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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ug 05. 2021

마케팅 문구에 이 5단어는 이제 안쓰는거다?

지금부터 이 단어들은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기.

:) 당분간 글을 좀 짧게 쓸거에요. 요새 손이 좀 굳었어요. 뭐랄까. 한동안 글이 꽤나 안써지더라구요. 그래서 책을 쓰는 것도 멈추기로 했어요. 당분간은 가볍게 가볍게 지나가는 것들을 메모하는 느낌으로 써보려고 해요. 한동안 들어간 힘도 좀 빼고. 조회수 욕심도 좀 빼고.




제가 오늘 뭔 문구를 하나 봤어요.


'니가 찾던 그 콘텐츠, OOO에 있었어.' 라는 광고 문구더라구요. 버스 옆구리에 붙어서 스윽 지나가는 문구였는데 허어 거참..갸웃..거리게 되더라구요. 첨엔 이유를 잘 몰랐어. 쓰읍..뭐지? 왜 단전에서부터 열린 호흡으로 허어를 내뱉었지? 그리곤 아아를 사들고 사무실로 돌아왔단 말이죠. 그리고 생각해보니. '그' 단어가 문제였던 거야. 아하... 차근히 생각해보니 '그'것과 비슷한 몇 개가 더 있었어요. 참으로 에 챡 붙지 않는 유독 이질적인 단어들. 기억을 거슬러 모아봤더니 바로 이거였습니다.




1. 콘텐츠

ex. 우리는 가장 빠르게 콘텐츠를 전달..어쩌고


콘텐츠. 이건 회사에서만 쓰기로 해요 지금부터. 밖에 나가는 문구에 이런 단어 쓰지 말기. 여러분 친구랑 술마시면서 '야 너 어제 그 콘텐츠 봤냐?' 이렇게 말해본 적 있어요? 스벅에서 수다떠는 친구들이 '이번 콘텐츠 언제 올라와?' 라고 말하진 않을 거잖아요.


사람들은 콘텐츠란 단어를 잘 쓰지 않아요. 보통은 어제 유튜브영상봤냐. 인스타사진봤냐. 어제 네이버뉴스봤냐. 어디에 뜬 글 봤냐. 페북에 올라온 글 봤냐. 이렇게 말하죠.


솔직히 회사에서도 그래. 우리가 콘텐츠 만든다 콘텐츠 만든다 하는데... 원래 그 단어가 엄청 광의적이란 말이에요. 영상, 글, 노래, 프로그램, 사진, 동작 등 프레임을 제외한 유무형의 모든 것들이 콘텐츠란 말이지. 사실 우리가 하는 구체적인 행동만 보면 '영상'을 만들거나 '앱에서 구현될 스토리'를 만들거나 '브랜드를 표현할 사진'을 올리고 있어요. 이 모든 걸 그냥 퉁쳐서 '콘텐츠 만든다' 라고 하고 있는 것 뿐이죠. '콘텐츠'는 일상계 언어 중 '사랑, 행복' 수준의 거대한 개념이에요. 가급적 조금 더 잘게 쪼개서 말해보도록 해요.


2. 서비스

ex. 손 끝 하나로 시작되는 통합서비스 어쩌고..


서비스.... 지금 마켓컬리나 당근마켓, 배달의 민족 어느 앱에 가봐도 뭐뭐하는 '서비스' 라고 자길 소개하지 않아요. 이게 특히 기술중심의 IT기반 회사들이 이런 단어들을 자주쓰는데... 일단 일상에서 '서비스' 는 주로 자동차정비소나 삼성서비스센터 정도가 익숙할 거에요. 아니면 먹태에 마요네즈, 이건 서비스에요. 정도란 말이죠. 생각보다 서비스가 뭔지 잘 몰라요. 알아도 정확히 뭘 하겠다는 건지 알기 어렵죠. 서비스도 지워버려...


3. 소비자(참여자..무슨 자)

ex.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오 맙소사.. 소비자를 소비자라고 부르는 경우가 어딨어...

소비자라니...

너무 뭐랄까..아 물론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 잘못은 아닌데... 하아..이게 너무 거리감이 확 느껴진달까. 소비자...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자란 단어를 들을 기회가 있나? 소비자권익위?... 소비자센터... 생산자 소비자..고등학교 경제시간에 배웠던 아련한 추억 정도? 이마트 지하1층에 상품권 바꾸러 갈 때나 볼 수 있는 단어란 말이에요. 소비자는 지그으으으으으윽!!!히 우리가 생산자 마인드일 때 나오는 단어인 것 같아요. 여러분들은 옷 사러 어디 갔는데 여러분을 소비자님이라고 부르면 어떠겠어요. 소비하고 싶겠엉?


4. 플랫폼

ex) 당신을 위한 무슨무슨 플랫폼


이것은..정말 아닌 것 같아. 플랫폼. 요즘 대부분의 신생 기업들이 추구하는 것이죠.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게 맞아요. 플랫폼이 아닌데도 플랫폼을 하고 싶을 수도 있어. 데이터 쌓이지, 우리가 뭘 직접 안 만들어도 되지, 확장가능성 높지 등등...그래서 우리 기업도 플랫폼이다! 라고 규정하고 알리고도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해요.


하지만 플랫폼은 사람들에게 너어어어무 어려운 단어야. 이걸 뭐라고 설명할 거에요. 두 이해관계자가 만나 서로의 가치를 교환하는 대규모 온라인 장터?... 서비스나 소비자는 개념이라도 있지...플랫폼은 일상에서 아예 들어볼 일조차 없다고. 친구/친지/가족 통틀어서 대화 중 플랫폼이란 단어를 쓰는 관계가 단 하나라도 있는지 생각해 봐요. 진짜 딱 플랫폼은 투자자와 우리들...이 사람들에게만 써야할 단어에요.


5. 영어이니셜 3글자

ex) R.H.N시스템 도입으로...어쩌고


이니셜 공격이다!!!

이게 특히 공공기관에서 되게 좋아해. 삼행시나, 세글자 줄이기. 광고를 보는 사람 쫓아다니며 일일이 그 뜻을 해석해줄게 아니라면 이런 식의 이니셜개념은 이제 쓰지 않기로 해요. 


사람들이 이걸 보고, 오..저게뭐야? 검색해보자. 이럴까. 아래 9pt로 작게 적어놓은 'R.H.N이란? 어쩌고저쩌고' 이 설명을 읽을까요. 노우노우 그렇지 않는단 말이에요. 그 사람이 지금 시험기간이 아닌 이상은. 그런 걸 능동적으로 찾아보는 사람이 아주 극소수란 말이죠. 덮어놓고 직관적인 게 옳은 것은 아니지만, 영어이니셜은 아무리 봐도 좀 아닌 것 같아요.




광고에 쓰이는 단어는.


내가 '이 단어'를 친구에게

단어 그대로 전달했을 때.

일상적인 대화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어야 해요.


듣고 '뭔데?'가 아니라 '아, 뭐 동네버전 중고나라 이런건가?' 라는 식의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구.


이외에도 몇 개가 있었어요.. OO기반, 통합 등등... 너무 기획안 워딩스러운 것들. 누군가의 마음에 훅 와닿고 싶다면...그것도 스치는 눈길에 잔상을 남기고 싶다면. 좀 더 일상의 단어들을 관찰해보면 좋겠어요. 보통 언어는 내가 처한 상황과 지위, 관계를 드러내거든요. 언어를 쓸 때 만큼은 생산자가 아닌 그들의 입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잊지 말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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