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출간되었습니다.
책 제목을 이렇게 잡았어요. 왜 하필이면 '가장 괜찮은' 방법이냐는 질문이 많았지요. 슈퍼대단한 방법 정도로 썼으면 더 임팩트가 있지 않았겠냐. 물론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봤죠.
"음...슈퍼대단한 하이퍼 소개서란 게 있나?"
"그런 건 본적이 없어요."
"하지만 존재는 하는 건가?"
"멀티버스에는 존재할 수 있겠죠?"
"대혼돈의 멀티버스?"
"네."
"그거 봤어?"
"그거 왓이프랑 왓다비전 보고 봐야해서 일단 아껴뒀어요."
"오 대박.."
여튼, 보통 최상급을 쓰려면 뭔가를 정량적으로 나열했을 때 순위가 갈리는 종류의 것이어야 하죠. 하지만 소개서란 건 종류가 많을 뿐 순위를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유용성을 판단할 수 있겠죠.
소개서를 만드는 게 전시나 취미, 소장의 목적이 아닐 겁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죠.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만나보고 싶어요. 유용한 소개서는 목적달성에 도움을 줍니다. 영업건을 따낸다거나,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다거나, 입찰이나 투자를 성공시키기도 하죠.
그런 관점에서 '가장 쓸만한? 가장 유용한?' 이렇게 제목을 지으려고 했습니다.
"아 근데..그건 좀 허접해 보일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해."
"존나 괜찮은?"
"그건 좀 그러지 않을까?"
"음......지리는?"
"평범한 건 없어?"
"존나를 빼볼까요?"
"괜찮은 방법?"
"허전한데?"
"하찮은 방법?"
"왜 거길 바꾸는데."
"가장 괜찮은 방법?"
"그건 괜찮네. 근데 왜 괜찮은 방법이야?"
"괜찮다'를 '공연(空然)하지 않다'의 의미인 '괜하지 않다'에서 온 말로 보고 있으며, 국어 어휘 역사에서는 '관계하지 아니하다'에서 온 말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 문법서의 내용을 두루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편 '-지 않다'를 줄여 '-잖다'로 쓰는 경우, 부정의 의미가 온전히 나타나지 않고 강조 정도의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도 여러 해설이 제기된 바 있으므로, 관련 서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이 가정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므로, 여러 논의를 확인하여 무엇이 조금 더 합리적이고 설득적인지를 비교하여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갑자기 국립국어원처럼 되지마."
"아무래도 실무자 입장에서도 막 너무 최고의 엄청난 하이퍼 축복받은 +8강 요정왕의 검같은 걸 만들으라고 하면 너무 부담되지 않을까요."
"이 책은 실무자가 주로 볼꺼니까?"
"그렇죠."
"대표님들은 괜찮은 정도로 만족하지 못할텐데..."
"사실 제목에 별 관심없을거에요."
결국 이 책은 실무자 지향적인 책입니다. 물론 1인 기업가나 저희같이 작은 회사라면 대표가 곧 실무자고 인턴이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실무자가 이 책을 집으면서 전설의 엄청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대신 '성과가 나오고 말이 되는' 소개서를 만들었으면 했죠.
"그럼 무슨 내용이 주로 담겨야해?"
"기획과 스토리구성, 디자인이겠죠."
"음 그럼 이 책을 펴놓고 쓰는거야?"
"아마 그런 사람은 없을거에요."
"그럼 어떻게 써야해."
"그때그때 꺼내쓰겠죠. 아 뭐였드라. 거기 있었던거 같은데? 하면서."
"그럼 확실히 발췌독에 최적화되어있다고 보면 되겠네. 안그래도 PUR제본으로 펼치기 좋게 만들어놨는데, 그건 좀 오바였나보군."
"그럴거면 애시당초 표지에 스킨코팅을 하면 안됐죠. 책상에 부스러기들 책에 다 묻잖아요."
"2쇄부턴 그냥 UV코팅으로 바꿀거야."
"작업할 때 좋은 브금과 디저트목록도 넣었으면 좋겠어요."
"무슨 브금 들어야 하는데."
"귀멸의칼날 렌고쿠 테마곡?"
"그럼 너무 웅장해지지 않을까?"
"대표님은 진격의거인 땅고르기 테마 들으시잖아요."
"........."
"쿠치쿠 시떼야루! 코노 요카라 입삐끼 카나라즈!(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몰아내주겠어.) 이런거 들으시면서 작업하시던데."
"......디자인은 불필요한 걸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
"디저트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참쌀선과?"
"그건 키보드에 너무 묻어서 비추."
"마가렛트."
"오키."
그렇게 해서 실무자들이 소개서 만들다가 막히면 그때그때 꺼내볼 수 있는 가이드북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은 기획부터 스토리라인 잡는 법, 디자인시스템 짜는 법, 80가지의 장표설명, 각 3개의 레이아웃 예제까지 가득 담겨있어요. 거의 인터넷 해지 후 신규가입할 때 쏟아지는 경품대잔치같은 느낌.
일단 글이 많지 않아서 술술 읽힙니다. 제가 브런치에는 구구절절 장황하게 쓰지만, 책을 쓸 때는 또 그렇지 않은 특성이 있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딱 볼 때마다 너무 직관적으로 이해되어버림. 가이드북의 미덕인 직접 보여드리는 장표가 가득하거든요. 말로만 하지 않고 실제로 뚝딱 만들어서 페이지에 실어놨어요.
그리고 소개서에 들어가는 페이지들을 80가지로 구분해서 각 페이지를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레이아웃은 어떻게 짜야 하는 지 꼼꼼하게 넣어놨습니다 :) 미쳤죠?
그리고 더불어 이번 책은 좀 거국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에겐 6번째 책이지만... 이번 책은 저의 배우자님께서 직접 출판사를 내고 저와 애프터모멘트 디자이너인 승현님, 지윤님이 함께 디자인해서 탄생시킨 첫 번째 책이거든요. 두 회사가 진지한 눈빛으로 합작해서 만든 결과물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것입니다.
소개서 만들자는 얘기가 쌔하게 나올 것 같다아아아아...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사보세요. 회의시간에 되게 이런 표정으로 앉아있을 수 있어요.
구매가자.
교보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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