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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Sep 03. 2023

팀장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예요??

악마를 잡으러 출근합니다 제4화

이번에 새롭게 기획한 10회 분량의 사내 판타지 소설입니다 :) 처음부터 보셔야 꿀잼이고, 중간에 갑자기 보시면 뭔말인가 싶으실 거에요! 이곳에 나온 모든 에피소드와 이름, 상황은 가상이고 특정한 기업, 성별, 종교, 신앙, 동물, 음식, 신념, 가치관 등을 비하하거나 저격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01 반려


첫번째 악마를 성공적으로 소거한 냐봉과 엠제이는 잠시 천상에 들러 컴플레인을 걸고 오는 길이었다. 일을 시키는 건 좋지만, 현장의 상황은 정확히 얘기해줘야 하지 않았냐는 직장인다운 컴플레인. 신은 머쓱한 듯 원래 일이란 게 그런거 아니겠냐며 그래도 성과를 냈으니 그에 맞는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두번째 임무를 위해 다시 회사로 돌아온 냐봉의 손엔 20cm가 조금 넘는 단도가 들려있었다. 검에는 아주 섬세한 글씨로 ‘반려’라고 적혀있었다.


[보통 이런 무기같은걸 받으면, 월향이랄지… 무슨 검이랄지… 좀 더 감성적인 이름이 담겨있어야 하는거 아닌가…반려가 뭐야 반려가...컨펌도 아니고...]



냐봉은 혼자 중얼거리며 받은 반려를 허리춤 뒤에 꼽아놓았다.


엠제이는 그런 칼은 다루기가 무섭다며 일단 냐봉에게 맡기기로 한 것이다. 둘이 사무실로 다시 돌아온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는 상태였다. 이번 상황은 '피드백' 이라고 했다. 단어를 듣자마자 냐봉은 고개를 저었고 엠제이는 꽤나 머쓱한 표정을 지었었다. 분명 비난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따끔한 시간.

둘은 사무실의 낯선 공간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명 살아있었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위화감이 있는 공간. 마치 세트장처럼 일부러 만들어놓은 느낌이랄까.


이 사무실은 100평이 넘는 공간에 4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냐봉과 엠제이가 있는 곳은 12층. 영업부서와 마케팅, 인사, 브랜드, 지원팀이 있는 곳이다. 점심뷔페가 세련된 탕비실에 깔려 있었고, 나름 새로 인테리어한 타운홀과 회의실, 최신 커피머신, 장식용 레고와 안마의자까지.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대표가 새로 바뀌고 난 후 사무실의 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답답하게 시야를 가로막던 파티션도 모두 사라졌다. [물론 이를 반기지 않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지만…]


[냐봉님. 잠깐 뭔가 있다]


엠제이는 냐봉을 나지막히 부르더니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댔다. 엠제이는 목 뒤로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 뭔가가 꿈틀대는 듯한 울렁임도 함께. 엠제이의 예민함과 직관은 언제나 뛰어났다. 근거를 찾지 못해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특히 ‘안좋은 상황’에 대한 직감은 거의 100% 정확했다. 냐봉은 침을 삼키며 허리춤의 반려를 움켜쥐었다. 그들의 뒷편으로 팀장과 디자이너 썸머의 대화가 들렸다.


<둘의 대화>

[여기 이 부분, 이 그림이 여기 들어간게 좀 이상한데? 회색과 빨간색이 있으니 조금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 같고. 여기도 보면 이 밑에 글씨들 있죠? 이거 좀 위로 올리자. 그리고 로고들 간격이 조금 안맞는 것 같은데 확인해봤어요?]

[아 네네..이건 보정까지 맞춰서 정돈한 거긴 한데..]

[쓰읍..이상하네. 조금 틀어져보이는데. 그리고 이미지가 좀 더 세련된 그런 건 없을까? 지금 보면 좌우 여백도 거의 없어서 조금 빼곡해보이기도 하고.. 아니 그러지 말고 썸머님 자리 가서 얘기해요.]


팀장은 썸머의 자리로 향했고, 썸머가 의자에 앉자, 등뒤에서 썸머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본격적으로 손가락으로 픽셀을 하나하나 지정해주기 시작했다.


[여기는 한 2픽셀 정도만 옮겨볼까? 어어어..좋아요. 그렇게하고..여기 글자 좀만 위로 올리고.. 아 그리고 여기 좀만 더 역동적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그… 약간 빛나는 그라데이션같은거나, 장식같은 거 좀 넣어볼까요?]

[이렇게요?]

[어어..근데 좀 더 그 너무 찐하지 않게 좀만 죽이고, 그리고 여기엔 더 강하게 내용 좀 강조해주자. 폰트 키우고, 볼드하게 하고.]

팀장의 손가락이 분주하게 모니터 위로 오고가면서 썸머의 표정도 점점 굳어져갔다.



[혹시 나도 저래요?]

엠제이가 냐봉에게 나지막히 속삭였다.


[저한테는 안그래요.]

냐봉은 농담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어?...저기!]


그때였다. 한창 썸머의 모니터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던 팀장의 손가락이 왠지 여러개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실제로 여러 개의 손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실체는, 팀장의 등뒤에서 뻗어나온 검은 팔이다. 형체는 점점 선명해지더니 이내 거미같은 6개의 팔이 뚜렸해졌다. 그리고 그 팔들은 모두 모니터를 향하고 있었다. 썸머의 동공은 손가락들을 따라가며 점점 더 확장되어 갔다. 6개의 손, 30개가 넘는 손가락은 모니터의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끝도 없는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썸머의 숨이 가빠졌고, 땀방울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팀장님, 저기 봐요, 저기도…]



반대편에선 파트장과 팀장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파트장의 표정이 밝지 않았고, 입이 댓발 나와있는 팀장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서팀장님, 이 기획안이 이게… 일단 알잖아. 이렇게 가지고가면 내가 뭐가 돼. 그리고 PPT에 만들어와야지, 이걸 한 장으로 이렇게 하면 안되지.]

[근데 저번에 원페이지 기획안도 괜찮다고 하셔서…]

[아니 그게 이제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 한 장으로 하란 얘긴 아니죠. 다른 외국회사 레퍼런스같은 것도 좀 넣어야 하고… 그래프같은 것도 하나도 없고. 이러면 좀 성의가 없어보이지 않아요?]

[일단은 가설만 확인받고, 본격적으로 적으려고…]

[아유 서팀장님… 하루이틀 일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MZ처럼 일한다. 요즘 뭐 마음이 좀 급한 거 있어요?]


파트장의 등 뒤에도 같은 검은 팔이 등장해 종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중 한 팔은 파트장의 눈을 가리고, 다른 한 팔은 팀장의 입을 가리고 있었다. 검은 팔이 두 사람을 완전히 뒤덮은 후 두 사람의 대화는 놀라보게 부드러워졌다. 파트장은 원하는 것을 쏟아냈고, 서팀장은 어떠한 변명도 없이 [네 알겠습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냐봉과 엠제이는 순간 고갤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의 등뒤에선 검은 팔들이 쏟아져나왔고, 모두 그들의 모니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목을 길게 빼고 검은 손가락들을 따라가는 시선들이 분주했다.


[이번 녀석은..여기저기 많이도 흩어져 있는 모양이네… 게다가 좀 징그러워]


엠제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검은 팔과 ‘접촉’하려 했다. 두 사람은 보호의 목걸이를 차고 있는터라 먼저 접촉하지 않는 이상 악마는 이들을 먼저 눈치채지 못한다고 했었다. 반대로 접촉하기 전까진 이들도 악마의 본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엠제이의 손이 검은 팔에 가까워져 갈 때쯤 냐봉이 엠제이를 말리며 대신 반려를 꺼내 검은 팔을 향해 휘둘렀다.


[혹시 모르잖아요. 또 끈적거리거나 할지…]


반려는 예리했고, 강렬했다. 검은 팔은 마치 단단한 애호박처럼 썩둑 잘려나갔고, 이내 연기처럼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탕비실쪽에서부터 검은 곰팡이와 끈적이는 액체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벽면에 금이 가고, 해는 사라졌다. 모든 가구들이 50년 이상 낡아버린 듯 먼지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탕비실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꿈틀댔다. 저것이…본체다.


02 본체


천장까지 닿은 거대한 얼굴모양의 본체는 수십개의 팔들로 가득했다. 그 중 가장 큰 두 팔로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머지 자잘한 촉수같은 팔로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 저 멀리서 길다란 팔이 쭉 뻗어나와 냐봉의 발목을 잡았다. 냐봉은 휘청이며 넘어졌고, 반려로 팔을 잘라낸 후 황급히 뒤로 달려와 겨우 숨을 달랠 수 있었다.


[뭐..뭐야…. 이 녀석은 물리력이 통해요.]


[목걸이가 보호해주는 건 악마가 지닌 속성의 힘이라고 했으니… 이런 팔다리를 가진 녀석의 물리력까지 보호해주는 건 아닌가봐요! 저기 또 하나!!]


엠제이는 냐봉을 급하게 끌어당겼다. 검은 팔은 냐봉의 귀 뒷편으로 아슬아슬하게 스쳐갔다. 냐봉은 반려로 팔을 베어냈다. 하지만, 이젠 하나가 아니다.


[...젠장.. 내가 살아있을 때도 이렇게 칼질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냐봉은 중얼거리며 날아오는 여러 개의 팔을 피해 책상 뒤로 숨었다. 그리고 머리 위로 스쳐가는 팔을 잘라내고 다시 발목을 붙잡는 팔도 잘라냈다. 냐봉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엠제이는 사람들에게 달려가 모니터를 가득메운 손가락들을 치워내기 시작했다. 점점 빨라지는 손가락에 에너지를 모두 써버린 영혼은 마치 미라처럼 건조된 모습으로 책상 앞에 쓰러져가고 있었다. 엠제이가 손가락을 치워내고나서야 겨우 달궈진 영혼이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엠제이 혼자 이 모든 손가락을 멈추기엔 너무도 많았다.


[꺄아악!!!]


그 순간 수많은 팔이 동시에 냐봉을 붙잡았고, 팔과 다리 목까지 붙잡힌 냐봉은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끌려올라갔다.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반려를 엠제이에게 던졌지만, 통통 튕겨나간 반려를 미쳐 잡지못하고 엠제이도 발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끄아아아아아아!!!! 놓쳤어!!...]


둘 다 온 몸이 묶인 상태에서 나머지 팔들이 다시 사람들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꼭두각시가 된 것처럼 사람들은 모니터를 이리저리 가리키는 수많은 손가락들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거북처럼 목을 길게 빼고 동공을 빠르게 움직이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점점 영혼이 소진되어 가는 것이다.


[본명을 추리해내야 해요. 이번 상황은 피드백이라고 했었잖아요. 피드백할 때….뭐가 문제였지?]


[피드백..피드백… 피드백은 기분이 좋지 않지. 일단 내가 한 것을 공격당하는 느낌이 드니까..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공격적인 그런 느낌은 아니고…. 뭘까 욕심?! 취향?? 이랬다저랬다..같은 걸 의미하는건가]


[뭔가 집요한 마이크로 매니징 같은 느낌이죠?? 저 수많은 손가락하며…]


[하지만…첫번째 악마때도 그랬듯 좀 더 뒷단에 있는 이유가 있을거에요. 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거지?]


[욕심 아닐까요?!! 욕심..일단 해보죠!!]


[욕심!]


[욕심!?]


[아니네.]


[.....그치 쉬울리가 없지]


[하긴…욕심이라고 하기엔 사실 저 양반도 본인이 뭘 원하는지 모르긴 하는 것 같아]


그 때, 갑자기 악마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몇몇 팔이 갑자기 분주히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냐봉과 엠제이가 쳐다본 곳은 영업팀이었다. 영업부서의 신입이었던 이든이 모니터의 검은 손이 아닌 다른 곳을 보며 두리번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팀장의 등 뒤에서 뿜어져나오던 검은 손도 갈 곳을 잃고 흔들리고 있었다. 냐봉과 엠제이를 붙잡고 있던 몇 개의 팔이 이든을 향해 달려갔고 그새 냐봉은 한쪽 팔이 자유로워졌다. 자유로워진 팔로 목을 옥죄던 팔을 쳐내고 겨우 빠져나온 냐봉은 나뒹굴듯 바닥에 떨어진 후 황급히 떨어뜨린 반려를 잡기 위해 달려갔다. 잠시 주춤하던 검은 팔이 다시 쏟아져내려왔다. 냐봉의 손 끝에 반려가 잡혔다.


[으아아앙 징그러!! 죽어!!!!]


냐봉은 소리를 지르며 반려를 휘둘렀고, 작은 단검앤 달려오던 몇 개의 팔을 순식간에 베어낼 정도의 힘이 실렸다. 그 사이 사람들의 피로감이 온 사무실에 퍼졌고 냐봉은 불길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안돼… 회의실에서처럼 되면 곤란해!!...] 이대로 지체하다간 회의실에서처럼 금새 정신을 잃을 지도 모를 일이다. 냐봉은 재빨리 엠제이를 구해내기 위해 다시 뛰어가기 시작했다. 엠제이를 옭죄던 검은 팔을 한 개 두 개 베어내며 엠제이의 손을 잡은 순간, 엠제이가 외쳤다.


[잠깐만! 냐봉님, 나 하나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멈춰주세요!! 그리고 이걸 받아줘요!!]


엠제이는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빼기 시작했다.


[팀장님 뭐하는 거에요!!! 그거 빼면!?!...완전히 잠식당하고 만다고요!!]


[잠깐동안만!!]


엠제이는 목걸이를 빼서 냐봉에게 던졌고, 냐봉은 그것을 잡고 걱정스런 눈으로 엠제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멍하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들의 피로감이 강해질수록 사무실의 공기가 점점 끈적해지는 걸 느꼈다. 일단 사람들을 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냐봉은 엠제이를 계속 신경쓰며 모니터 앞의 검은 손가락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그 무렵 엠제이의 흰자위는 완전히 검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육체가 없는 지금, 아주 짧은 순간만으로도 완전히 악마에 잠식당하기에 충분했다. 냐봉이 다시 엠제이를 불렀을 땐 이미 엠제이의 얼굴은 냐봉이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핏줄이 곤두선 이마와 검게 물든 눈동자, 잿빛이 되어버린 표정까지 냐봉은 엠제이를 향해 물었다.


[팀장님!!! 이제 그만해요. 괜찮은거에요!!?!?]


[냐봉..님………히히.. 왜 그런 무거운 칼을 들고 있어?]


냐봉은 갑작스런 엠제이의 물음에 당황한 듯 놀라며 반려와 엠제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에요?!]


엠제이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팔을 자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기 저 폰트 보이지?...저걸 바꿔야 한다고. 폰트를 바꿔. 지금..빨리!!!!]


냐봉은 엠제이의 말이 뭘 의미하는 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폰트라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내 손가락을 봐..이걸 이렇게 저걸 저렇게..내가 원하는 대로 이걸 바꾸라고 그럼 되는거야… 다른 건 다 잊어!! 잊어!!!!!!!!!!!!]


냐봉은 반려를 반대로 움켜쥐었다. [이젠 안되겠어] 이를 꽉 깨문 냐봉은 엠제이에게 튀어올라 그녀의 목을 옥죄던 마지막 팔을 잘라내 엠제이를 껴안아 구석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엠제이의 목걸이를 꺼내 그녀에게 씌워주었다. [정신차려요 팀장님!!]


[끄응…. 냐봉님…?]


얼마 지나지 않아 엠제이가 다시 눈을 떴고, 냐봉은 지쳐가는 사람들의 피로감에 점점 숨쉬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팀장님, 괜찮아요?]

[알아냈어요…]


그때 다시 재생된 팔과 함께 본체가 서서히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팀장님, 지금 시간이 없어요. 왠진 모르지만..저 징그러운 것이 우릴 향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압박도..취향도..다 맞지만. 녀석의 손가락은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잊게 만들어요. 목표도, 원칙도…그냥 작은 손짓 하나에만 집중하게 만든다고..]


[이 피드백이 뭘 위한 건지…. 그 목적 자체를 잊게 하는 거였군요..그래서 두 눈을 가린 채… 현혹시키는 손짓만을 남발하는…]


[맞아요. 녀석의 이름은..]

둘은 눈을 가린 채 이리저리 부딪히며 걸어오는 악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망각. 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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