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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Nov 08. 2022

우리 인생이 가끔 꼬져보이는 이유

단순하고 슬프다.

삶의 3대 요소가 있다.


쟨 좋겠다, 난 뭘까, 이거 맛있다.

간헐적인 이벤트를 빼면 삶은 예측범위 내에서 움직인다. 내 인생이 꼬져보이는 이유는 대부분 남의 인생이 눈에 밟혀서다. 인생이 지루한 이유는 브금이 없어서다. 가끔 삶이 행복하고 즐겁다면 보통 그것은 7천원짜리 라즈베리 크럼블 케익이나, 날 좋은 날 전망좋은 식당에서 게살로제파스타를 먹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머지 않아 내야할 중도금이나 다음 달 돌아오는 수천만원의 지출과 억대의 부동산, 물려있는 투자금, 몇 개월뒤에 나가야할 전세집 고민, 부모님의 병환때문에 슬퍼지고, 7,000원에서 26,000원 사이의 달달하고 소소한 몇 가지 때문에 행복해진다. 생각해보면 행복이란 은근 가성비가 좋다. 삶의 어떤 순간순간에 적절한 브금이 있다며 그 행복은 더 대단해질 것이다. 우리가 슬픈 이유는... 누군가가 내 고막에 대고 손디아의 '어른'같은 브금을 틀어주지 않기 때문이고, 가끔 14,000원 짜리 파스타를 사먹으려 할 때 망설이는 내 손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이러니하게도. 기꺼이 그것을 지불하며, 내일의 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에 홀가분함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나만의 통증을 혼자 삼키듯. 결제하는 순간, 그 찰나의 자유로운 기분에 울컥하며. 지금 나는 적어도 말미잘이 아니라고. 오늘을 살아냈다며. 들리지 않을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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