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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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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ug 20. 2021

일을 잘하라고 했지,무례해도 된단 얘긴 안했는데.

무례함을 능력이라 착각하는 사람들

사실 일을 잘해서 무례한건지, 무례해서 일을 잘하는 건지 선후관계를 파악하긴 어렵습니다. 그 둘의 상관관계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개인의 특성인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지요. 보통 이런 건 코넬대나 콜롬비아 대학에서 많이 연구하던데 한 번 찾아보고 싶긴 하네요.



확실히 무례하면 일하기 편합니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죠. 구구절절 말이 길어질 필요가 없으니 직관적이고 명쾌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 자를 때도 '넌 지독히도 일을 못해. 난 당신이 싫어.' 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죠.(잡스마냥.)



그래서 무례한 사람이 틀렸다,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썅마이웨이를 소유한 사람들이 바꿔온 세상을 인정해야 하죠.



사실 무레한 사람들은 이 글을 읽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생산적으로' 미팅했는데 왜? 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 글은 툭툭 내던지는 상대의 말에 상처받고 온 여러분들이 더 많이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무례한 일잘러는

5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1. 일을 못하는데 잘하는 줄 알고 무례한 경우

2. 악마는 프라다에 심취해서 무례코스프레하는 경우

3. 진짜 성과덕후인 경우

4. 소시오패스

5. 의도치 않게 무례를 범하게 된 경우



1번은 좋지 않은 케이스입니다. 어디에선가 나쁜 걸 보고 배운 듯 한데, 일을 잘하는 게 '기선제압' 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중이죠. 보통 이런 경우는 쉽게 눈에 보입니다. 철없던 시절 제가 딱 그랬어요. 어린 나이에 영업뛰려면 뭔가 쎄보여야 할 것 같고, 지지말아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실제로는 엄청 쫄아있는데 안그런 척 하려다보니 뭔가 부자연스럽게 재수없는 컨셉이 되더라구요. 후우... 돌이켜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2번은 일은 잘하는 데 뭔가 안좋은 경험이 쌓였거나,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경우일 수 있겠습니다. 호구모드에서 너무 많이 털려서 흑화됐을 수도 있고, 사실은 속이 여린 겉바속촉 부류일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당해봤던 경험이 있다면 이들의 무례함은 더욱 치명적입니다. 사연을 듣고보면 뭔가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죠...



3번은 리얼 성향입니다. 어릴 적부터 내가 원하는 건 반드시 이루어야 직성이 풀리는 강렬한 승부욕을 보였을 수 있죠. 또는 일할 땐 아주 싸가지가 없는데, 평상시엔 세상 소탈한 소심쟁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아를 적당히 분리시키는 거죠. 자신만의 논리가 뚜렷해요. 그리고 듣다보면 말이 되기도 한다?

'아니 나도 시간 애끼고, 당신 시간도 애껴줬으니 된 거 아냐? 인사가 뭐 그리 중요해? 시간이 금인 사람들끼리?'

사실 맞는 말이잖아요. 팩트만 놓고보면 미팅까지도 필요 없었겠죠. 불필요한 군더더기나 인사치레를 극혐하는 분들이 극단적으로 변한 느낌이랄까... 대화하다보면 묘하게 납득이 되기도 합니다.




4번은 본인이 무례한 걸 알지만, 그게 뭐? 라고 생각합니다. 무례했다가 안무례했다가 해요. 자기 필요할 땐 연락도 하고 밥도 먹자하고 친한 척도 하는데 목적을 달성하면 깜깜무소식이죠. 상대가 자길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대 입장에선 진짜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지? 눈치가 없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소시오패스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그걸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냥 필요하니 연락하는 거고, 알았으니 된 건데 뭐?.. 라고 생각하죠. 애시당초 공감이나 이타심에 크게 에너지를 쏟지 않는 편 같아요. 쏟는다고 해도 그 조차도 자신을 위한 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았죠.



5번은 자주 있는 일이에요. 바쁘다보면 실수할 수도 있고, 또는 상대에 대해 잘 몰라서 무례를 저지르는 케이스입니다. 본인은 좀 억울할 수 있겠네요. 말실수였을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우리가 보통 무례를 저지르는 타이밍은 찰나고, 이를 인지했을 때 이미 때가 늦었으며, 사과를 하기에는 뭔가 어정쩡한 상태가 되더라구요. 결국 서로의 기억속엔 그렇게 남는거죠.




생각해보면 그들은 자신이 하는 말에 딱히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당한 사람만 아프죠. 만약 '왜 이렇게 무례하세요?' 라고 대거리하면 그들은 '네? 제가 언제요?' 라고 의아해 할 거에요. 그러니 무례하신 분들은 아래와 같은 사항을 잘 기억하세요. 세상에 절반은 센서티브한 사람들이니까 50%의 기회를 얻으려면 그들과 어울리는 법을 머리로라도 알고 있어야 해요.




1. 우리나라엔 '안녕하세요.' 란 예쁜 인삿말이 있습니다. 숨도 안돌리고 앉기도 전에 한 손으로 명함을 건네고 가져온 자료부터 보자고 말하면 안돼요.


2.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자기 소개를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안건을 얘기하는 것도 중요한 거 알겠는데 당신이 누군지는 알고 만나야 할 거 아니겠습니까.


3. 상대방이 뭔갈 말하면 듣는 시늉이라도 합니다. 듣다가 '그건 일단 됐고', '알겠고.', '그건 나중에 얘기하시고' 등으로 쌩까는 건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그런 말을 할 땐 책상 앞이나 상대방의 손에 뭐가 들려있는 지 한번 확인합시다.


4.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으면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하는 겁니다. 상대는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돌거나 호구라서 당신을 도와준 게 아닐겁니다. 도움과 선의는 언제나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5. 상대방의 제안을 거절할 땐, 정중하게 그것은 좀 어렵다고 합니다. '그건 좀 별로네요.' ,'저같으면 이렇게 안할텐데.' '실력이 별로신가봐요.' '경험이 부족하신가?' 등으로 맥이는 발언은 하지 않습니다. 그건 거절이 아니라 싸우자는 얘기죠.


6. 상대방을 앞에두고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한숨을 쉬지 않습니다. 그런 건 화장실가서 혼자 하는 거예요.


7. 지금 내가 뭔 재수없는 말을 할 땐, 이게 공공연하게 알려져도 지탄을 받지 않을만한 발언인지 한 번 생각하고 말하세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이 다 잔챙이라거나, 그들이 보낸 기획안이 다 쌉소리라는 등의 얘길 할 땐 말이죠.


8. 저희가 비용드렸잖아요. 돈 부족하세요? 돈 받은 값 하셔야죠. 라는 말을 할 땐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돈주는 입장이 계약서상에 '갑'으로 표시된 건 알겠는데 거기 적힌 계약 당사자는 당신 이름이 아니라 당신 회사입니다. 돈은 당신이 주는 게 아니니까 사채업자같은 말투는 쓰지 않습니다.


9. 먼저 일어나야 할 일이 있거나, 미팅에 시간제한을 두고 싶다면 갑자기 혼자 말 끝내고 일어나는 게 아니라 '죄송한데 제가 다음 스케쥴이 있어서' 라거나 '저희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다.' 는 식으로 부드럽게 말하는 겁니다.


10. 상대가 뭔가를 보여주면 '아 이거 저번에 보여주신 거 같은데..ㅎㅎ 기억에 잘 안남았어요.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랬나?' 따위의 개소리를 해선 안됩니다. 그런 말은 집에 가서 고양이한테나 하는 거에요. 일단 뭔갈 받거나 검토받을 땐, 찬찬히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생산성과 성과덕후들은 이런 정중하고 따뜻한 말이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반발하기도 하는데, 물론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요지는 말을 길게하거나 인사치레에 에너지 쓰란 소리가 아닙니다.

오늘 날씨가 어떻고 더운데 몸조심하시고, 하아..이런 기획안을 받아봤는 데 너무 훌륭하고 아름다운데 진짜 딱 한 군데 이 부분만 살짝 수정하면 정말 브릴리언트해질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작가님의 고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따위로 말하지 않아도 돼요. 그건 저도 싫어요.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요.


A : '그건 좀 별로네요'

B : '보완이 필요해요'


A와 B는 똑같은 7글자고, 같은 에너지와 시간이 듭니다. 의미도 똑같고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행동도 똑같습니다. 굳이 B로 말할 수 있는 걸 A로 말하는 건, 생산성이나 성과를 위해서가 아닐겁니다. 어휘력이 부족하거나 공감능력의 한계가 거기까지 인거죠.


그건 일을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무례한 거에요. 무례한 건 자랑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일 잘하는 차가운 도시인의 상징처럼 여기는 분들이 있는데. 아쉽게도 그런 상징은 없습니다. 그냥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고, 어떤 기회를 잃으신 거에요.



제가 만났던 진짜 일잘러들은 쉬운 말과 친절하면서도 깔끔한 문장을 구사했어요. 단호해도 기분나쁘지 않게 '짧은 말로' 표현할 줄 알았죠. 성숙한 소시오패스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설계된 친절을 베풀기도 해요. 저는 이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본심이 그게 아니었다, 뒤에선 사실 많이 배려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어차피 자주 볼 사이가 아니니까, 그렇게 본심을 막 숨기고 숨은 배려를 할 필욘 없을 것 같아요.



뒤에선 욕해도 좋으니

그냥 앞에서 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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