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조차도 광고의 욕심이 있습니다. 잘 팔렸으면 좋겠지만. 한편으론...
음. 지금 제가 쓰는 이 글은 굉장히 술에 취해서 쓰는 글이고. 새벽 1시13분이 지나고 있는 지금인만큼.. 뭐랄까. 어떤 컨텐츠의 공식이란 게 있다면 그런걸 모두 무시한 글을 쓰고 싶어요. 전 왜 글을 쓰는 걸까요. 콘텐츠에 대한 책을 썼습니다. 무슨 책인지는 말하지 않겠어요. 말하면 되게 광고같거든요. 그래요 사실 잘 팔렸으면 좋겠어요. 막 유명해지고 싶고,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어서 대박치고 저도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스타작가 소리도 듣고싶어요. 못해서 못하는거지..안하는 거겠습니까. 근데 참으로... 사람이 간사합니다. 아수운 소리는 못하겠고 잘 팔렸으면 좋겠고..참.. 이중적이죠.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는 소리 아니겠어요?....
'콘텐츠를 쓴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저는 사실 콘텐츠를 쓰는게 아니에요. 저는 돈 벌기위해서 클라이언트에 맘에 드는 글을 쓰려고 해요. 특히 요즘은 더 그래요. 이제 먹여 살릴 사람들이 생긴 만큼 그냥 장난처럼 글을 에헤헤헤헤 적을 수 없더라구요. 이게 얼마나 저를 미치게 하는 줄 아세요? 여러분도 그러겠죠? 이게 성과가 나와야 인정받고, 부담감이 두 어깨에 가득하고, 내 미래가 걸려있는 것들이니 가볍게 쓸 수 없는 거. 그런 느낌이잖아요.
근데 제가 책에 뭐라 써놨냐면요. 막 이렇게 해서 터졌다..저렇게 하는 공식이 있다.. 이렇게 써야 사람들이 좋아한다. 이렇게 써놓은 거에요. 이게 말이 돼요? 사실 그런 공식 저는 잘 몰라요. 써놓고 보니 터졌고..그걸 뒤늦게 이래저래 분석해보고 모은 얘기들이 이 책이거든요.
콘텐츠에 이런저런 공식이 있다구? ........ 솔직히 저보다 더 잘 터뜨린 능력자들이 쌔고 쏀데.. 무슨 진짜............. 전 좀 오늘 그래요.
돌이켜보면 4년전 그 날 그냥 운좋게 한 번 맞물린 기회를 잡은 거고. 그걸로 제가 받은 운빨은 제 삼시세끼 앞가름하는 것 까지였어요. 불과 그 전까지만 해도.. 매우.. 힘든 하루하루였거든요.
불과 딱. 그 글이 터진 전날과 다음 날로 나뉜 것 뿐이죠. 뭐 써왔으니 그것도 맞물린거다라고 위로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제가 글은 이렇게 쓰세요, 저렇게 쓰세요 라고 말할 깜냥이 되냐라고 생각해보면.. 대답을 못하겠어요.
근데 제가 뭐 터지는 콘텐츠 어쩌고 하는 책을 썼네요. 전 오늘도 고민해요. 지금 써놓고 발행못한 글만 47개가 넘거든요. 올렸다 지운 글은 셀 수도 없구요. 오늘도 카카오톡에 6개 정도 아이디어를 적어놨어요. 근데 못 쓰겠어요. 터뜨리고 싶고, 넵병을 넘고 싶고, 막 조회수 몇 십만 나왔으면 좋겠고. 욕심을 못 버리겠더라구요. 그래놓고 괜히 잘하는 사람들만 보면서 비교를 해요. 아 난 왜 저렇게 못할까. 진짜 잘쓴다.
저희 회사는 광고를 한 번도 안 돌렸거든요. 네이버나 구글 광고 하나도 없이. 순수하게 제 브런치에 쓴 글로만 매출을 내고 있어요. 별도로 영업도 안했고. 이건 자랑이에요. 저희 되게 잘한거에요. 디자인 회사가 SNS글로 매출은 낸다는 건 신박한 일이거든요. 여기에 대해선 자부심이 있어요. 내 손 끝으로만 5년 내내 회사 먹여살리고, 직원들 월급주고 사무실까지 구했다. 내 앞가림 다하고 결혼했다. 전 자랑하고 싶어요.
근데 이젠 뭘 써야 할 지 조차 모르겠어요. 완전히 길을 잃은 느낌이랄까요. 앞으로도 계속 회사 이야기 써야하나..아니면 넵병이나 판교사투리처럼 어그로 끌만한 일반적인 소재를 써야 하나..뭘 써야 하나.
근데 이쯤에서 궁금하죠.
아니.. 그렇게 고민되면 안쓰면 되는데 뭘 그렇게 기를 쓰고 쓰려고 하나? 네에 맞아요 이유는 단순해요. 잘한단 소리 듣고 싶거든요.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글로 쓰면 좋아요도 눌리고 댓글도 달리고... 운좋으면 여기저기 알려져서 강의해달라 인터뷰해달라... 뭐 그런 걸 즐기고 싶거든요. 돈도 더 많았음 좋겠어. 더 유명해져서 더 많은 일이 들어왔으면 좋겠거든요... 음 좀 더 TMI를 하자면 다시 예전의 가난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거든. 내가 글을 멈추면 다시 그 때로 돌아갈 거 같거든. 쓰고 보니 되게 구차하다...
더불어..회사 일도 더 많이+좋은 프로젝트가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궁극적으로 내가 유명해져서 주도권을 갖고 싶은 것도 있어요. 요즘 이래저래...여러 곳에서 시달리는 게 너무 힘들기도 하고. 이런 여러 상황이 만든 욕망이겠죠.
근데 고민입니다. 글이고 뭐고 그런게 하지말고 그냥 광고 돌릴까. 싶기도 하고..................
책이 나왔으니 이런저런 북토크나 강연이 줄줄이 잡혔습니다. 아시다시피 이건 거의 관례에요. 출판사에서 잡은 것도 있고..그냥 지인 대표님이라 어찌어찌 부탁해서 만든 것도 있고.. 이런 강의가 다음 주에 몰려있는데. 구글 캘린더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금 나도..한 줄 한 줄 쓰기가 죽겠는데...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까. 마치 존나 성공한 콘텐츠의 달인처럼 법문이라도 설파해야 하는걸까.. 아니면 비슷한 책 어드메에 널리고 널린 그런 공식들을 읊어야 하는걸까...
제가 콘텐츠 만드는 분들에게 조언이랍시고 하는 얘기가 '터지는 건 당신의 본질이 아니다. 우리의 임무는 자산을 꾸준히 만들고 모으는 것이다.' 라는 거에요.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란 얘기죠. 근데... 저는 그럴까요? 저 그렇게 못해요. 저 지금 넵병 터진지 3년 지났어요. 판교사투리? 2년 지났고. 우려먹을 대로 우려서 사골이 다 됐다구. 그래서 3년 내내 난 뭘 더 터뜨렸는데?...꾸준한 거 중요한데..... 사람 맘이 그렇지 않아요.
전 괴리감이 듭니다. 말은 그렇게 하는데 정작 난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보며... 매일 맥주와 고민으로 취해 잠들지만 정작 뭔가 대단한 노하우가 있는 듯한 척하는 것도 잘 모르겠어요. 사실 답은 단순하죠.
싫으면 하지 말고
할 거면 그냥 잔말말고 하자.
인생이 짜증나는 이유는 해답이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에요. 지금 이렇게 취기와 고민이 뒤엉켜 끈적거리는 새벽에도 그런 짜증이 섞여있죠. 어차피 여기에 이렇게 푸념을 한다고 스케쥴을 다 취소할거야? 어차피 할 거잖아. 맞아..난 어차피 또 가서 뭔가 얘기를 하겠지. 그리고 글도 계속 쓰겠지.
근데 무서운 건 뭔 줄 아세요?... 거기 모일 수많은 분들이. 지금 저같은 비슷한 무게의..또는 더 무거운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떻하나. 하는 거에요. 단순하게는 그 분들께 뭔가 제대로 된 걸 드릴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한 편으론 나의 얕은 내공이 간파당할까봐 두렵기도 하고...마지막으론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나의 오만이란 걸 알기에 더 혼란스럽죠..
망할 놈의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