성, 집합성이 강해짐

선스타일 : 파선, 이중선 등 구분과 연결을 결정

투명도 : 정보의 중요도 구분

크기 : 정보의 위계를 구분

배열 : 행, 열, 매트릭스, 집합별 배열 등 정보묶음

거리 : 속도와 시간 또는 연관성을 표현


중요한 정보끼린 굵은 선으로 묶고, 어설픈 연관성은 파선으로 연결합니다. 강조해야 할 데이터는 색을 칠하거나 굵게 표시해줍니다. 관계가 깊은 수치는 가까이 두고, 결론에 해당하는 데이터는 '크게' 표현합니다. 

이런 식으로 일단 데이터와 데이터끼리의 연결관계를 표현해주세요. 이 때 2개의 데이터씩 묶어서 생각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고객유입수'와 '전환율'을 생각해볼게요.


 이 두 개의 데이터는 어떤 관계에 있어요? 우선 유입을 두 개로 쪼개야겠죠. 이탈과 전환. 이것을 비율로 나타낸 게 전환율이잖아요. 상위개념이 유입수예요. 이 아이가 위에 있어야죠. 그리고 아래에 전환율을 %로 표시합니다. 또는 전환과 이탈을 각각 적어주고 '결론 = 전환율 2.4%' 이라고 써줘요. 


여기서 결론이 중요하다고했죠? 그러니 이 부분은 컬러를 칠하거나, 굵게 하거나, 크기를 키워야해요. 어떻게 할 지는 앞단계 elements 에서 규정했으니 그대로 해줍니다.




06. Operating


Adjusting 이 작은 데이터 요소의 관계를 표현하는 거라면 이제 그것들을 한 데 모아 화면 위에 배치해봐요.


대조 : 5:5로 분할된 레이아웃을 활용, 컬러, 명암대비 등을 활용.

연결 : 주로 위아래, 좌우의 데이터를 직선이나 곡선으로 연결

그룹화 : 중앙이나 좌우측에 벤다이어그램이나 근접성, 배열등을 활용해 정보를 배열

서사 : 가가로나 세로에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을 활용, 프로세스를 표현

매핑 : 좌우측에 데이터를 다영하고 연관성 있는 자료끼리 대응

서클링 : 주로 중앙에 원형/동심원, 확대, 확산, 수렴, 순환, 안정적 배치를 표현

위계 : 위아래의 정보배치를 통한 위계 표현

함수관계 : 적당한 위치에 xy축 매트릭스, 대응관계, 규칙적 상승, 하락 관계를 표현






End. Making


자 이렇게 화면이 구성되었어요. 아까 제일 위에 예시로 들었던 문장 기억나시죠? 이걸 만들어볼게요.

우리 회사는 딱 굳건한 어떤 가치가 있어요. 그 가치가 모든 사업에 널리 퍼져있죠. 기준같은 거라고. 전략 담당하는 팀하고 국내 운영, 글로벌 지사들이 있어요. 여기서 지금 글로벌 지사가 제일 중요한 데 뭐 각 부서마다 팀이 좀 복잡하게 운영돼요. 메인팀이 전략을 만들고 움직이고, 그러니까 탑다운 같은 거지. 그리고 실행하는 운영팀이 있고,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TF팀이 있어요. 이건 내부 인원 중에서 선발되거나 배속오는 거라 사실 넣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또 각 팀이 뭔가 비중이 비슷비슷해요. 어느 팀이 더 중요하다 이런 개념은 아니라서 이 부분이 참 어려워요. 전략팀이 베이스를 만들긴 하는 데 이건 내부적인 것들이라서 대외적으로 내보일 땐 좀 뒷단에 놓으려고 하고 있어요. 하아.. 이걸 그림 하나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이런 긴 문장을 들을 때 중요한 건 녹음하거나 받아적어야 한단 거에요. 다 듣고나서 중요한 단어를 뽑아야 하거든요. 메모나 녹음했던 내용을 꺼내서 핵심이 되는 요소를 찾고 그걸 도형으로 먼저 생각해봐요.


굳건한 가치 = 구심점

널리 퍼져있죠 = 원형

전략, 국내, 글로벌 = 동심원3개

메인팀, 운영팀, TF팀은 비중이 비슷 = 같은 크기 네모

전략팀이 뒷단 = 제일 하단 또는 왼쪽

글로벌이 중요 = 제일 상단 또는 오른쪽



구심점있죠? 원형 만들었죠? 그리고 전략, 국내, 글로벌 이렇게 3개의 부서를 동심원으로 표현해요.

그래야 '굳건한 가치'를 표현하기에 좋겠죠? 땅땅한 구심점 느낌이 드니까요. 자 이제 팀을 한 번 표현해볼게요.

응 전략있고, 국내있고, 글로벌있고 각각 3개팀으로 쪼개진대요. 중요한 애는 찐한 선, 덜 중요한 애는 연한 선, 일시적인 애는 점선 또는 투명도를 줄게요. 하는 일은 다르지만, 비중이나 마음적으론 차별이 없다고 했으니 크기나 컬러는 모두 같게 갈게요. '소고기부위와 도형의 크기는 곧 마음씀씀이'를 나타내니까요.



이제 하나하나 연결을 해야해요. 코어는 굳건한 가치니까 그냥 냅두고, 전략부서, 국내부서, 글로벌부서와 아까 동심원을 연결해줘요. 왜냐? '코어+큰 부서' 가 더 상위개념이고, 팀구성은 하위개념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구성했어요. 선으로 연결해요. 바로 이것에 대한 설명이니까 긴밀하죠? 그래서 실선을 써주었어요.

저렇게 냅두니까 가로형태 장표에 넣기가 불편해서 가로로 바꾸었어요. 위에서 규정한대로 규칙을 적용해줬어요. 컬러와 포인트, 선 굵기 등등... 이렇걸 규칙에 맞게 넣어줘요. TF팀은 점선대신 투명도를 줄이기로 했어요. 


끄읏.





다이어그램 만들 때 제일 중요한 건 메모예요. 누군가가 말로 설명한 걸 녹음해놨다가 그걸 다시 적어봐야 해요. 다이어그램은 장황하지 않아요. 딱 한 마디만을 전달하려고 하는 거에요. 우린 짱입니다. 우린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우리 잘하죠? 우리꺼 좋아요. 결국 이 메시지이기 때문에 그 근거들을 정확하고 일관되게 배치/연결시켜주는 게 핵심이에요. 


보통 각각의 도형들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 지 머릿속으로 자꾸 도식화 연습을 해봐야 해요. 


삼각형은 경고, 모난돌, 안정감, 삼위일체, 집단의 시작 등을 의미하죠. 

원은 완전무결함, 확산, 수렴, 유동성, 일정함을 상징해요. 

두꺼운 선은 강한 연결과 직속, 콜라보레이션, 동등한 느낌을 줘요.


도형이 나타내는 의미를 자주자주 떠올려야 다이어그램 능력자가 될 수 있답니당 :) 끗.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소개서의 컨셉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