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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pr 30. 2021

투자제안서를 만들 때 꼮꼮꼮꼮 챙겨야 할 7가지 기본기

이걸 놓치면 그냥 소개서가 되어버려요.

저희 회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IR 제작비율이 꽤나 높습니다. 투자사에서 통째로 포폴 전체를 들고오시는 경우도 있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일단 IR은 돈이 걸린 중요한 자료인만큼 디자인이나 글에도 하나하나 신경쓸 곳이 많거든요. 일단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초안을 받아보면 종종 두 가지 지점에서 물음표가 생깁니다. 하나는 이게 소개서인지, 투자제안서인지 좀 헷갈리는 스토리라인. 두번째는 뭔가 아다리가 안맞는 수치들입니다. 물론 IR이란 게 워낙 이런저런 요소들을 많이 고려하기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 이야기를 해야 하니 더욱 그렇겠죠. 대표님 혼자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도 하구요.


투자사, 심사역, 투자자, 투자기관에 따라 하나하나 투자란 것은 모두 다른 스토리를 지닙니다. 어떤 투자자에겐 너무 매력적인 회사일거고, 어떤 투자자에겐 위험한 회사처럼 보이기도 하겠죠. 정말 들쑥날쑥한게 이 투자라는 것이다보니 어떻게 하나로 퉁쳐서 얘기하긴 참 어렵다는 걸 알아요. 그렇다고 "어차피 올오브 케바케 사바사에요." 라고 말할 순 없잖아요. 케이스는 제각각이지만 IR에 들어가야 할 내용들은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템플릿만 다운받아 쓰거나, 옆 동네 IR가져와서 우리 수치만 넣는 게 아닌, '우리만의 논리' 를 잘 만들어야 겠죠.

진짜 이것만 잘 잡아도 쫀쫀한 IR이 될 수 있을텐데!!... 라고 생각했던 부분 7가지를 좀 정리해봤어요.




1. 용어를 좀 통일해주세요.


진짜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걸 직접 만들거나 읽는 입장에서 제일 혼란스러운  이거에요. 보통 후반부에 수익모델, 비즈니스모델, 매출계획표, 매출추이, 마일스톤, 달성전략 등이 쭈루룩 나올 거에요. 근데 여기에 쓰인 용어가 다 다른거야. 이를테면 수익모델에서


1. 유저데이터 확보

2. 플랫폼 확장

3. 제휴브랜드와 D2C판매 진행


이렇게 나왔다고 생각해볼게요. 근데 뒤에 비즈니스 모델 막 매출계획표에는 갑자기 플랫폼을 마켓플레이스 라고 하고 ... 앞에선  D2C라고 했다가 뒷장에선 직거래라고 했다가... 앞에선 말하지도 않은 콘텐츠 비즈니스가 갑자기 튀어나오고..


막 이런 경우가 있어요. 용어는 하나로 통일해주세요. 이게 잘 안되는 이유는 내가 정확히 뭘 하고 싶은 지 모르거나, 특정 단어에 집착하기 때문이에요. 우린 기술기업인데!! 우린 플랫폼기업인데!! 라는 일종의 카테고리적 자존심에서 기인하죠.

'D2C를 해야할 것 같은데 그러자니 콘텐츠를 베이스로 홍보를 해야겠고... 그럴려면 앱을 만들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물건을 판매하니 커머스 같기도 하고...'

이런 의식의 흐름이랄까요.


앞 장 수익모델에서 써운 단어를 뒷 장 마일스톤에서도 정확히 써줘야 해요. 뜬금없는 단어가 튀어나오거나 있던 단어가 사라지면 안돼요.



2. 떡밥은 다 회수하기.


페인포인트가 3개 나왔으면 각각을 어떻게 해결할 거고, 해결한 게 어떻게 수익으로 만들어 지는 지 말해줘야 해요. 유연한 연결이 중요하죠. 


페인포인트는 대부분 앞단에 등장해요. 수익모델이나 마일스톤 뒷 부분에 등장합니다. 떡밥회수는 앞에서부터 뒤까지 쭉 연결되는 IR의 척추를 만들어주는 작업같아요. 뿌렸으면 거둔다. 이 점이 중요하죠. 만약 앞에서 페인포인트를 '비싼 가격, 낮은 품질, 어려운 접근성' 뭐 이렇게 했는데 접근성이 갑자기 사라진거야. 어디갔어! 이러면 뭔가 얘기를 하다만 느낌이 들거든요.


제 경험상...특히 이게 언제 자주 발생하냐면 '기술설명'할 때 자주 날라가거든요? 가격과 품질은 우리의 놀라운 무슨 기술로 해결했단 말이야. 근데 기술설명을 하염없이 하다보면 시간도 부족하고...앞에서 한 얘기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갑자기 투자제안서가 아니라 테크세미나 자료처럼 변하는 거에요. 1번과 비슷한 얘기인데, 1번이 단어의 문제라면 이건 맥락의 문제에요. 우리가 뭘 해결하고 어떻게 돈을 버는 지 잊으면 안돼요. 그리고 앞 장에 내가 무슨 얘길 했는 지도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해요.



3. BEP말고 마일스톤


투자제안서의 핵심은 마일스톤이에요. 이상하게 자꾸 BEP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그건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거고, 투자자에겐 그것보다 마일스톤 달성으로 인한 기업가치 상승이 훨씬 중요해요. 생각해보세요. 투자자님이 씨드 투자했어요. 그럼 지분을 갖겠죠. 이게 다운 라운딩이 되면 되겠어요? 그럼 손해잖아요. 결국 자신이 투자한 돈으로 첫 마일스톤 달성해서 다음 라운드에 높은 기업가치를 받길 바랄거에요. 그럴려면 뭐해야겠어요. 여러분이 마일스톤을 달성해야겠죠. 그래야 후속투자를 진행하면서 투자자 본인 지분을 늘려나가던가 아니면 다음 시리즈 투자자에게 리딩을 맡기던가 할 거에요.


물론 회사 입장에서야 당연히 영업이익 내고 잉여이익도 많아지고 그러고 싶죠. 그래서 빨리 마이너스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그래프를 끌어올리고 싶어해요. 근데 원래 투자란 건 J커브의 아랫부분.(-y축) 즉 필요현금의 마이너스분 만큼을 받는 거잖아요. 최종라운드가 끝나야 플러스로 나아가는 거에요. 지금은 BEP에 집착하지말고.... 정확하게 달성할 수 있는 마일스톤을 정확하게 잡아주고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지를 고민해야 해요.



4. 왜 단계별 투자를 해야하는 지 증명해야 해요.


그것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게 이거에요. 씨드나 pre-A에 느닷없이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어요. 기업도 이걸 원치 않을거구요. 물론 리스크가 큰 초기기업이 투자자에겐 매력적이긴 할 거에요. 계약조건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고 지분도 많이 가져가겠죠. 하지만 여러분 입장에선 망설여지겠죠. 물론 돈이 궁하긴 하지만..대뜸 50% 지분을 덥석 내놓는 건 좀 위험할 거에요.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도 그렇게 큰 금액을 냅다 투자했다가 나가리나면 뭐.. 조커마냥 돈에 불지르는 거지 이건. 그래서 펀딩을 나눠서 진행하겠죠. 5억 필요하다 하면 2억, 3억 쪼개서 주거나 신디케이트를 구성할 거에요. 2억 주고 마일스톤 달성 후 3억을 주거나. 그러면서 투자자는 지분희석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요. 근데 사실 생각해보세요. 우린 5억 필요한데 첨에 2억만 받는 거잖아요.


그럼 우린 부족한 돈 가지고 어떻게 첫 마일스톤을 달성할 수 있을 지 고민해봐야 해요. 그리고 2억 가지고 할 수 있는 액션들을 다 구성한 뒤 3억이 필요한 이유를 만들어야 하죠. 3억을 받았을 때 그 다음 마일스톤을 만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만들어주는 거에요.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가 기가 맥힌 타이밍에 끊고 예고편 보여주듯 후속투자를 계속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마일스톤과 함께 설명되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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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이 지점이 많이 허전하더라구요. 기업 입장에선 빨리 목표로 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완성해서 내놓고 싶을 거에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죠.

우린 전국적으로 서비스할 거고 온라인기반 콘텐츠로 유입만들어낼 거니까 MAU 10만 금방 할 수 있져!! 그러니 앱 만들게 투자해주세요!!

다만 약간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면 위험해요. 당연히 앱서비스니까 전국, 전세계에 퍼질거고 모든 서비스엔 다 콘텐츠가 들어가요. 저 설명은 그냥 '앱을 만들면 알아서 10만이 생길거야' 라는 뉘앙스거든요.  투자 한 번에 완벽한 앱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죠. 라운드별로 앱도 디벨롭 되어야 하고, 기능과 카테고리를 서서히 늘려나가는 거에요. 그럴려면 첫 서비스는 니치하고 명확해야 겠죠. 서비스가 니치하다는 건 그걸 필요로하는 타겟에 직접 접근하기 쉬워진다는 얘기와 같아요. 눈에 명확하게 보이니까요. 그럼 발로 뛰어서 그 그룹에게 직접 영업을 뛰고 실사용 시나리오를 점검하면서 우리 사업성을 검증해야만 해요. 그리고 다음엔 어떤 것을 추가해서 확장시키거나 고도화 시킬 지를 그려줘야 합니다. 뭔가 시드 받았으니 이제 해결됐다!! 는 생각이 아니라... 전체 라운드를 하나의 스토리처럼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달까요. (물론 현실은 엉망진창이고 예측불가능하더라도...IR에서만큼은)



5. 탐삼솜 만들 때는 생각의 늪을 조심하세요.


생각의 늪에 빠져버릴 수 있음.


탐삼솜으로 시장을 규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 물론 시장이 아주 분명한 경우엔 탐삼솜이 먹힐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달러셰이브클럽같이 사용자와 페인포인트가 너무 명확한 상태라면 탐삼솜이 말이 돼죠. 근데 요즘 많은 기업이 데이터 비즈니스를 꿈꾸고 있어요.

콘텐츠 쌓아서 유저 모으고 유저데이터를 AI로 어쩌고 해서 개인화시킨다음 그걸로 알고리즘 만들어서 플랫폼화 시키고 방대해진 데이터로 광고붙이고 다른 비즈니스 붙인다.


거의 이런 그림이죠. 좋아요. 데이터 비즈니스는 복불복 모델이니 투자자입장에선 해 볼만 할 거에요. 문제는 이런 경우 탐삼솜이 말이 되는 경우가 있고 안되는 경우가 있다는 거에요. 이 마켓 부분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해요. 보세요.


비즈니스 : 반려동물 정기건강검진 서비스(겁나 저렴하게)

탐 : 반려동물을 키우는 올해 기준 인구수

삼 : 반려동물을 위해 1년에 10만원 이상 병원비로 지출하는 사람 통계

솜 : 이 중 병원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 통계


이 정도는 얼추 말이 되는 것 같죠? 근데 가만보면 좀 묘한 지점이 있어요. 정기건강검진이 병원비 지출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인과성이 있어야 해요. 병원비 많이 들어서 부담되는 건 이해가 돼요. 그럼 우리 서비스가 그 병원비를 줄여줘야 하는 거잖아요? 건강검진은 병원비를 줄여줄 수 있을까요? 대충 생각해보면 맞아요. 검진 받으면 미연에 질병이나 질환을 파악할 수 있고...그럼 심해지기 전에 대처할 수 있지 않겠냐. 맞습니다. 연골이 안좋다던가, 비만이라서 다이어트를 좀 해야한다거나..등 사전검진을 통해 큰 병원비를 줄일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어요.


다만 그것 이외에도 병원비를 구성하는 건 매우 다양해요. 예방접종도 맞춰야 하고, 심장사상충 약도 맥여야 하고...뭐 갑자기 놀다가 다칠 수도 있어요. 무작정 1년에 10만원 이상 지출해서 부담된다고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거다라는 논리는 허점이 많은거죠. 이런 대전제가 공격당하면 그 아래의 논리는 모두 허상이 되어버려요. 대전제를 지켜야 해요. 방법이나 수단에 대해서 공격당할 순 있겠지만 사업의 본질과 타겟에 대한 부분부터 비논리적이면 뒷이야기를 풀어가기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



비즈니스 : AI로 쉬운 악보 자동편곡 서비스

탐 : 악기를 취미로 하고 있는 사람들

삼 : 그 중 악보앱이나 악보를 쓰고 있는 사람들

솜 : 악기에 능숙하지 않은 1년 미만의 연주자들


뭔가 이것도 말이 되는 듯 한데 자세히 보면 이상해요. 일단 악기에 능숙하지 않은 것과 쉬운 악보를 보고싶어하는 것은 좀 별개의 문제에요. 그리고 삼과 솜도 뭔가 갑자기 훅 건너뛴 느낌이 있잖아요.

들숨과 날숨.



이게 탐삼솜의 가장 큰 문제는... 탐삼솜 자체를 투자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이처럼 '논리적인 오류'가 생기기 딱 좋기 때문이거든요. 비즈니스는 때론 없는 시장을 공략해야 할 때도 있고, 굳이 니즈가 없어도 있는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이런 데이터 비즈니스에서 가장 직관적인 것은 "유저수 x 유저당 최대지불가능금액" 으로 역계산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목표 총매출을 잡고 유저의 지불액으로 나눈 ARPU를 만들수도 있겠네요. 마켓을 자꾸 만들려고 없는 수치를 억지로 우겨넣기보단 차라리 유저를 어떻게 모을 지 고착성을 어떻게 높일 지에 대한 전략을 좀 더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6. 1년반이 중요해요.


IR엔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3개년 계획을 세워요. 좀 더 가는 곳은 5년까지 세우죠. 보통 5~7년이 투자사이클이 끝나는 시점이니 그건 이해가 갑니다. 보통 7년정도를 잡는 건 엑싯까지 총투자라운드 스텝을 만들어줄 때에요. 근데 3개년은... 뭐랄까. 그냥 3이 좋아서 만든 느낌이 좀 있어.


투자자마다 모두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초기투자기업은 첫 마일스톤이 1~2년 안에 결정이 날 거에요. 그 안에 빨리 달성해서 밸류업해야죠. 그럴려면 1년반~2년 사이의 플랜이 겁나겁나 중요하단 말이죠. 5~10분 정도되는 피칭에서 세부계획을 다 말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대략적인 그림은 그리고 있어야 QnA나 실제 투자가 진행될 때 투자자를 납득시킬 수 있을 거에요. 근데 정말 뭐랄까.. 아주 많은 곳들이 단기계획을 놓치고 있었어요. 특히 사내벤처의 경우엔 당장 스핀오프해서 시장에 뛰어들어 뭐부터 해야할 지 모르는 경우들도 많았구요. 아직 첫 삽도 안떴는데 글로벌 진출계획부터 세우는 건 굉장히 솜사탕같아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로컬베이스로 거점기반 검증을 하던가, 타겟그룹을 잡아서 프로토타입을 돌려보던가.... MVP빨리 만들어서 슈류류 시장반응도 확인하고.. 이런 작업이 좀 더 치밀하게 구성되면 좋을 것 같아요. 단순히 3년 뒤에 우리 잘 벌고 있을거에요..라는 건 너무 띄엄띄엄 얘기하는 기분이 들어요. 단기 마일스톤을 정확하고 현실적으로 구축하고 각 분기별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건지, 비용은 얼마가 들거고, 매출은 어떻게 발생하는 지.... 표로 챡챡 정리해보면 좋겠단 생각이에요.

머리가 바빠야 하는.



종종 우리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너무 애정이 넘치다보면...


이런 건 해외에서도 통할테니 글로벌 진출할 수 있을 듯?

누구나 다 좋아할만한 거니까 당연히 MAU 50만 기본이지.

요즘 누가 발로 뛰어, 이건 인스타그래머블한 상품이니까 인스타 광고돌려야지

이 기술은 진짜 대박이니까 마트가면 대부분 제휴해 줄거야.

와!! 서비스 나오기도 전에 다들 구매의사가 있다고 했으니 맘놓고 내도 되겠다!


뭐 이런 생각들에 빠져요.

일단 우리 서비스나 제품은 진짜 좋으니까 나오기만 하면 얼추 내 페친들은 다 사줄거고 당연히 아이가진 부모들이라면 우리 서비스를 이용 안할 수 없을거고... 초반은 일단 됐고. 그 다음을 생각해보자!

라는 거죠. 왜?!!!!!!! 왜 초반은 일단 됐지???????

초반은 왜 된거냐구!


일단 된 건 없어요. 초반이야말로 더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죠. 투자자들은 여러분이 마일스톤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얼마의 시간과 돈이 필요할 지를 궁금해 할 거 에요. 모든 판은 나가리가 날 수 있으니까요. 항상 플랜B가 있어야 하죠. 그리고 그럴 수 있다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 IR장표에 다 담진 않더라도 말이죠.




7. 누구에게 어떻게 어필할 지 정해놓고 투자제안서를 만드세요.


이건 정말... 뭐랄까. 늘상 제가 물어봐요.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받고싶냐. 근데 늘 돌아오는 대답은 '범용'으로 쓰고 싶다거나, '만들어놓고 시작' 해보려고 한다. 였어요. 오 맙소사. 투자사의 펀드규모에 따라 투자플랜도 달라져요. 돈 왕창 있는 곳에선 자잘자잘한 포폴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거에요. 그리고 금액이 적은 펀드라면 후속투자 금액도 크게 증액되기 힘들거구요. 투자를 리딩하는 투자자도 추후 확 바뀔 수 있어요. 전략적 투자냐 포폴형 투자냐..뭐 이런 것의 차이도 있을 거구요.


물론 알아요. 내가 저기서 투자받고 싶다고 해서 저기서 받겠어요? 그건 아니에요. 맘 같지 않죠 투자란게. 또 기회란 늘 의외의 지점에서 다가오기도 하고. 그럼에도,


우리가 투자를 받을 때 시리즈가 다 끝난 후 최대 몇 %의 지분을 확보하고 싶은 지,

우리 밸류에이션을 얼마로 책정하고 필요현금을 구성할 지,

시리즈별 희망투자금액과 기업밸류는 얼마일 지 정도는 대략 예상은 하고 있어야 해요.


롱텀플랜이 있어야 현재 우리 위치를 정확히 볼 수 있을 거에요. 펀드규모가 크고 주로 해외진출을 선호하는 VC에게 갈 지. 기술기반 스타트업을 선호하지만 소규모 펀드에게 갈 지. 아니면 지분규모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받을 지 등... 우리 IR이 화살이라면 어디가서 꽂혀야 할 지를 생각해놓으면 좋을거에요. 따라서 투자준비할 때 마다 IR은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국룰이죠.




원래 IR은 제안서라기 보단 '주주와의 신뢰관계' 를 위한 기업공개 자료의 의미가 강해요. 기업 가치는 매출뿐 아니라 주주들과의 신뢰가 구축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 IR의 의미죠. 그래서 주주들에게 솔직하게 우리 기업의 현재 상태와 플랜을 보여주는 형태를 갖습니다. 주로 IPO를 했거나, 할려는 기업에선 이런 느낌의 IR을 만들죠.

 초기기업이나 최근 스타트업에서 진행하는 IR은 우리의 가치를 인정받고 투자자와의 전략적인 동반자관계를 갖기 위한 제안의 성격이 찐해요. 좀 더 속도가 빠르고, 직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더러 있고, 높은 수익율과 하이리스크가 동반된 역동적인 경험일 거에요.


여기서 중요한 건 IR의 청자를 잊어선 안된단 점입니다. 우린 투자자에게 우리 사업의 당위성과 가능성에 대해 어필해야 해요. 단순히 소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투자자와 우리가 어떻게 서로 전략적인 성과를 가져갈 수 있을 지를 입증해야 하거든요. 투자자님도 많이 드시고오..우리도 돈 벌어서 부자되고.


그럴려면 IR에 우리 입장만 잔뜩 써놓으면 안돼요. 물론 모든 판단은 투자자가 하겠지만, 좀 더 배려가 있고 명확한 메시지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뭐 투자자들의 세계를 굳이 파고들고 이해할 필욘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보단 우리들이 하고 있는 사업을 좀 더 명쾌하게 세분화시키고 분명한 마일스톤들을 설치하는 작업이 필요하겠죠. 마냥 2,3년 뒤 전체시장 5% 먹어야짐!!~~ 이런 느낌이 아니라... 좀 그림이 분명히 그려지는 계획들을 만든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IR은 회사소개서가 아니에요. 그러니 내 머릿속에 돌아가는 행복회로를 잠시 끄고, 우리 회사에서 쏟아져 나가는 버닝레이트부터 먼저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냉정하게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희망적인 미래에도 힘이 실려요. 비로소 발이 땅에 닿아있는 IR이 만들어지겠죠.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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