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둥글게 사는 것이 최고입니다. 사람 언제 어디에서 마주칠 지 모르고, 또 여러분이 갑자기 유명해진다면 유튜브 댓글에 뭐가 달릴 지 모르니까요. 착하고 원만하게 사는 게 생존을 위해서도 안전하죠. 갈등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을 거구요. 혹시 좋아한다면 부럽습니다.
하지만 보통 착함의 끝은 우울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랫서팬더나 해달같은 온화한 성격의 존재가 아닙니다. 고기도 막 뜯어먹고 자기보다 더 큰 동물도 협동으로 때려잡던 무시무시한 상위포식자였죠. 모두들 성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 사회화과정, 합리적 의사결정을 통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억누르고 있는 중이죠.
인간이 이룩한 사회화의 끝판왕은 '회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심지어 평소와는 다른 자아를 뒤집어쓰고 출근하죠. 하지만 어떤 자극이 찾아오면 내면의 깡패가 욱신욱신 태동합니다. 보통은 그 고통을 애꿎은 키보드가 온몸으로 받아내지만, 언제까지나 참을 수만은 없는 법. 나를 지키고 괜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웃자고 하는 말들입니다. 너무 이입하진 마세요.
1. 표정,표정 연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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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하지만, 요즘엔 뱉더라구요. 웃음이 장땡이 아닙니다. 때론 정색을 해야하는데 이게 천성이 착한 분들은 뭔 말만 하면 일단 웃고 봅니다. 웃음이란 건 자기방어 시스템 중 하나에요. 강아지들도 낯선 환경이나 불안을 느끼면 기분좋은 듯한 행동을 하거든요. 핥고 꼬리를 흔들고 앵깁니다. 사람도 비슷해요. 욕망과 현실의 간극에서 오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이완행위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곧 웃음으로 표현됩니다.
상대방 입장에선 이걸 올오브더긍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쟨 뭐가 좋아 저렇게 헤헤거리나 하는 착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표정은 삼성카드 이번 달 카드결제금액 문자를 바라보는 그 표정입니다. 또는 KT에서 날아오는 인터넷가입신청문자를 받았을 때 그 표정. 뭔지 모르겠으면 그 문자를 다시 보고 거울을 한 번 보세요. 그리 공격적이진 않은데 되게 무심하고 의미도 없단 표정. 일단 그걸 기억해놔야 합니다. 종종 너무 혼자 말이 많거나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는 사람 앞에선 그 표정을 지어줘야 해요.
저 사람 얼굴이 인터넷가입 스팸문자다...라고 생각해주세요.
2. 근데. 를 입에 붙이기
착한 사람들이 제일 못하는 게 '아니 근데' 라는 말입니다. 착한 사람들은 모든 말에 다 끄덕끄덕하거든요. 맘 속으론 아니라고 생각해도 일단 들어보자....하는 배려심에서죠. 평소에 입에 붙여놔야 합니다.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DAY 1
1) 근데.... x 3회 2set
2) 근데, x 3회 2set
DAY2
1) 아니 근데에... x 3회 2set
2) 아니 근데 이건. x 3회 3set
DAY3
1) 아니 근데 솔직히 이건 x4회 3set
2) 아니 근데 이게 지금 솔직히 x 10회 1set
평소에 연습해놔야 해요. '너 뭐 마실래?' '아니..근데 아메리카노.' 이 정도까지 경지까지 가야 포식자 앞에서도 당당하게 근데를 뱉을 수 있습니다. 마라탕을 먹을 때도 '아니 근데 지금 숙주를 이만큼 넣는 게 맞아?' 라고 늘 혼잣말을 중얼거리세요.
3. 뒤에 약속을 잡고 빠듯하게 미팅하기
빨리 가야하는데...
착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 시간을 늘 뺏긴다는 겁니다. 말 많은 포식자를 만나면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돼요. 막상 미팅 끝나고 돌아와보면 내 일할 시간은 1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아..뭐했다고 하루가 갔지... 싶달까요.
이럴 땐 3시에 다른 약속을 잡고 2시에 미팅을 잡으세요. 어쩔 수 없이 1시간 안에 미팅을 끝내야 하는데다, 자리에서 일어날 명분도 명확하거든요. 착한 분들은 거짓말도 못해요. 뒤에 뭐 있다고 뻥도 못쳐서..실제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4. 춥게 입기
추우면 몸을 움츠리게 되고 팔을 감싸안으며 방어적인 자세를 쉽게 취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빨리 일어나고 싶어서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죠. 착한 분들은 경청의 리액션 또한 진심이어서, 상대방이 '아..진짜 내 얘기가 재밌나보구나!' 라고 착각해요. 덜덜 추워지면 동공이 흔들리고 경청의 자세가 자연스럽게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5. 상대방 말 반복해서 말해주기.
그런 말씀이시죠 지금?
예전에 어떤 쓸데없는 연애꿀팁에서 이런게 있더라구요. 이성친구의 말 끝을 반복하며 공감해라.
'아니 내가 오늘 분명 반차쓴다고 했거든?' '했는데?' '근데 팀장이 갑자기 자기가 써야한다고 오늘 바꿔줄 수 없냐고 물어보는거야.' '그렇게 물어봤다고?' '어! 근데 출근하기도 전에 아침에 그렇게 얘기하는 건 에바지!' '그치 에바지!'
뭐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미팅할 땐 묘하게 효과가 있습니다. 경청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강렬한 리액션이죠. 저는 이걸 '황금리액션'이라고 합니다. 재밌는 건 이게 좀 과해지면 역효과가 난단 점이에요. 예를 보실까요.
상대 : '그래서 저희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을까요?'
당신 : '아.. 최대한 반영을 해야한단 말씀이시죠?'
상대 : '네. 일단 저희가 빨리 진행해야 하고, 결재를 받고 하는데도 시간이 걸려서. 저희가 말씀드린 내용이 전부 반영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당신 : '급하시니까 모두 반영하라는 말씀이시네요?'
상대 : '어....네..아니 가급적이면..'
이게..묘하게 불안감을 조성하죠? 여기에 1번 표정을 섞으면 뭔가 무서워지기도 하고... 싸늘함이 느껴지기도 하고...내가 뭐 잘못 말하고 있나 싶기도 할 겁니다.
물론 저도 알아요. 이게 좋은 태도는 아니죠. 하지만 저 사람의 말도 사실 자기중심적이잖아요. 결재를 받고 시간이 늦어지는 건 자기들 사정이지 왜 우리가 자기네들 결재시간까지 신경써줘야 하는건가 싶잖아요. 평소같으면 '네네, 당연히 반영해드려야죠!!' 하면서 살갑게 했겠지만 유독 오늘따라 냉정해지고 싶다면 저 방법을 한 번 써보세요. 1번 표정 꼭 기억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